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통건축과는 상관없는 세미나는 왜 하나요”
“제주 전통건축과는 상관없는 세미나는 왜 하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8.29 08: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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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제주에 맞지 않는 ‘한옥’ 관련 세미나를 보며

제주에 한옥이라고 부를게 있나? 한옥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제주엔 그렇게 부를만한 자산이 없다. 오히려 육지와는 다른 전통건축이 존재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한옥은 최근 들어 관심을 받고 있는 건축자산이다. 지난해부터는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도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이 만들어진 건 대중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옥을 좀 더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도가 크다. 한옥을 미래의 건축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법률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 법인 만들어진 건 한옥에 대한 공통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측면이 더 크다.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한옥건축 관련 지원 조례가 있고, 서울 북촌을 비롯한 한옥밀집지역에 대한 지구단위 계획을 세워 건축행위를 지원하거나 규제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다발적인 지원과 규제에 대한 공통 기준이 없었다. 때문에 민원 발생이 잇따랐다. 결국 공통 기준을 만들 필요성이 대두됐고, 그 결과물은 법이었다. 이 법을 기준으로 한옥의 성능과 재료, 형태 등에 관한 사항도 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한 가지만 예를 들면 한옥 건축기준엔 담장의 높이까지 정해놓고 있다. 이 기준을 들여다보면 “한옥의 지붕이 지닌 아름다움을 가로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가로에 면한 담장은 해당 한옥의 처마선 중 가장 낮은 부분의 높이 이하로 설치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한옥건축기준 세부내용.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담장만 그런 건 아니고 처마의 최소 깊이, 외벽과 창호의 건축기준도 마련돼 있다.

이런 저런 기준만 놓고 보면 제주와는 별개의 세상이 보인다. 제주의 전통건축에는 어울리지 않는 법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와는 관계없는 법률을 두고 제주에서 관련 세미나가 열린다고 하니 좀 황당하다. 제주도의회 지방재정연구회가 ‘제주특별자치도 한옥 등 건축자산 보존과 진흥정책 마련을 위한 세미나’를 내일(30일) 열 예정이다.

이 세미나엔 육지부의 한옥 건축 전문가와 한옥을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건축사사무소, 전라남도의 한옥 전문 공무원도 얼굴을 비친다. 특히 이날 세미나의 발표 주제는 ‘한옥 기술개발’이다.

제주에서 한옥 기술개발이라니 의아할 수밖에 없다. 제주의 전통 건축은 육지부와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는 건 건축을 한다는 이들은 다 아는 일이다. 법률에 나온 한옥 건축기준을 들이밀면 제주의 전통건축은 과연 어떻게 될까. 깡그리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세미나가 열린다고 하니,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다.

제주도의회는 관련 법률에 따라 조례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법률이 만들어졌다고, 조례까지 다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다. 조례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한옥과 함께 다른 건축자산도 보존하도록 하는 길을 트고는 있으나, 어쨌든 핵심은 한옥에 있다. 제주 전통건축에 맞지 않는 ‘한옥’이라는 억지 맞춤옷을 껴입도록 할 필요가 있을까. 혹시 도의원들이 조례 제정이라는 성과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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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말씀... 2016-08-29 08:52:12
제주건축에 대해 전혀 관심도 지식도 없는 분들이 시대유행에 편승하려는 거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제주에 기와로 된 민가가 얼마나 될까요?
지방문화재로 3채가 있고, 그나마도 신촌, 조천, 화북에만 있지요..
조선시대 뱃길이 열렸던 곳 정도이니 제주민에게 한옥의 와가가 얼마나 먼 동네 얘기였겠어요.
그런 제주에 한옥에 관한 법률 어쩌구 저쩌구...
누군가의 비지네스가 뒤에 숨겨져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져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