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 지적에도 불구, 제주특별자치도가 내건 카드는 역시 대형마트 종이박스 무상 제공 중단이었다. <미디어제주>가 몇차례 문제를 지적했으나, 제주도는 오늘(6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추석연휴가 끝나는 19일부터 대형마트의 종이박스 무상 제공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행정은 대형마트의 종이박스 무상 제공을 중단한 게 뭐가 문제냐고 할게다. 맞는 말이다. 그다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대형마트에서 제공하는 종이박스를 쓰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문제는 행정의 발상이다. 종이박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는 ‘넘침 현상’ 때문이라고 했다. 종이박스 때문에 클린하우스가 ‘클린’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기자는 솔직히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 기자가 밤중에 둘러본 곳은 종이넘침 현상이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과 기자가 사는 동네가 달라서인가. 아니면 기자가 사는 곳은 제주시임에도 촌동네(?)여서 종이 넘침 현상을 보지 못한 것일까.
종이박스로 인해 클린하우스가 넘치는 곳이 있다고 치자. 그렇게 만든 건 시민들이 맞다. 종이박스를 접지 않고 그냥 내치기 때문이다. 그걸 고치자고 하면 되지, 행정은 얼마나 귀찮았으면 종이박스 무상제공 중지라는 카드를 내세웠을까.
기자가 아무리 떠들어봤자 행정은 눈도 꿈쩍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를 많이 봐와서 그렇다. 어차피 19일부터는 종이박스 제공은 없다. 공무원이 봐왔던 종이넘침 문제는 다소 해소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어떤 어르신은 “이것마저 어시먼 어떵허코”라며 종이박스가 사라질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분리수거 얘기를 해보자.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입장에서 클린하우스는 그야말로 멍텅구리다. 종이류는 괜찮은데 나머지는 분류하기가 민망해진다. 고철, 유리, 캔, 플라스틱, 비닐류 등을 한꺼번에 담는 통을 볼 때면 화가 치민다. 집에서 분류를 잘 해오면 뭐하나. 고철과 유리가 섞이고, 비닐과 플라스틱이 섞인다. 분류를 하나마나가 된다. ‘종이넘침’을 잡겠다는 탁상행정이나 하지 말고, 이런 문제나 잘 고쳐주길 바란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클린하우스 분리수거해서 버리는 깡통, 유리 소음, 새벽 수거 차량 소음 정말 장난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