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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학생의 행복한 미래 준비하는 곳이어야”
“학교는 학생의 행복한 미래 준비하는 곳이어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11.17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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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제주매일 공동기획]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18> 여론조사로 알아본 제주교육 현장
 

교육 목적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철학이 달라지고 있다. 학교-공부-대입-성공으로 이어지던 인생의 도식이 희미해지고, 대신 학교현장에서는 인성교육과 참 지식,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인식이 새롭게 자리 잡고 있다.

# 학교는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는 곳'

<미디어제주>와 <제주매일>이 최근 제주도민 513명(유효 응답 수 기준)을 대상으로 교육 이슈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앞으로의 교육현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5%가 ‘학교는 학생의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학력 신장’이라고 답한 비율은 7%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대답은 8%에 그쳤다. 응답자들 가운데 학부모의 비율은 42%, 나머지는 일반 도민이었다.

조사 결과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흐름이다. 오랫동안 공고하게 자리했던 ‘학교-공부-성공’의 도식이 점차 옅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초, 중, 고를 ‘대학 진학을 위한 준비기관’에서 이제는 ‘저마다의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는 곳’으로, 학교의 목적에 대한 도민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 ‘학력’이 힘을 잃은 자리에 ‘행복 열망’이 둥지 

사실 오랫동안 공교육의 기치는 ‘학력’이었다. 우리 사회의 내적 목표가 ‘성장’과 ‘발달’이었고, 집 팔고 소 팔아서라도 대학을 보내는 이유는 ‘내 아이의 성공’이었다.

 

실제 1964년 제1대 관선 초대 교육감이 부임한 이후 51년간 제주도교육감들이 내건 핵심 교육시책에는 공통적으로 ‘학력 향상’이 포함됐다. 불과 5년전이던 2010년에도 양성언 전 교육감이 3선에 도전하며 내세운 5대 주요 현안에 ‘학력향상’이 공고하게 자리했다.

그러나 2014년, 제주도민들은 젊은 진보 교육감(33.22%)을 제15대 교육감으로 선택했다.

당시 이석문 후보자는 ‘고교체제 개편’,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 ‘고교 무상 교육’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보수 성향을 띤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급진적이라고 비판했다. 극심한 고입 경쟁 등이 제주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임은 틀림없지만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이렇게 빨리 바꿔서는 안 된다는 요지였다.

결국 당선의 꽃다발은 이석문 후보가 가져갔다. 보수 측은 ‘후보 단일화 실패’와 더불어 ‘공교육의 변화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열망을 외면했다’는 패인도 스스로 인정해야 했다.

# 만족 39%, 불만족 22%

그렇다면, 이렇게 당선된 이석문 교육감의 지난 1년 4개월, 교육행정 수행력에 대해 도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석문 교육감의 교육행정 운영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9%가 ‘만족한다’(만족 21%, 매우 만족 18%)고 답했다.

‘불만족’(불만족 16%, 매우 불만족 6%)은 22%였고, ‘보통’은 39%였다.

또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들이 꼽은 만족 이유는 1위가 ‘학생 행복을 중심에 두었기 때문’(38%), 2위 ‘공교육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기 때문’(31%), 3위 ‘적극적으로 소통해서’(18%), 4위 ‘기타’(13%) 순이었다.

반면 전체 응답자 중 불만족을 표한 22%의 응답자들이 꼽은 불만족의 이유는 1위가 ‘이슈와 추진 과정이 불분명하기 때문’(41%)이었다. 이어 ‘논쟁이 많아서’가 21%, ‘너무 개혁적이라서’가 8%, 기타 30% 순이었다.

이석문 교육감을 지지하는 도민들은, 제주도교육청이 학생들의 행복을 중요시하고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기존 공교육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게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새로운 시도들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파열음에 비해 추진 과정이 불명확한 점은 신임 교육정이 향후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다혼디 배움학교, 모른다’ 72%

이와 함께 이번 조사에서는 ‘현재 이석문 교육감이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제주형 혁신학교인 다혼디 배움학교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도 던졌다. 설문 결과 ‘모른다’는 응답이 72%로 나타나, 도교육청의 정책 알리기 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도 분석됐다.

‘다혼디 배움학교’는 고교체제 개편과 더불어 공교육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이석문 교육감의 핵심 정책이다.

학생 수 감소로 고민하고 있는 읍면지역 학교에 학생 수 유입효과를 낼 수 있고, 지정 외 학교들에도 다혼디 배움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실수업 개선 및 교내 수평문화 확산 등의 움직임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관련 정보를 지역 사회와 공유하려는 노력이 더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기존 공교육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았음에도, 이러한 의도를 담아 추진하는 ‘다혼디 배움학교가 현재 제주의 공교육에 필요한 변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와 ‘아니다’의 비율이 각각 33%와 28%로 비등했다는 점에서도 도민 인지율이 낮은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앞서 올해 1월 이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여러 ‘혁신학교’(다혼디 배움학교)의 학부모들에게서도 “수업이 재미있어지고 야외활동이 늘면서 아이들이 학교를 즐거워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다혼디 배움학교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학부모들은 ‘제주형 자율학교’와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 배움학교’ 등 용어 혼용에 따른 혼란을 호소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미디어제주와 제주매일이 ㈜케이엠조사연구소에 의뢰, 지난 10월 30일 CTS를 이용한 자동 여론조사 방식으로 제주지역 도민 513명(유효 응답수)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3이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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