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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업지시서에도 없는데 왜?” VS “입지선정 없이 예타 신청 못해”
“과업지시서에도 없는데 왜?” VS “입지선정 없이 예타 신청 못해”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07.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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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 “예타 중단시키고 협의회 구성해야” 불만 속출
제2공항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29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당초 과업지시서에도 없었던 입지 선정이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에서 이뤄졌는데 용역이 과업지시서대로 충실히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가?”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입지 선정 없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지 못하도록 기재부 규정에 명시돼 있다” (국토부 나웅진 공항정책과장)

29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가량 진행된 제2공항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두 사람의 발표 내용이 극명하게 모순을 이루고 있는 대목이다.

강영진 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검토 용역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가장 먼저 과업지시서에 맞게 용역이 수행됐는지 여부를 따져 물었다.

강 원장에 따르면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방안에 대해 기존 공항 확장과 신공항 건설, 제2공항 건설 등 3가지 대안을 비교 검토해 최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용역의 핵심 과제였다.

이에 대해 그는 “용역 수행 과정에서 제주도의 요청에 의해 신공항 건설 대안을 제외한 점은 이해하지만 기존 공항 확장안에 대해서도 대표 대안을 선정해 제2공항 등 다른 대표 대안과 비교해 최적대안을 선정하겠다고 했다”면서 국토부 과업지시서에도 그렇게 명시돼 있으며 제주도에서 용역 수행 전부터 그런 내용으로 발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용역 결과는 과업지시서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설정한 연구방법에도 어긋나게 용역이 수행됐다는 것이다.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이 제2공항 추진의 문제점과 갈등 해소 방안에 대해 발제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나웅진 국토교통부 공항정책과장이 제2공항 추진 필요성 및 향후 계획에 대한 발제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반면 나웅진 과장은 재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려면 입지 선정이 돼있어야 한다는 기재부 규정이 있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이같은 모순되는 발표 내용을 종합해 보면, 결국 기재부 예타를 서두르기 위해 애초 과업지시서 내용에도 없었던 입지 선정을 발표하게 된 것 아닌가 하는 추론이 가능하다.

특히 강 원장은 “전체 337쪽 분량의 보고서 내용 중 제2공항 신설 방안에 대해서는 147페이지에 걸쳐 다루고 있으면서 기존 공항 확장 방안에 대한 내용은 2페이지 분량에 불과하다”면서 “기존 공항 확장에 대한 환경성 평가 내용을 보면 ‘대규모 해상 매립으로 인한 해양 및 해안 환경 훼손이 심각할 것으로 판단됨’이라는 게 전부였다. 이 정도 내용이라면 중학교 1학년이 학교 숙제로 1분이면 쓸 수 있을 정도 아니냐”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또 그는 ‘공공사업 추진과정에 주민들의 환경권, 절차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문 내용을 소개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필요한 시설이라고 해도 특정 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절차적 정의’”라며 “입지에 따른 피해가 큰 시설일수록 주민 대표 등 당사자들이 입지 선정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제2공항 입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배제된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그는 제2공항 갈등을 해소하고 합의를 형성하기 위한 협의기구를 구성,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공항 인프라 확충 관련 논란을 해소하고 합의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주제에 대해 가급적 제한 없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정토론자들 중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강원보 성산읍 제2공항 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도대체 제2공항은 누구를 위해서 추진하는 것이냐. 제주도와 국토부, 관광객, 그리고 중국인들을 위한 제주공항은 있어도 도민을 위한 공항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어 그는 이날 토론회를 마련한 위성곤 의원에게 “자료에서 제시한 각종 의혹들을 국정감사에서 증인 요청을 해서라도 밝혀달라”면서 “엉터리 용역을 한 용역연구팀에 대해서도 허위로 조작된 증거가 있다면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하며, 잘못된 용역을 바탕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도 “지난 2012년 국토연구원이 수행한 ‘제주공항 개발 구상’ 연구에서는 기존 공항 확장안에 대해 활주로 이격거리별로 4가지 대안을 설정, 비교 연구한 바 있다”면서 “이번 용역에서는 이같은 여러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이 없었고 대표 대안을 선정하는 과정도 없었다. 경제성과 해안 매립으로 인한 환경 훼손을 이유로 기존 공항 확장안을 탈락시킨 이번 보고서의 신뢰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문 의장은 용역진이 최종 3단계 후보지 평가 결과에서 공역 30점, 사업비 20점, 환경성과 소음 각 15점 등 배점 기준을 적용한 부분을 들어 “기존 공항 확장안을 이 평가항목에 대입시켜 봤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거다. 국토부에서 충분히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진 방청객 질문 순서에서 온평리 송종관씨는 “지금처럼 일사천리로 가는 것을 중단시키고 협의회를 구성해 논의해야 한다”면서 곧바로 예비타당성조사를 중단시키고 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또 신산리 강석호씨는 “인근에 철새도래지와 세계자연유산 등재 후보지로 거론되는 수산굴이 있는데 환경성 부분에서 최고 점수가 나왔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대한민국 인구 1000만명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 4000만명, 4500만명이라는 관광객 수요 예상치가 과연 타당한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자신을 ‘귀농 1년차’라고 소개한 박진규씨도 “신혼여행 때 와 본 이 곳 경치가 하도 좋아서 오래 전에 온평리에 땅을 사고 작년부터 집도 짓지 못한 채 농사를 시작하자마자 날벼락을 맞게 됐다”면서 “인생의 제2막을 설계하려던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다. 이같은 중요한 정책 결정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2공항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29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제2공항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한 주민이 방청객 질문 순서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2공항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한 주민이 방청객 질문 순서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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