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53 (금)
“검사가 ‘제주도 사람들을 다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사가 ‘제주도 사람들을 다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7.03.28 21: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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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역사증언’ 및 ‘제주4.3 인천형무소 수형희생자 실태조사 보고회’ 열려
제주4.3 당시 인천형무소에 수감됐던 현창용씨(가운데)가 증언하고 있다. 왼쪽은 양근방씨. ⓒ미디어제주

“경찰이 관덕정 뒤편 경찰서 마당으로 데려갔습니다. 거기를 재판장이라 했어요. 수백 명이 나처럼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서 앉아있었는데... 3~400명 되지 않을까? 변호사 없이 판사가 있고 검사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검사의 논거는 ‘제주도 사람들은 사돈에 팔촌에 폭도와 연관되지 않는 사람 없으니까 다 죽여야 한다’는 거였어요. 재판이 그렇게 끝났습니다.”

 

제주4·3 당시 억울하게 인천형무소에 수감됐던 현창용 할아버지는 69년 전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지난 28일 ‘제주4·3 인천형무소 수형희생자 실태조사 보고회’가 열렸다. 실태조사는 1948년 불법계엄령에 의해 열린 군사재판에 연루된 14~19세 미성년 40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자리엔 현 할아버지를 포함해 4.3 당시 인천형무소 수형생존자 4명이 증언을 했다.

 

당시 16세였던 현 할아버지는 집에서 잠을 자다가 경찰들에 의해 끌려가 갖은 고문을 당했다. 같은 나이였던 양근방 할아버지 역시 집 마당에서 체포당했다.

 

실제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희생자가 체포된 장소 대부분은 ‘집에서 있다가’(35.2%), ‘산에서 있다가’(12.0%), ‘길에서’(9.2%) 등 생활 반경 내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날에 느닷없이 끌려간 것이다.

 

그렇게 끌려간 청소년들은 그 나이에 감당하지 못할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현 할아버지는 “하루는 경찰들이 침대 위에 양팔을 묶어놓고 소나 말이 먹는 물을 주전자에 담아 내 코로 부었다”며 “숨을 쉴 수 없어서 코로 넘어오는 물을 먹었는데 얼마나 많이 부었으면 나중에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조사 결과, 수형생존자의 45.5%가 협박과 폭행을 당했으며, 36.4%가 심한 고문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근방 할아버지는 “경찰들이 ‘너흰 어차피 죽을 사람’이라며 구둣발로 인정사정없이 찼다”며 “이러다 죽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이 폭행과 고문을 한 이유는 거짓자백을 받아내기 위해서였다. 제주4.3이 발생하자 제주 군경은 무장대를 토벌한다는 명목 아래 대대적인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끌려간 수형생존자 65.0%는 체포 이유가 ‘누명·밀고에 의해’라고 답했다. ‘자신의 활동 때문’이라 답한 7.9%를 제외하곤 무고하게 체포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4.3 당시 인천형무소 수형희생자 중 생존자인 4명이 증언을 하기 위해 참여했다. ⓒ미디어제주

체포 이후 이들은 제대로 된 재판조차 받지 못했다. 양근방 할아버지는 “체포되고 몇 달 동안 고문당하면서 경찰들이 우리보고 ‘너희 형들이 빨갱이니까 너희도 다 죽은 거다’며 내란죄를 덮어씌웠다”며 “짐배에 실려 인천형무소 가니까 우리를 앉혀놓고 형무관이 ‘이 줄에서 저쪽 줄까진 7년, 또 여기서 저기까진 10년’ 이러며 구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실태조사 결과 형무소 수감 전 재판을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1.4%는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잘 모른다’고 답했고, 6.4%는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재판을 받았다고 답한 이는 2.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4·3 당시 억울하게 내란죄 등을 덮어쓰고 인천형무소에 수감된 피해자 중 생존자 17명은 국가를 상대로 재심 소송을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관계자는 “우선 불법적으로 자행된 군사재판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고 판결에 따라 재판부존재 소송까지 계획하고 있다”며 “다음 달 중으로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는 4·3진상조사단이 실시했으며, 인천형무소 수형생존자 및 유족, 지인들과 일대일 개별 면접조사 방식으로 조사했다. 수형희생자 408명 중 소재 파악이 안 된 47명을 제외하고 361명에 대해 조사를 완료했다.

 

이날 보고회엔 강우일 천주교제주교구청 주교, 양윤경 제주4·3유족회 회장, 이문교 4·3평화재단 이사장, 임문철 4·3도민연대 상임고문 등이 참석했다.

 

28일 허니크라운 호텔에서 '제주4.3 인천형무소 수형인 실태조사 보고회' 및 '수형인 역사증언' 자리가 마련됐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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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론자 2017-03-29 06:13:15
모든 일은 음과양이 있는 법! 빛이 있어야 그늘이 있져~ 서로를 부정도 하다가 바로 돌아서서는 고개를 끄떡이는~ 참말로 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