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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A 박사 과정 ‘타미 트란’, 그는 왜 제주 원도심에 빠졌나?
UCLA 박사 과정 ‘타미 트란’, 그는 왜 제주 원도심에 빠졌나?
  • 조보영 기자
  • 승인 2016.03.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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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중국계 베트남계 미국인, ‘정체성' 찾아 10년 전 한국행, 제주 정착
‘제주 도시화로 인한 사회적 효과’ 연구 마치고 논문 집필 위해 잠시 미국으로
삼도동 마을 입구에 세워진 각시당 제단 앞에서 제주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는 타미 트란. 미국 UCLA대학교에서 동양학(한국학 전문)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그는 ‘제주시 도시화의 사회적 효과’에 대한 연구를 마치고 올해 미국에 돌아가 본격적인 논문 집필에 들어간다.

“이곳은 옥황상제의 둘째 딸을 모시는 각시당입니다. 전설에 의하면 1702년 이형상 목사가 당들을 파괴하면서 지진이 일고 큰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요, 특히 이 각시당은 영험이 있는 신당이라 차마 부수지 못했다고 합니다.”

타미 트란(Tommy Tran 이하 타미, 33세)이 들려주는 ‘마을 이야기’에 흠뻑 빠진 외국인들은 의아한 눈빛과 흥미로운 표정을 주고받으며 그의 영어 해설이 모두 끝난 후에도 한동안 각시당 제단 앞을 떠나지 못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제주시 원도심 투어를 진행하는 타미 역시 제주의 전통 마을 신앙으로 대표되는 ‘굿당’ 문화에 빠져들면서 제주를 사랑하게 됐다. 2007년 김녕리 영등굿 체험이 그 시작이었다. 하늘과 땅, 바다와 함께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제주 인의 삶은 방식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원래 제 고향은 괌이에요. 제주보다 더 작은 섬이지요. 괌은 오랫동안 스페인과 미국의 통치를 받았고 17세기에 가톨릭이 전파됐어요. 그후 전통신앙은 사라져버렸습니다. 주민들이 전부 천주교로 개종을 했거든요. 그래서 제주도의 샤머니즘이 더 특별하게 다가온 것 같아요.”

중국 광동에서 태어난 할아버지는 중일 전쟁이 일어나자 베트남으로 피란을 떠났고 그곳에서 타미의 아버지를 낳았다. 그후 아버지는 괌에서 정착, 그곳에서 가정을 일궜다. 그가 고등학생이 될 무렵 온 가족과 함께 미국 본토로 이주, 그곳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맞닥뜨렸다.

중국계 베트남계 미국인 타미 트란(Tommy Tran)

중국계 베트남계 미국인.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을 서양 사람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미국 UCLA 대학에 진학하면서 ‘동양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 그렇게라도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었다. 더 큰 세상을 알기 위해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알아야 했다.

“UCLA 대학에서 동양학 공부를 할 때 사실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어요. 한국의 역사를 거의 배우지 않았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래서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알고 싶었어요. 2006년에 원어민 교사로 처음 한국에 오게 됐어요”

2006년에 경남 남해군에서 첫 원어민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후 잠시 여행차 들린 제주의 풍경에 한 눈에 반해 미국과 제주를 오가며 원어민 교사로 활동하다 2011년도부터 현재까지 이곳 제주에 머무르며 대학원 박사과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 제주도 여행을 왔을 때만 해도 제주도는 대부분 시골이었어요. 2010년에 다시 제주도를 찾았는데 너무 큰 충격을 받았어요. 급속하게 도시화가 이루어졌거든요. 그때부터 ‘제주시 도시화의 사회적 효과’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어요.”

2015년 1월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졌다. 제주의 역사를 이해하고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는 전통 문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2년 동안 약 100여명의 제주 인들을 만났다. 그들이 들려주는 ‘진짜 제주 이야기’를 들으며 타미는 자신의 뿌리를 찾듯 제주의 문화에 빠져들었다.

그 사이 제주시 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역은 전보다 더 급격한 도시화가 이루어졌다. 외지인들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광풍과 난개발 문제가 심각한 화두로 떠올랐다. 행정은 이제야 ‘제주형’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새로운 원도심 개발 정책을 공론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시 원도심 개발 정책은 아직까지 개념 자체가 애매해요. 탐라 역사나 제주성 복원만을 위한 개발이 된다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것’이 되겠죠. 현재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 그들의 기억과 연결이 되지 않거든요. 무엇보다 ‘시민과의 소통’을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

그가 꼽은 원도심의 매력은 ‘다양한’ 건물의 어우러짐이다. 제주 전통 가옥에서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오랜 역사적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자연스럽게 들어서 있는 삶의 기록이 곧 제주의 ‘영혼이자 정체성’이라고 타미는 말한다.

5년 간의 연구를 마치고 그는 다시 내일(4월 1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내년 여름까지 박사 논문을 완성한 후 다시 제주로 돌아와 두 번째 연구 프로젝트인 ‘제주 민속 문화 연구’에 심취할 계획이라고 살짝 귀뜸하며 잠시만 안녕을 고했다.

지난 27일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가 주관하는 ''제주시 원도심 옛길 탐험'에서영어 답사 안내를 하고 있는 타미 트란. 2014년부터 시작된 원도심 투어에서 그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제주시 원도심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보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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