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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정권 재일교포 조작간첩단 사건, 40년만에 ‘무죄’
유신정권 재일교포 조작간첩단 사건, 40년만에 ‘무죄’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06.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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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보부, 중문출신 故 강우규씨 형제 및 교대 학장 포함 11명 공안몰이
 

유신 정권 말기, 제주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이른바 ‘재일교포 사업가 간첩 사건’에 연루된 피해자들이 40년이 거의 다 돼서야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다.

대법원은 20일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기밀 탐지를 위해 국내로 잠입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강우규씨(1917년생) 등 6명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1978년 2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돼 사형 선고를 받은 사건에 대해 재심 절차를 거쳐 38년만에 무죄가 확정된 것이다.

강씨는 16살 때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45년만에 귀국, 1977년 김일성의 지령을 받고 재일교포 사업가로 위장, 국내로 잠입해 활동비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다.

강씨의 동생 용규씨와 직장 동료 10명도 함께 붙잡혔다. 이들 중에는 제주교대를 설립, 초대 학장을 지낸 강씨의 초등학교 동창 김문규시를 비롯해 현직 국회의원이었던 현오봉씨의 비서 이오생, 김추백씨도 있었다.

중앙정보부는 이들에게 구타와 전기고문, 물고문 등 모진 고문을 한 끝에 강씨로부터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간첩활동을 위해 국내로 잠입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강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 고문을 받고 혐의를 인정한 것이라며 진술을 번복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서울형사지법은 1977년 6월 강씨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도 각각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강씨를 제외한 다른 피고인들은 항소심에서 형량이 줄었지만, 강씨는 이듬해 2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11년간 교도소 생활을 하다 1988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강씨는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2007년 결국 누명을 벗지 못한 채 숨졌다. 그의 친구인 김문규 학장도 석방된 후 후유증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억울한 사연은 이 사건의 피해자들 중 일부가 지난 2010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을 했다’는 조사 결과를 받게 되면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결국 일본에 있던 강씨 유족들이 나머지 피해자들과 함께 법원에 재심 신청을 냈고, 대법원은 지난 2013년 11월 ‘불법 체포와 감금, 고문으로 죄를 인정했다’는 이유를 들어 서울고법에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어 서울고법은 2014년 2월 재심 선고에서 피해자들의 자백이 증거 능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전원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20일 이 재심 선고 내용을 그대로 확정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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