직접 행사 기획 단계부터 참여 “우리 기획이 실현되니 좋아요”
한림항 도항선 선착장은 비양도로 오가는 도항선이 닿을 때라야 붐빈다. 하지만 지난 3일은 오후 내내 붐볐다. 그것도 청소년들로 가득 찼다. 이유는 청소년들이 주축이 돼 열린 ‘2017 한수풀 청소년 그린투데이’ 행사 때문이다.
한림읍청소년지도협의회와 한림청소년문화의집이 주최·주관이 된 행사이기는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청소년들이 기획에 참여하고, 어떤 행사로 만들어야할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이날 행사 주축을 이룬 청소년들은 한림청소년문화의집 동아리 회원들과 청소년운영위원회 학생들이다. 이들은 이날 행사를 위해 한 달 넘게 준비를 해왔다. 행사 준비시간이 긴 이유는 있었다. 체험마당 행사를 할 준비물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체험마당에 쓰일 유리병과 스팸깡통, 막걸리병, 고기 나무상자 등의 재료를 모았다. 쓰레기통으로 향할 것들을 재활용하면 멋진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이려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유리병으로는 바다를 담은 양초로 만들어지고, 스팸깡통은 다육이 화분으로 돌변했다. 여타 일회용품은 수중식물 화분이 되고, 페트병 수납함으로 변신을 했다. 업사이클링이 뭔지를 보여준 하루였다.
한림청소년문화의집 봉사동아리인 ‘열손가락’에 참가한다는 이보미 학생(한림고 2). “쓰레기도 활용을 하면 좋은 제품이 된다”고 선전했다.
청소년운영위원회 활동을 4년째 한다는 강수정 학생(한림고 1). “쓰레기는 버려지는 게 아니다”고 당차게 말한다. 강수정 학생은 “집안에서도 분리수거를 잘 한다”며 “오늘 행사를 통해 쓰레기에 대한 인식을 바꿔달라”고 주문했다.
강경문 학생(한림중 3)은 이날 행사장 주변을 돌며 참여자들의 인식을 하나하나 점검했다. 행사가 잘 되고 있는지, 문제점은 없는지에 대한 만족도 조사 현황판을 들고 다녔다. 다행히도 참가자들은 이날 행사를 대부분 ‘매우 만족한다’고 답을 했다. 올해부터 청소년운영위원회에 들어간 강경문 학생은 “예전엔 체험마당에서 체험만 했는데 올해는 직접 행사 기획부터 참여하게 됐고, 이게 직접 현장에서 표현되니 좋다”고 말했다.
한림청소년문화의집의 청소년지도자들은 이날만큼은 특별히 할 게 없다고 했다. 고성희 청소년지도사는 “애들이 한달 전부터 뭘할지를 정하고, 재료도 선정했다. 바다캔들과 다육이는 올해 처음이다. 유리병은 애들이 해수욕장 등을 다니면서 수거하고 씻고 했다.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었겠지만 애들이 스스로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해 한다. 책임감도 생겨서 더 없이 좋다”고 했다.
한수풀 청소년 그린투데이 행사는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됐다. 한해 한해가 달라진다. 내년은 어떤 모습의 그린투데이가 될까.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