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얘기를 들어야 할 이들이 가르치려 하나”
“원도심 얘기를 들어야 할 이들이 가르치려 하나”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11.02 14:2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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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최근 분주한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역할을 보면서
‘실속’이 아닌 ‘겉치레’ 등 재탕 수준 행사 만들기에만 분주

도시재생 얘기를 해볼까 한다. 기자는 지면을 통해 숱하게 도시재생의 문제점과 방향성을 지적해왔다. 기자는 주민 우선이라는 가치를 둔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파괴 행위나, 무조건적인 과거로의 회귀만을 하지 말자고 누누이 얘기를 해왔다.

특히 도시재생은 관련 특별법이 제정된 상태여서 전국 단위별로 원도심 사업에 혈안이 돼 있다는 점도 말하고 싶다.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 활성화사업 계획이 국토교통부 2차 심사를 통과했다고 하니 원도심 사업은 더 탄력을 받을 건 분명하다.

지난 9월에는 도시재생지원센터(이하 센터)도 출범했기에 도시재생에 대한 붐이 일 것은 분명하다. 센터는 직원도 뽑으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오학술재단의 양씨주택. 원도심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기본적인 전수조사가 필수이다. © 김형훈

이쯤에서 아쉬운 점을 말하려 한다. 원도심 재생의 핵심은 분명 주민에 있다. 그렇더라도 그 동력을 끌어올리는 건 센터가 할 일이다. 센터는 도시재생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기초적인 기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센터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단순히 주민의 의견만 청취해야 할까, 그렇지 않으면 도시재생의 붐을 일으키는 교육에 치중해야 할까. 주민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고, 도시재생을 알리는 교육도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센터 스스로가 원도심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한다.

원도심은 예전엔 ‘도심의 핵’이었다. 그러다 도심의 팽창에 따라 핵이 이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원도심은 쇠락의 길을 걷는 곳이 됐다. 쉽게 말하면 최고의 중심지역에서 그렇지 않은 지역으로 변했다는 이야기이다.

아무리 도시재생 관련 특별법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원도심을 그냥 내버려두면 될 게 아니냐고 할 이들도 있다. 물론 그렇게 해도 상관은 없다. 그럼에도 원도심을 활성화시키려는 건 역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성은 기억과도 연관이 된다. 현재를 살고 있는 기억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곳이 바로 원도심이기에 특별법으로 제정을 해서라도 그 기능을 활성화시키려고 한다. 원도심을 재생시키려는 건 그 이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현재 센터가 추진하는 일을 보면 아쉬움이 한 둘이 아니다.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실속’이 아닌 ‘겉치레’만 열심히 하는 인상이 짙어 보인다.

최근 센터가 하는 일들을 보자. 지난주에 도시재생 도민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오는 9일부터는 ‘제주, 기억을 거닐다’라는 주제로 도시재생 아카데미를 진행한다.

도시재생 도민기획단은 도시재생에 관심을 둔 도민들로부터 의견을 듣기 위해 만든 기구이다. 상설기구도 아니고 4차례 회의를 거쳐 의견을 만들어서 제출하면 그들의 역할은 끝난다. 4차례 회의로 뭘 얻을지는 모르겠다.

도시재생 아카데미도 들여다보겠다. 유명인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자리이다. 지난해 이런 비슷한 아카데미들이 여럿 열린 상태에서 ‘재탕’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도시재생 아카데미라고 하지만 도시재생과 직접 관련된 내용은 없다. 그냥 유명인들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원도심에 대한 옛날 이야기를 끄집어내 들려준다는 게다. 이건 뭔가 거꾸로 됐다. 센터 직원들이 원도심 어른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이쯤에서 기자가 생각하는 센터의 근원적인 역할을 얘기하고 싶다. 우선 센터 직원들이 원도심을 모르고서는 제 아무리 도민기획단을 꾸리고, 도시재생 아카데미를 만들어도 헛일이라는 점이다.

원도심은 단순한 지역도 아니다. 원도심은 골목별로도 차이가 난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정서가 판이한 곳들이 있다. 그 점을 알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걸 모른 상태에서 일률적으로 원도심을 재생하겠다고 하면 일이 안풀린다.

원도심엔 옛 건축물도 많다. 가치가 있으면서 숨어 있는 건축물이 있다. 고씨주택은 철거를 앞둔 상태에서 되살아난 경우이지만 그 주택보다 더 가치 있는 주택들이 많다. 재단법인 현오학술재단 건축물 역시 매우 가치 있지만 조사가 돼 있질 못하다. 그냥 놔둘 경우 그 건축물은 역사 속으로도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하지? 간단하다. 발품을 팔아야 한다. 센터에 제안을 하고 싶은 건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원도심의 생생한 기록을 만들어내라고 하고 싶다. A골목의 역사는 어떻고, 거기 누가 살았고, 현재 누가 살고 있는데……. 이런 식의 자료 조사는 필수이다. 그걸 다 담아내려면 족히 1년은 잡아야 한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지만 이왕이면 센터가 꾸려졌으니, 센터에서 직접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기억을 가진 이들이 다들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도민기획단을 만들고, 아카데미를 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그런 기록의 정리이다. 늦지 않았다. 지금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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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2016-11-03 12:07:59
굿~ 정확한 지적...하지만 실현불가능(?)

맞는말씀~~ 2016-11-03 00:21:40
기자님의 지적이 아주 좋은데 센터에서 받아드려는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돼죠.
역사의 소중함을 인식한다면 잘하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