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화장실에 LPG 가스통이?
장애인화장실에 LPG 가스통이?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7.02.1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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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시장 장애인화장실 실태]<2>
수산시장상인회 장애인공중화장실, 창고로 쓰여
제주동문수산시장 7번 출구 근처 공중화장실. 입구에 주차차량이 늘어서 있다. ⓒ미디어제주

지난 편에서 휠체어 사용자는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화장실(☞장애인화장실이 '휠체어 출입금지'?)을 살펴봤다. 제주서문공설시장 내 공중화장실은 입구에 계단이 있어 휠체어 사용자가 진입할 수 없었다. 제주동문시장 고객지원센터 내 공중화장실은 설치기준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게 설계돼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

동문시장 내 또 다른 ‘휠체어 출입금지’ 장애인화장실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동문시장 7번 출구 가까이에 위치한 이곳은 동문수산시장 상인회가 관리한다. 1층 건물인데다 턱이 없어 휠체어로 진입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개폐문도 편의시설 기준에 맞게 미닫이로 설치됐다.

화장실은 열자 가스통, 세탁기, 스티로폼 박스 등으로 가득차 있었다. ⓒ미디어제주

문을 열었더니 화장실이 아닌 창고가 나타났다. 세탁기, 난로, 스티로폼 박스, LPG 가스통, 간이의자가 입구부터 높이 쌓였다. 물건에 가려 대변기는 잘 보이지도 않았다. 휠체어로는 입구에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었다. 비장애인이 지나가기도 비좁았다.

제주동문수산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얼마 전 수산물 판매 행사가 끝나고 남은 물건을 놓아둘 곳이 마땅치 않아 화장실에 며칠 동안 보관하고 있다”며 “오늘 내일 정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시민의 제보에 따르면 이곳은 지난해부터 창고로 쓰였다고 한다. ‘오늘 내일’ 정리될 가능성이 적다.

쌓여 있는 물건 때문에 휠체어 진입이 어려웠다. ⓒ미디어제주

제주시는 “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시 환경관리과 관계자는 “시에서 현장점검 나갈 때만 지역 상인들이 화장실을 잘 치워놓는다는 얘기를 듣긴 했다”며 “공무원들이 공중화장실에 상주할 수 없으니 그런 부분까지 관리하긴 힘들다”고 답했다.

동문시장 내 공중화장실 취재에 동행한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전경민 주임은 “공항을 제외하고 제주 내에서 장애인이 편히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찾는 게 (그렇지 않은 곳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렵다”며 “가장 기본 시설인 화장실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데 제주도가 세계적인 관광지라고 홍보할 때마다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옆 화장실도 대야, 콘테이너박스, 천막 등이 보관돼 있었다. ⓒ미디어제주

전문가는 결국 ‘인식의 문제’라고 말한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송창현 팀장은 “제주시의 말처럼 상주하는 직원을 두거나 단순히 예산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마지못해 설치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장애인의 기본 인권을 지키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가지지 않는다면 바뀔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시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민(공공)의 편의 및 복지를 위해 설치한 시설이다. 휠체어조차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억지로 우겨넣은 화장실이나 '놀고 있는' 공간이 아깝다고 창고로 쓰이는 화장실은 공공시설이라고 볼 수 없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장애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제주도민에게 편리한 공공시설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약자접근센터는 장애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관광지 및 공공시설을 안내하는 모바일앱을 운영하고 있다.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에서 '장애in제주'를 검색하면 해당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조수진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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