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다름도 인정하고, 다른 의견도 들을 줄 알아야”
“다름도 인정하고, 다른 의견도 들을 줄 알아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12.09 10: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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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를 다시 생각한다] <2>자율이 몸에 밴 아이와 엄마·아빠

전남 순천의 작은 학교인 송산초등학교. 폐교 위기에 있던 이 학교는 지난 2007년 동력을 얻기 시작했다. 그해 9월 ‘새 학교를 꿈꾸는 순천 시민의 모임’이 만들어지면서 생존의 나래를 폈다.

2007년 분교 당시 3학급 11명이던 이 학교는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이듬해인 2008년 5학급 48명으로 늘어난다. 현재는 6학급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학생수도 한 학급에 20명씩, 120명에 달한다.

송산초는 전남 지역 학교개혁의 시발점이 된 학교이기도 하다. 거기엔 학부모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전남 송산초 학생들이 직접 키운 배추를 수확, 옮기고 있다.

지난 2일이다. 이 학교에 들어선 순간 눈에 들어온 건 배추를 한 포기씩 들고 이동하는 아이들이다. 송산초 학생들이 ‘농사짓기’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수확한 배추를 하나 둘 옮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김장철이 코앞이다.

농사일이 즐거울까? 그럴 리 없다. 송산초 학생들은 스스로 활동하는 문화에 익숙하다. 여기엔 송산초의 학교철학이 담겨 있다. 송산초가 내건 학교철학은 ‘자율과 협력’이다. ‘자율과 협력’은 송산초 구성원 모두에게 적용된다. 학교라는 틀이라면 느껴지는 ‘타율과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 하는 힘을 기르게 만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민주적 원리에 따라 학교를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송산초 류광식 교장은 “학생들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한다. 자율과 협력만 있으면 잘 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교라는 공간은 삶을 꿈꾸게 하고 학생을 중점에 두는 곳이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 스스로 자율동아리를 만들기도 한다. 프로젝트 수업 참여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가 발생할 경우, 혹은 서로 다른 의견이 있으면 어떻게 할까. 이런 문제는 모임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학생다모임’이 있다. 각종 위원회도 아이들이 하나 둘 만들었다. 운동장 정리가 필요하다며 체육위원회가 구성되고, 학교 생활이 어지러워 생활위원회도 구성됐다. 이런 자율적 활동은 이젠 학생들 정식 모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만 자율적이면 될까. 학생과 아울러 학부모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류광식 교장은 “애들은 행복하다. 그러려면 학교와 학부모 교육이 일치해야 한다. 우리 학교는 학부모 배움터가 있다. 이걸 학부모들이 운영한다”고 학부모의 자율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송산초 류광식 교장이 자율과 협력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송산초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내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한데 모여 의견을 모은다. 얼마 전에 학생들끼리 사소한 다툼이 발생했다. 다른 학교였으면 그냥 지나칠 일이었으나 이 학교는 학부모가 포함된 전체 모임을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했다. 학생간의 다툼도 다툼이지만 주변에 있던 학생들은 왜 그 광경을 지켜만 보고 가만히 있었느냐는 문제의식을 확신시켰다.

류광식 교장은 “문제가 심각해지면 조율하는 팀이 생긴다. 관련자료를 모으면서 2개월간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지난해 세월호 문제가 터졌을 때 학교에서 치르는 ‘무인도 체험’을 갈 것인지, 그러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거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란 무엇인가. 학생과 학부모를 품에 끌어들이는 학교임을 송산초가 대신 말을 해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해주고, 다른 의견에도 수개월간 의견을 청취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 학교에서 배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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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2015-12-09 11:40:08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한다면 불쾌한 일이 없어지겠죠.
좋은 사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