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8 14:32 (목)
“방문객을 관광객으로 보는 그런 통계는 이젠 없앨 때”
“방문객을 관광객으로 보는 그런 통계는 이젠 없앨 때”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5.30 11:23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 窓] 관광객이 줄었다는 언론보도 등을 바라보면서

지난주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관련 기사를 들여다보니, 기자들은 자극적인 걸 좋아한다는 것과 숫자놀음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됐다. 관련된 기사는 ‘9년만의 관광객 감소’였다.

 

언뜻 보면 굉장히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9년만에 관광객이 감소했으니 무슨 사단이라도 난 것처럼 보인다. 실상은 그러지 않다는데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기자들이 ‘숫자놀음’을 하고 있다.

 

언론은 행정을 향해 숫자놀음을 그만 하라고 한다. 언론의 지적은 지금까지는 관광객 1000만명 돌파, 1300만명 돌파라는 숫자놀음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해왔다. 그런데 그렇게 숫자놀음의 문제점을 떠들던 언론들이 지난주엔 숫자놀음에 빠져들었다.

 

제주관광은 항상 상승 곡선이었다. 질적인 관광은 뒤로한 채 숫자만 증가시키는 다소 왜곡된 상승곡선이 그려지고 있었다. 2008년 2월 이후 상승곡선이 내려온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난 21일 수치상으로 관광객이 0.1% 줄어들었다. 이번주는 0.7% 줄어들었다. 언론은 이를 두고 기사를 써내려갔다. 사드의 영향이라는 점도 덧붙이면서.

 

솔직히 말하면 ‘오버’다. 5월 20일까지 내국인은 늘었고, 제주관광은 더 질적인 관광으로 변하고 있다. 그게 기자들이 즐겨 말하는 ‘팩트’이다.

 

9년만에 관광객이 줄어든 것보다 중요한 건 통계를 제대로 읽는 능력에 있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관광객이 정말 제주에 필요한 관광객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해야 한다. 아울러 관광객 통계가 믿을만한지에 대해서도 언론은 되짚어줘야 한다.

 

관광 통계 집계에 따르면 연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외국인을 포함해서 1300만명이다. 하루 단위로 계산하면 매일 3만6000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들어온다는 말이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평균 3박 4일을 머문다. 그렇다면 매일 들어오는 3만6000명의 관광객이 평균 3박 4일을 머물 경우 1일 순수 관광객은 몇 명이 될까. 상주인구로 환산하면 14만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주민등록상 제주인구가 65만명인데, 관광객까지 포함하면 제주에 늘 있는 사람은 80만명이 된다는 계산을 얻을 수 있다.

 

관광객은 기본 24시간 이상을 체류하면서 경제활동에 관여하는 이들을 말한다. 하지만 제주관광통계는 단순한 방문객이나 유람여행자 등도 모두 관광객에 포함시키면서 관광객 숫자만 늘리는 꼴이 되고 있다. 때문에 관광객은 많이 들어오는데도 객실이 차지 않는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문제는 14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은 어디에 묵을까에 있다. 혼자 관광을 즐기는 이들도 있고, 가족단위도 있다. 평균 세 명이 객실 하나에 묵는다고 하면 5만실이 필요하고, 평균 두 명이 객실 하나에 묵게 되면 7만실이 필요해진다. 제주도내 객실은 8만실 정도이다. 그렇다면 도내 호텔 등은 속된 말로 “노났다”는 얘기가 들려야 한다. 실제는? 전혀 아니다. 평균 두 명이 묵을 경우 호텔은 매일 80% 이상의 투숙률을 보여야 한다. 세 명이 묵는다면 60%가 넘는 투숙률을 기록해야 한다. 이 정도면 엄청 높은 수익률인데, 호텔은 다들 어렵다고 한다.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렇다면 더 봐줘서 한 객실에 4명이 묵는다고 해보자. 그래도 투숙률은 40%를 훨씬 웃돈다. 이렇게만 해도 엄청난 선방이다.

 

곰곰이 생각해도 이상하다. 관광객은 많이 들어온다는데 왜 객실은 텅텅 빌까. 이유는 간단하다. 통계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관광객 통계는 월별로 비율을 정해서 입도객을무작위로 곱하는 식이다. 5월인 경우 전체 입도객의 93.97%를 관광객에 포함시킨다. 쉽게 얘기를 하면 1만명이 들어오면 9397명이 관광객이고, 나머지 603명은 제주도민이라는 식으로 정해버린다.

 

관광객을 정하는 용어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관광객(tourist)이 있고, 방문객(visitor)도 있다. 이밖에 단순히 오가며 24시간 미만을 체류하는 사람을 뜻하는 유람여행자(excrusionist)도 있다. 이 가운데 진짜 관광객은 투어리스트(tourist)다. 이들은 최소 24시간 이상 머물며 경제적 활동에 관여하는 이들을 말한다.

 

하지만 제주도의 관광통계는 단순 비율로 곱하다보니 방문객도 진짜 관광객에 포함되고, 유람여행자도 관광객에 포함시키고 있다. 방문객과 유람여행자 등을 포함시키다보니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숫자는 많은데 객실이 텅텅 비는 그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사드 여파로 질적인 관광으로의 전환을 얘기한다. 이 기회에 관광통계를 다시 만들어보자. 갑자기 관광객 숫자가 줄어드는 일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방문객과 유람여행자를 관광객에 포함시키고, 심지어는 제주도민을 관광객에 포함시키는 그런 오류는 피할 수 있다. 언론도 이참에 숫자놀음에 동참하는 일이랑 그만하자. 그래야만 제주특별자치도가 좀 더 특별한 세계 최고 관광의 섬으로 우뚝 서게 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Kkk 2017-05-31 01:07:01
좋은 기사입니다.

좋어요 2017-05-30 11:40:47
멎는 말씀입니다~~
통계의 기본원칙이죠
올바른 통계가 돼야
경제효과를 정확화와
정책수립이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