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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로 전해 내려오는 일생의례 속담의 문화적 가치는?”
“제주어로 전해 내려오는 일생의례 속담의 문화적 가치는?”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10.2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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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덕 제주학연구센터장, 인문학 강좌 ‘제주문화에 녹아 있는 속담’ 강의
문순덕 제주학연구센터장이 ‘제주문화에 녹아 있는 속담’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2015 탐라학당 인문학강좌 4주차 강의 주제는 ‘제주 문화에 녹아 있는 속담’이었다.

27일 제주치과신협 1층 강의실에서 진행된 강의에서 강사로 나선 문순덕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장은 혼인과 출산, 그리고 상‧장례 및 제례 관련 금기사항과 인생관이 담긴 제주 속담을 소개하면서 이 속에 내포된 문화적 가치를 자세히 풀어냈다.

문순덕 센터장은 혼인 의례 중에서도 혼담 성사과정과 잔칫날, 결혼생활과 관련한 속담을 소개하면서 “속담은 나쁜 일을 하지 말라는 금기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나쁜 상태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삶의 지혜도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잔칫날 새각시 울지 말라(잔칫날 신부는 울지 말라)’, ‘잔칫날 시집간 새각신 안터레만 보아사 ᄒᆞᆫ다(잔칫날 시집간 신부는 안으로만 보아야 한다)’는 등의 속담에서도 결혼식은 즐겁고 행복한 날이니 이 때 눈물을 흘리는 것을 불길한 징조라고 가르치고, 신부가 시댁에 들어갔을 때 앉는 방향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속담 외에도 잔칫날 빗자루로 청소하면 복이 달아나기 때문에 걸레로만 닦기, 음식을 만드는 솥이 깨지지 않도록 주의하기 등 금기사항도 있었다.

또 잔칫날 신부와 신랑은 물론 그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행동을 조심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문 센터장은 “결혼식을 보호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또 하나의 가족 탄생에 대한 ‘환영과 보호’라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이들이 건강하고 편안하게 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려는 미래지향적 보호관으로도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성의 출산 의례와 관련해서도 임신을 기원하고 태교와 출산, 신생아 보호에 대한 다양한 속담들이 소개됐다.

‘할망직헌 거, 할망직헌 거’(할머니가 보호해 주는 것)라는 속담에서는 어머니가 자식 낳기를 바라면서 직접 삼승할망을 불러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낳기 궂인 애기 낳기도 궂나’(임신하기 나쁜 아기 낳기도 나쁘다)라는 속담은 임신 중에 탈이 있으면 낳을 때도 어렵다는 의미로 임신했을 때 몸가짐을 조심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애기 낭 사을 전이 솟강알에 불치 파 내민 안 뒌다’(아기 낳고 사흘 전에 솥 밑의 재를 파내면 안된다)는 속담은 하부로 부엌에 있는 재를 파헤치면 집안이 먼지에 휩싸여 산모와 아기에게 해롭다는 의미다.

문 센터장은 “출산 후의 금기어들은 산모가 꼭 지켜야 할 내용이라기보다 갖고들 모두가 조심하면 이로운 말들”이라면서 “고귀한 생명이 세상이라는 환경에 적응하는 최소한의 시간만이라도 부모가 보호해줘야 함을, 부모의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잉태와 출산, 육아에 대한 금기사항은 오늘날에도 모범적인 내용들”이라면서 “생명을 존중하고 정성을 다해 세상에 나오도록 맞이한 점은 오늘날에 계승해도 좋을 의례”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상‧장례와 제례에서는 망자에 대한 예의를 규정한 속담과 제례 관련 속담을 소개하면서 그는 ‘영장 나갈 때 제사 지낼 사름 보지 말라’(영장 나갈 때 제관은 보지 말라), ‘비린 사름은 제 안 본다’(부정한 사람은 제(祭)를 보지 않는다)는 등의 속담을 통해 “집에 제사가 있으면 며칠 전부터 몸가짐을 조심하도록 하는 것으로, 우리 선조들이 제례에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속담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데 대해 그는 “속담에서 말하는 이는 자신도 잘 지키지 못하면서 상대방에게 그렇게 실천하기를 요구하거나 자신에게 거는 주문이기도 하다”면서 “이 주문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서 개인간 행동 영역이기보다 그가 속한 사회 공동체에 대한 주문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 속담에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내포돼 있다”고 속담의 문화적 가치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제주에 전해 내려오는 일생의례 관련 속담이 제주어로 전승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일생의례가 전승되는 한 제주어도 지속적으로 사용될 것이므로 이같은 속담이야말로 제주 문화의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사)제주대안연구공동체와 <미디어제주>가 함께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인문학 강좌는 다음달 17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 제주 민요와 굿에 대한 강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2015 탐라학당 가을 인문학강좌 4주차 강의가 27일 저녁 7시 제주치과신협 1층 강의실에서 진행됐다.
2015 탐라학당 가을 인문학강좌 4주차 강의가 27일 저녁 7시 제주치과신협 1층 강의실에서 진행됐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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