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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에 대한 진정한 목소리를 담을 의지는 있나”
“도시재생에 대한 진정한 목소리를 담을 의지는 있나”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4.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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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고씨주택’에서의 도시재생위원회 출범을 보며
2년 전 철거를 앞둔 고씨주택의 모습. 이젠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의 심장부가 된다.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2년 전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2014년 6월 17일이다. 기자는 그날 단독 보도를 했다. 산지천 일대에 있는 일제강점기 때 한일절충식 건축물인 고씨주택을 보존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사였다.

당시 우근민 도정은 마구잡이 밀어붙이기로 탐라문화광장 조성 사업을 진행하던 터였다. 괜찮은 건물들은 뜯기고 헐렸다. 이런 와중에 눈에 든 건 고씨주택이었다. 기자가 단독 보도를 하기는 했으나 보존에 한몫을 한 이들은 건축가 김석윤씨,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고영림 대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이 살짝 던져준 소스는 취재감이 됐기 때문이다.

어쨌든 고씨주택은 보도 이후 생존의 길을 텄다. 그해 7월 2일 고씨주택에 구조의 손길이 뻗었다. 철거를 앞두고 있던 이 주택의 활용방안을 찾자며 행정이 나섰다. 제주도 문화정책과가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을 맡고 있던 도시디자인단에 ‘철거하지 말아달라’는 협조공문을 보내면서 살아나게 됐다.

이같은 행정의 움직임은 의외였다. 왜냐하면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행정은 무조건 철거를 내세우고 있었다. 옛 제주시청사,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등을 보존하자고 목소리를 아무리 내봐야 헛일인 시대였다. 때문에 ‘철거하지 말라’는 행동이 의외일 수밖에 없다. 이는 마침 새로 출범한 원희룡 도정이 지닌 문화정책의 단면을 읽을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고씨주택은 그러나 생존만 했을 뿐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결국 제주도는 지난해 도민 등을 대상으로 고씨주택 활용방안에 대한 의견을 접수하기에 이른다. 의견은 모두 3건이 접수됐고, 고씨주택을 사랑방이나 전시관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활용하는 건 좋다. 아니, 죽을 위기에 있던 건축물을 살려냈으니 활용을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활용을 하는 데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난주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위원회 1차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가 의미를 더한 것은 고씨주택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회의는 도시재생위원회 위원들을 위촉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위원장은 고씨주택에 관심을 둔 김석윤 건축가이기에 잘 됐다고 본다. 위원들은 지역주민과 도의원, 전문가 등 30명으로 구성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아쉽다. 지난해 2월 구성된 도시재생활성화 T/F팀이 그대로 도시재생위원회로 옮겨진 모양새다. 고씨주택을 살려야 한다며 처음으로 보도한 기자가 도시재생위원회에 포함되지 못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고씨주택을 지금의 위치에 만들어둔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의 고영림 대표는 왜 빠졌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는 고씨주택을 원도심 답사 일정에 처음으로 포함시키며 보존의필요성을 강조해오지 않았던가.

도시재생은 행정이 주도해서 될 것도 아니고, 몇몇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현장에서 삶을 꾸리면서 진정으로 고민을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자칫 업자들의 목소리만 듣거나, 행정의 허수아비 노릇만 하는 이들의 집단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제 역할을 하던 이들을 빼버리니 너무 아쉬워서 하는 얘기이다. 이왕 꾸려졌으니 제대로 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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