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복지 얘기합니다. 그런데 복지 이전에 취직조차 힘듭니다. 취직해도 비정규직에, 쪼개기 계약에, 최저 임금은 너무 낮고… 참담합니다.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그 부분을 복지로 다 채울 수 있겠습니까? 노동권을 확실하게 개혁해야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노동을 제1과제로 하지 않는 복지 정책과 공약들은 다 공염불이고 거짓말입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9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제주에서 시국강연회를 가졌다. 그는 ‘흔들리는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하나?’를 주제로 열린 자리에서, 노동문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당 대표로서, 대선 주자로서 가진 꿈을 이야기했다.
그는 강연을 열며 “촛불로 가득찬 광화문 광장을 나가보니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떠올랐다”며 “시민들은 고전적인 방법으로 대한민국이 갈 길이 어디인지, 어떻게 가야하는 지를 토론하고 자신들의 고단하고 피폐한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광장에서 요구하는 정권 교체는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의 교체 이상을 말하는 것”이라며 “야3당이 개혁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대표는 지금이 개혁입법을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 주자들이 법 개정을 공약으로 발표하고 있는데 이 문제는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라 국회가 할 일”이라며 “대통령 되면 하겠단 말 하지 말고 새누리당이 쪼개진 지금이 개혁입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야3당을 향해 개혁입법 추진을 촉구했다.
심상정 대표는 강연 내내 ‘노동문제 개혁’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50년 만에 세계 경제 하위권 국가에서 10위권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삼성’이 아니라 ‘노동자의 피땀’ 덕분”이라며 “그런 시민들이 세계 10위권에 해당하는 삶을 누리는 것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거대자본의 골목상권 침투, 원하청 불공정 거래, 정경유착 이런 사회 문제들이 모두 재벌의 세습 경영과 직결돼 있다”며 “노동권을 제대로 존중하기 위해서 재벌 3대 세습 금지와 대기업의 투명한 경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대표는 이 모든 개혁을 위해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개혁을 정치가 해야 하는데 국회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처럼 절박하지 않으니 개혁이 안 되고 있다”며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멀어지는 이유는 승자가 독식하는 선거제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심이 그대로 의석수로 반영될 수 있도록 비례대표를 늘리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확대가 필요하다”며 “이는 정당이 노선과 정책을 가지고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심 대표는 “좋은 정당은 주권자의 권능이 살아움직이는 정치를 만들어내는 정당”이라며 “제 꿈은 좋은 정당을 만드는 것이며, 이는 곧 시민의 꿈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대선 출마의 의지를 밝혔다.
한편 심 대표는 최근 활발한 대권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선 “유엔 사무총장은 대통령의 라이선스가 아니”라며 꼬집었다. 이어 “뉴욕에서 10년 살다오시니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광화문 광장에 가서 민심부터 경청하시라”고 조언했다.
심상정 대표는 다음 날인 20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대선 출마 선언 관련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조수진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