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이다. 권역외상센터 탈락에 제주특별자치도가 개입됐기 때문이다.

기자는 두 차례 기획을 통해 정부를 향한 제주도의 제대로 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걸 전달했다. 기자는 보건복지부가 1등을 외면하고, 그렇지 않은 기관에 권역외상센터를 준 점을 강조하며 제주도의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된다고 기획을 통해 말해왔다.

기자는 보건복지부와 제주도 관계자들과도 이 문제에 대해 전화 취재를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를 하며 1등에 권역외상센터를 준 게 아니라, ‘적절한 기관’에 줬다고 답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기자의 질문에 권역외상센터 탈락과 관련해서 자신들도 항의를 했다고 밝혔다.

당시 제주도 담당자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권역외상센터가 다른 지역에 배정된 걸) 언론을 보고야 알았고, 보건복지부에 항의를 했다”고 그렇게 말했다. 기자는 그걸 사실로 믿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26일 제주도의회 강경식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받아보고 제주도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뒤늦게 알게 됐다. 제주도에 배신감이 든다.

강경식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최근 입수한 ‘권역외상센터 선정에 따른 의견 제출’ 공문 사본을 공개했다. 제주도지사 명의로 작성한 이 문서는 11월 9일자로 작성됐다. 문서 발송 시점은 공모에 참여한 각 의료기관의 프리젠테이션이 모두 끝난 상태였다.

비공개로 명시된 이 문서에서 제주도는 “권역외상센터 공모 신청한 의료기관에 대한 심사평가시 제주지역 여건상 취약한 국공립 의료기관 기능강화 차원에서 신중하게 검토하여 권역외상센터를 선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고 명시했다.

권역외상센터 추가 공모에 제주에서는 제주대병원과 제주한라병원이 신청했다. 문서에서 말하는 ‘국공립 의료기관’은 다름아닌 제주대병원을 지칭한다. 이는 제주도가 보건복지부를 향해 “제주대병원을 뽑아달라”는 말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국공립 의료기관인 제주대병원도 선정되지 못했고, 제주한라병원은 공문의 압박(?) 때문에 당연히 선택을 받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왜 제주대병원이 선정되지 못했을까. 제주대병원이 1등을 한 건 아니다. 알려지기는 제주한라병원이 1등을 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1등인 제주한라병원을 택하지 않고, 2등을 차지한 원광대병원을 권역외상센터로 추가 선정한다.

공문대로라면 보건복지부도 고민을 한 듯하다. 제주대병원을 선택하려 했으나 점수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보건복지부가 어쩔 수 없이 원광대병원을 선택한 건 아닐까.

강경식 의원은 “도가 복지부에 보낸 문서 내용은 결국 복지부 공모에 참여한 민간병원을 배제해 달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에서 절차적으로도 공모의 취지가 왜곡되고 결과마저 변질시키는 행위가 됐다”면서 “파악 결과 공모에 따른 프리젠테이션을 마친, 사실상 채점이 완료된 시점에서 제주도가 공문을 보냈다는 점에서 복지부와 제주도간 모종의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강경식 의원은 “이번 공모에 제주도가 개입해 2015년에도 제주에 외상센터가 지정되지 못하는 결과가 빚어졌다는 정황이 큰만큼 이에 대해 도 감사위원회나 감사원이 적극 나서 진실규명을 하고,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웃길 일이다. 권역외상센터는 제주도에 매우 중요한 시설이라고 앞서 기획에서 얘기를 했다. 그런데 1등을 한 제주도내 병원을 선택하지 말라고 사주를 한 기관이 제주특별자치도였다는 사실이 웃기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왜 그렇게 했는지 철저한 진실규명이 뒤따라야 한다. 강경식 의원의 주장처럼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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