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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하나 없는 제주대의 모습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 하나 없는 제주대의 모습 “껍데기는 가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5.16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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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박정희 학술대회에 학생 동원한 제주대를 보며
아시아의 명문, 세계의 중심을 외치는 제주대학교.

껍데기는 가라. 기자가 외친 말은 아니다. 독재에 항거했던 시인 신동엽의 작품이다. 껍데기는 무엇이던가. 껍데기를 파헤쳐보면 보이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속이 꽉 찬 ‘알맹이’와 대비된다.

 

교수 사회도 그렇다. 좀 더 넓게 말하면 대학 사회가 그렇다. 껍데기가 판을 치고 있는 곳이 대학이다. 속이 꽉 찬 알맹이는 얼마나 되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비판을 받아야 마땅한 구조를 지닌 곳이 바로 대학 아니던가.

 

오늘(16일) 제주대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정말 껍데기와 대학이 아주 잘 겹쳐진다. 제주대에서 박정희와 관련된 학술대회가 열렸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주최한 이날 학술대회는 ‘박정희 대통령과 제주개발’이라는 주제를 달았다.

 

학술대회 자체를 두고 뭐라 할 이유는 없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됐든, 박정희를 반대하는 이들이 학술대회를 열든 큰 문제는 없다. 이런 논의들은 자주 열려서 문제가 되는 점을 세상에 드러내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날 학술대회에 학생들을 동원했다는 사실이다. 이건 정말 문제를 삼아야 한다. 박정희는 민주주의를 짓밟고 군림했다. 군사정변을 통해 장기집권을 했다. 현재 대학생들은 그런 독재와 싸우며 지켜낸 이들의 아들딸이다. 그런데 학생들을 동원하다니.

 

학생들을 동원한 해당 교수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다. 다만 이날 행사 자리에 토론자로 참석했다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 학생들은 학술대회에 참석을 하면 출석으로 인정을 해준다는 교수의 사탕발림에 속았는지, 해당 교수가 어떻게 학생들을 구슬렸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민주주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았던 이들의 업적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학생을 동원시킨 교수는 문제를 지적받아야 마땅하다.

 

현재 구속상태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의 아버지인 박정희를 미화시키기 위해 역사 국정 교과서라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온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사랑’을 외치며,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국정’이라는 타이틀의 역사 교과서를 전국의 중·고교 학생들에게 심고자 했다.

 

지금은 어떻게 됐나. 문재인 새 정부가 들어서며 폐기됐다. 왜 폐기됐을까. 답은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다.

 

껍데기를 다시 생각해본다. 껍데기는 마치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땅 속에서 수년을 살던 굼벵이는 어느날 껍데기 하나만 달랑 남겨놓고 매미가 돼 날아오른다. 그 껍데기엔 아무 것도 없다. 껍데기는 바로 있는 듯 보이는 위선이다. 설마 제주대 교수들도 껍데기로 위장을 한 상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그래서 한마디 하겠다.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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