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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부동산 광풍과 개발에 문화재 제주옹기도 직격탄
미친 부동산 광풍과 개발에 문화재 제주옹기도 직격탄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10.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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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제주옹기굴제 현장에서 제주옹기 문화재들을 만나보니
흙 좋은 땅은 차츰 외지인에 잠식당하고 땅 값도 뛰어올라 ‘난감’

흙이 없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전통 제주옹기를 만들 흙을 구하기 힘들게 됐다. 이유는 제주개발에 따른 땅의 잠식에 있다. 그러면 “육지에서 흙을 가져오면 될 것 아닌가”라는 물음을 던질 이들도 있을 게다. 물론 육지에서 가져온 흙으로 제주옹기를 만드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만들 수 있지만 애초에 제주 흙과 육지 흙은 성분자체가 다르다. 육지 흙으로 만들면서 그걸 제주옹기라고 부르면 안된다.

더욱이 제주옹기는 유별나다. 제주옹기는 4개 분야의 문화재가 지정돼 있다. 가마(굴)를 만드는 굴대장, 흙을 찾아내는 질대장, 직접 옹기를 만드는 도공장, 가마에 그릇을 갖다놓고 불을 피우는 불대장이 있다.

4개 기능을 지닌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하려면 제주에 있는 흙을 직접 찾아내서 옹기를 제작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제주옹기를 제작하기에 좋은 흙은 서귀포시 대정읍과 제주시 한경면 일대에 분포돼 있다. 대정읍은 신평리를 중심으로, 한경면은 고산리를 중심으로 제주옹기를 만드는데 좋은 흙이 나온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솔직히 ‘미쳤다’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부동산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 됐을 정도이다. 좋은 흙이 나오는 신평리 일대는 외지인들이 속속 땅을 사들이고 있다. 고산리라도 다르지는 않다.

때문에 문화재들이 땅을 사려고 해도 엄두가 나질 않는다. 신평리 일대의 땅값은 현재 거래 가격이 3.3㎡당 200만원에서 300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근근이 먹고 살아가는 문화재들이 땅을 사들여 흙을 구하는 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제6회 제주옹기굴제. 문화재들이 어렵게 굴제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제주옹기의 가치를 알아보려는 세미나를 개최하며, 제주옹기를 제대로 알려보려 힘쓰고 있다.

제주옹기장인 김정근 굴대장이 제6회 제주옹기굴제 현장에서 숯굴을 만드는 걸 보여주고 있다. 김정근 굴대장이 홍애돌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곶자왈 개발 등으로 가마를 제작할 돌을 찾는 것도 어렵게 됐다. ©김형훈

흙도 그렇지만 가마를 만들 돌을 찾는 것도 힘들다. 굴을 만드는데 필요한 돌은 곶자왈 일대에 분포를 하지만 개발이 됐거나, 함부로 돌을 가지고 나오지 못하게 돼 있다.

흙도 없고, 돌도 없다. 만일 흙을 구하지 못하고, 돌도 구하지 못한다면 분업으로 이뤄지는 제주옹기 문화재는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말이 된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뭔가. 당연히 행정이다. 행정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화재를 보존하려고 도와주는 수밖에는 없다. 제주옹기를 만들 흙이 나오는 땅을 만들어주고, 굴을 만들 돌도 제공하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서 제안을 한다면 ‘제주옹기 문화재 전승과 보전을 위한 조례’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차츰 외지인 소유가 되고 있는 제주 땅. 넋 놓고 쳐다볼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이런 식으로 가면 제주옹기의 전통은 사라지고 만다. 육지부 흙을 가져다 옹기를 만들고, 전통 가마도 아닌 곳에서 불을 떼는 그런 웃긴 장면을 봐야 한다는 말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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