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03:47 (금)
올레! 걸래 갈래
올레! 걸래 갈래
  • 미디어제주
  • 승인 2017.03.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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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주도청 문화정책과 강은영
제주도청 문화정책과 강은영

『당신은 제주의 아름다운 바다와 오름, 돌담, 곶자왈, 사시사철 푸른 들과 정겨운 마을들을 지나 평화와 치유를 꿈꾸는 제주올레의 모든 코스 약 425km를 두발로 걸어서 완주한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제주올레 도보여행자입니다.』

 

 20161221 제주올레 완주증서.내가 아름다운 제주올레 도보여행자였다니 !

 

 간세라운지에서 전구간 스탬프가 찍힌 올레여권을 들고가 드디어 받아내고 자축을 했다.

 

 오로지 매번 작은 목표들을 하나씩 만들고 해치우는게 취미인 친구를 둔 덕이다.

 

 애초부터 친구는 완주를 목표로 했으나 나는 그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머 그리 대단한 비전을 내가 가졌다고...해보는데까지 해보지 뭐?’ 그렇게 시작했다.

 

 평화와 치유를 꿈꾸는 올레길 4∼6시간은 내내 행복하고 아름답지만은 않은 길이었다.

 

 아름다운 자연에 취하기고 하고 친구와에 대화에 취하기도 하고 아스팔트 시멘트길에 짜증나기도 하면서 제주의 속살을 느껴나가기 시작했다.

 

 “야! 고사리는 따는게 아니라 꺽는거여, 꺽는거” 친구 특유 톤의 가르침과 함께한 수다.

 

 숨차게 마지막 있는힘을 다해 올랐던 땅끝 지미봉, 제주의 시작마을 시흥에서 제주의 마지막 종달, 담장아래 음푹 앉아 들어서있는 우영팟이 휜히 보이던 시골 작은집. 숨겨진 마을 대평과 박수기정, 당산봉을 걸으며 자석처럼 내 얼굴을 계속 끌어당겼던 차귀도. 특히 추자에서 바라본 아련히 하늘 끝에 떠오른 한라산 정상!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그렇지.. 이래줘야 최소한 추자도가 제주도에 포함돼지”

 

 올레길에서 정말 오랜만에 만난 옛 동료 (세상에! 거기는 그 직원의 고향집이었다)

 

 연차를 받고 제주올레를 홀로 걷던 대기업 사원 어린 아들과 함께 완주를 꿈꾸며 스탬프를 꾸욱 누르던 젊은 아버지 영혼없이 시작했던 올레길이 언제부터에선가는 내게 제주도민으로서 내 두발로 한번쯤은 걸어야 한다는 일종의 오기와 책임감을 만들어냈다.

  거기에 자연환경만이 전부였다면 아마 완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외치던 복두장의 대나무 숲처럼 올레는 나의 온갖 푸념을 전부 품어준 치유의 대나무 숲이었다. 사람이 있었고 이야기가 있었고 추억이 생겼다. 어느 비가 촉촉이 내리던 날 곶자왈 올레를 갔다오고 양말 목선을 따라 쪼르르 난 빨간 종기흉터는 올레에 대한 내 자랑스러운 추억이다.

 

 아주 적당한 드라마 도깨비의 대사가 떠오른다. “올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날이 좋았다. 제주인이라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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