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8 15:19 (목)
“제2공항 반대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 저지 투쟁에 나설 것”
“제2공항 반대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 저지 투쟁에 나설 것”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12.11 1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산1리 마을회 기자회견, 예정부지 변경에도 정석비행장 관련 의혹 제기
수산1리 마을회가 11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제2공항 건설 반대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부지 발표 이후 성산읍 지역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수산1리 마을회가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수산1리 마을회는 11일 오전 10시30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 강력한 저지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수산1리 비상대책위 위원장을 맡은 오찬율 이장은 ‘제주도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우리 수산은 설촌 10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마을”이라면서 “어떻게 갑자기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제2공항 부지를 결정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마을회는 “이 계획이 백지화되지 않는다면 우리 자식, 우리 후손들은 더 이상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수산이라는 지금의 공동체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전 주민이 뜻을 모아 위기에 빠진 수산초등학교를 ‘학교 살리기 운동’을 통해 정상화시켜 도에서 모범사례로 극찬한 바 있는데 제2공항으로 인해 또다시 붕괴위기에 봉착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특히 제2공항 부지 선정과 관련, 그는 “예정부지는 지난 25년간 많은 연구와 토론에서 단 한 번도 거론된 적이 없는 곳”이라면서 “연구용역팀은 공항입지 선정에서 국제기준 ICAO 9개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선정됐다는 그럴싸한 용어로 제주도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마을회는 “ICAO 평가기준을 살펴보기에 앞서 이번 연구 용역팀이 ‘계획 전 고려사항’을 읽어봤는지 묻고 싶다”며 “계획 수립 전, 그리고 진행 중에 이해관계자 그룹의 조언을 찾고 노력하는 것은 계획팀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이며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획이 중단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마을회는 “연구용역팀은 ICAO 국제기준을 말할 자격이 없다.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원안을 변경해 기습적으로 공항부지를 발표한 연구용역팀은 ICAO 국제기준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제2공항 연구용역 총괄 책임장인 김병종 교수가 한국항공대 소속이라는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마을회는 한국항공대의 재단 정석학원 이사로 대한항공 조양호, 조원태가 이사로 돼있으며, 정석비행장이 항공대 학생들의 비행 훈련을 하는 곳이라는 점을 들어 “국토부와 제주도가 용역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에 대한 기본적인 체크를 해봤는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가 배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마을회는 “연구에 참여한 ㈜유신 관계자와 국토부 나웅진 과장은 정석비행장과 비행구역이 중첩된다는 이유로 신산해안형에서 내륙형으로 부지를 옮겼다고 했다”면서 “하루 8편 정도 사용횟수에 남쪽으로 대략 5%의 공역이 중첩될 뿐인 정석비행장을 위해 공항부지를 변경해버렸다”고 예정부지 변경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또 용역 연구 책임자인 김병종 교수가 공항부지가 발표되기 2개월전 시사매거진제주와의 인터뷰에서 ‘공역 중첩 문제는 공역 재조정을 통해 충분히 풀 수 있다’고 인터뷰했던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공항 예정부지 서쪽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467호 수산굴에 대해서도 마을회는 “현재 주굴에 대한 지형도는 어느 정도 파악됐지만 수많은 가지굴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고, 발굴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제2공항 예정지 부지 안으로 가지굴이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오찬율 수산1리장.

이에 마을회는 “만약 이곳에 공항이 들어선다면 세계자연유산 등재신청 후보군으로 선정된 수산굴은 물론이고 학술적 가치가 있는 대다수의 용암동굴 훼손을 불보듯 뻔하다”면서 “공사 중에 용암동굴이나 수산굴의 가지굴이 발견된다면 제2공항 건설은 당연히 중단되고 공항 부지 자체도 전면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을회는 “만약 예정된 곳에 공항이 들어선다면 국내 환경단체 반대에 부딪쳐 ‘제2의 강정마을’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라면서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를 내세우는 원희룡 제주도정의 가치와도 모순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이번 용역 결과가 반영돼 확정 고시될 경우, 뜻을 같이하는 지역 마을과 연대하고 전국적인 환경단체 및 제주도 용암동굴 훼손을 반대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해 싸워나가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한편 수산리는 공항 예정부지에 129필지가 포함돼 공항부지에 편입되는 면적은 얼마 되지 않지만 활주로 연장선이 마을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 소음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수산1리 주민들은 제주공항 주변의 외도, 도두, 용담 지역을 찾아 소음 피해 상황을 직접 체험하는 등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