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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 “요일배출 밀어붙이는 제주시, 말릴 수 없었다”
道 “요일배출 밀어붙이는 제주시, 말릴 수 없었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7.01.1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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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 논란]<7>쓰레기 문제에서 한 발 뺀 제주도정
연동에 위치한 한 클린하우스. ⓒ미디어제주

“도지사는 요일별 배출제 문제에 책임 없나요?”

지난달 29일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 모임에서 한 시민이 불쑥 질문을 던졌다. 행정시인 제주시가 독단적으로 제도를 시행할 수 있을 만큼 권한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제주시는 타 지역 시(市)와 달리 자치시가 아닌, 제주특별자치도에 속한 행정시다. 기초자치단체가 아니라서 자치 권한이 없다. 행정시장은 주민 투표에 의한 선출직이 아닌 도지사가 지정하는 임명직이다. 제주특별자치도나 도지사로부터 행정 집행에 있어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미디어제주>는 지금까지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이하 요일배출) 논란을 3주에 걸쳐 취재했다. 요일배출 개요, 제주시의 논리, 왜곡된 쓰레기 통계, 요일배출의 정책적 실패 요인을 살펴봤다. 이번 편에선 요일배출을 바라보는 제주도의 입장을 들어본다.

도는 2017년 도민행복 5대 프로젝트로 주거, 교통, 상하수도, 부동산투기, 쓰레기 문제를 선정했다. 이 중 유독 쓰레기 정책만 제주시에서 도맡아 추진하고 있다.

그 배경에 대해서 제주특별자치도 관계자는 “도에선 지난해 상반기부터 쓰레기 정책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당시 제주시장이 ‘우리시가 시범적으로 해보겠다’고 나서 길래 ‘도민들이 큰 불편을 겪지 않는 한에서 추진해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시, 아무도 못 말렸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논의되던 제도 내용은 재활용품을 종류에 관계없이 주 3~4회만 배출할 수 있게 한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우리(도)는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날만 지정하고, 재활용 쓰레기 선별 작업에 필요한 인력과 기계를 확충할 생각이었다”며 “그 정도면 도민들의 큰 불편이나 반발 없이 시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제주시가 갑자기 요일배출을 고집하기 시작했다. 도 관계자는 “도에선 ‘시민들 발목까지 잡으면서 해야겠냐’고 말리기도 했지만, 제주시가 (요일배출) 우선 시행해보면서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했다”며 “제주시는 ‘요일배출 추진하면 도가 추진하는 자원순환형으로 빨리 갈 수 있고, 시민들 의식도 빨리 개선할 수 있고, 쓰레기양도 줄일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시의 ‘열정’을 아무도 말리지 못한 채 다음 달인 11월, 쓰레기 정책의 유일했던 홍보 행사 ‘7억짜리’ 쓰레기 줄이기 선포식이 열렸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지 않은 12월 1일 제주시 전역을 대상으로 요일배출 제도가 시범 시행됐다.   

제주시 회천동에 위치한 제주시 리싸이클링센터. 플라스틱류가 쌓여 있다. ⓒ미디어제주

"도민 불편, 선 넘었다"

점차 거세지는 도민의 반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도의 대답은 “선을 넘었다”였다.

도 관계자는 “행정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선 도가 같이 동조해줘야 하지만 그건 정도가 있다”며 “이제 우리(도)가 중심을 잡아서 가야할 때”라고 답했다.

이어 “서귀포시에서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상황을 봐야겠지만 이달 중엔 보완책 마련하는 걸로 얘기되고 있다”며 “요일별 배출품목을 두 가지로 늘리거나 요일 관계없이 재활용품을 배출할 수 있는 준광역클린하우스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도정(道政)의 쓰레기 철학 부재에서 야기된 문제"

마치 제주시가 어지럽혀 놓은 일을 도가 나서서 수습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제주도가 도민 반발이 예상되는 문제에서 한 발 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김정도 팀장은 “알고 보면 도에서 쓰레기에 대한 철학이 없어 야기된 문제인데 행정시만 현장에서 민원 맞닥뜨리며 유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일배출을) 제주시에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예산은 도에서 나오는 사업 아니냐”며 “도가 쓰레기 정책 방향을 큰 틀에서 제시해주고 그 틀 안에서 행정시가 시행하게 해야지, 도는 아무 것도 안하다가 일 터지면 그 때서야 나와서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도 관계자는 제주시의 독단적인 제도 시행을 제어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아이들이 진짜로 하고 싶어 하는 게 있으면 잘하든 못하든 한 번 밀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똑같은 겁니다. 제주시장이 ‘내가 책임지고 하겠다’, ‘나는 쓰레기 시장이다’ 이러면서까지 요일배출 밀어붙이는 데 그걸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는 건 도의 역할이 아니죠.”

그의 말에 따르면 제주시민들은 ‘떼쓰는 아이’가 ‘고집’을 피울 수 있도록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그에게 다시 되묻고 싶다. 그 시민의 삶을 살피는 일은 누구의 역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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