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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콜센터 “사람 구하기 힘들어서 폐쇄? 앞뒤 안맞아”
제주항공 콜센터 “사람 구하기 힘들어서 폐쇄? 앞뒤 안맞아”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7.02.01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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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센터 제주지사 폐쇄 논란...직원 52명 일방적 해고 위기
제주항공 "우리는 직접적 연관 없어"
道 "사측도 나름 사정 있어... 일단 지켜봐야"
제주항공 항공권 예매 및 전화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예약센터. 수탁업체 M사는 오는 28일 제주지역 예약센터를 폐쇄한다고 지난달 23일 통보했다. ⓒ미디어제주

“제주에서 직원 구하기 힘들어서 (예약센터를) 접는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작년 7월에 수탁업체 바뀌면서 이유 없이 임금이 깎인 직원들이 대부분 퇴사했어요. 회사 나가게 만들어놓고 사람 뽑기가 힘들다니요?”

1일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건설회관 로비에서 만난 제주항공 예약센터(이하 예약센터) 직원 A씨는 제주지역 센터 폐쇄 근거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열악한 근무환경 버텼더니 이제는 나가라?

예약센터는 ㈜제주항공의 항공권 예매 및 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전화상담 부서이다. 제주항공은 이 업무를 콜센터 아웃소싱(외주) 전문업체인 M사에 위탁했다. 지난달 1일부터는 서울지역(김포)에서도 예약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M사는 지난달 23일과 24일, 제주지역 센터 직원에게 예약센터 폐쇄를 통보했다.

제주항공은 센터 폐쇄 근거로 제주 내에서 구인이 어려운 점을 내세웠다. A씨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 평균 임금 수준과 비교해도 (예약센터 직원) 임금이 낮은 편인데다 잦은 조기출근, 연장근무 때문에 이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근로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안 하고 서울로 센터를 옮긴다 해서 상황이 나아지겠냐”며 비판했다.

지난달 제주항공에서 진행한 프로모션 이벤트. 대부분의 직원들은 행사 기간 휴가도 반납한 채 연장근무를 해야했다. ⓒ미디어제주

제주항공 예약센터 수탁업체는 지난 2009년 이후 5번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전적 불이익과 업무 부담은 모두 직원들 몫이었다.

A씨는 “새 업체와 재계약할 때 적게는 5만 원에서 많게는 40만 원까지 임금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심지어 퇴사자들에게 퇴직금 정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업체가 자주 바뀌니까 같은 업무를 아무리 오래해도 장기근속자가 될 수 없다”며 “장기근속 혜택은커녕 남아 있는 직원은 신입직원 교육 때문에 업무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고 토로했다.

직원 동의 절차 없이 진행된 예약센터 폐쇄

예약센터 폐쇄 통보 절차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직원 대부분이 주부인데 가장 바쁠 시기인 설 연휴 직전인 1월 23일에 1차로 일방 통보를 받았다”며 “직원들 반발이 생각보다 심하니까 다음날 다시 직원을 불러놓고 권고사직을 통보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직원들과 개별 면담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와해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예약센터 폐쇄 일방 통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M사는 뒤늦게 직원을 만나겠다고 나섰다. A씨는 이 역시 “사측에서 근로자 의견을 수렴했다는 절차를 채우기 위한 ‘구색 맞추기’ 꼼수”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M사는 공문을 통해 설 연휴인 1월 27일에 제주지역 예약센터를 방문하겠다고 또다시 ‘일방통보’를 했다.

M사가 지난달 26일 직원들에게 발송한 공문. 설 연휴인 27일에 방문하겠다고 통보했다. ⓒ미디어제주

민주노총 제주본부 관계자는 “사측에서 (제주에서 서울로) 근무지 변경 통보를 일방적으로 진행한 부분은 문제가 있다”며 “제주에서 서울로 옮기라는 것은 이 곳에 자녀가 있는 주부들에게 회사에서 나가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사실상 해고’”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끼치는 근무환경의 변경은 사전에 반드시 동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거비 지원 계획? 신문 보고 알아”

A씨의 말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주거비 지원 계획도 애초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폐쇄 통보할 땐 주거비 지원한다는 얘기도 없었어요. 신문 보고 알았지. 반응이 심상치 않으니까 수를 쓴 거죠. 당시엔 계속 일하고 싶으면 서울 가서 일하면 된다는 식으로 통보했어요.”

제주공항 2대 주주인 제주도에게도 이 사태를 해결할 책임이 있다는 여론이 일었다. 이에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본부는 1일 제주항공 서울지사를 찾았다. “예약센터 폐쇄 철회를 요구하겠다”는 다짐을 보였지만 제주공항의 애로사항만 들어주고 온 셈이 됐다.

공항확충지원과장은 “서울과 제주, 이원화 체제를 유지할 것을 요청하려 했으나, 회사도 나름 사정이 있더라”며 “직원 수가 적다 보니 고객 서비스 만족도도 떨어지고 회사 이미지도 안 좋아져서 정원을 늘리고 싶은데 잘 안 되니까 옮기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직 (제주지역 예약센터) 근로자 대표도 없는 상황이라 직원들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다고 들었다”며 “조만간 근로자 요구사항을 들을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하니 우리도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측은 "제주지역 예약센터 폐쇄에 따른 직원 실업 위기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디어제주

제주항공은 이 사태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예약센터 직원은 모두 M사가 고용한 직원이기 때문에 그 둘 사이의 계약 문제”라며 “이런 상황에서 제주항공의 입장을 섣불리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수탁업체 M사의 의견을 들으려 통화를 시도했지만 담당자의 전화기 전원은 꺼진 상태였다.

하루아침에 권고사직 통보를 받은 직원 52명. 이들은 ‘제주항공’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일 해온 ‘제주’도민이다. 하지만 제주항공도, 제주도도 직원 52명의 눈앞에 닥친 실업 위기를 지켜만 보고 있다.

<조수진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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