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완전한 4.3해결, 영령들을 위로하다"
"완전한 4.3해결, 영령들을 위로하다"
  • 문상식 기자
  • 승인 2006.11.04 21: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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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①] 4.3도민연대, 2006 전국 4.3 유적지 순례
목포형무소 수형 4.3희생자 위한 진혼제 봉행

현대 한국사의 최대의 비극인 제주 4.3항쟁, 참담했던 시간은 어느 덧 58년이 지났다.

2006년 11월 4일, 완전한 4.3 해결을 위해 억울하고 원통하게 희생된 4.3영령들이 가신 길을 따라 나섰다.

제주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공동대표 김평담 김용범 고창후 윤춘광 양동윤)는 '완전한 4.3해결을 위한 2006 전국 4.3유적지 순례 및 목포형무소 수형 4.3희생자를 위한 진혼제를 가졌다.

순례단이 찾은 곳은 목포형무소 터 및 목포형무소 재소자 희생지역. 기록에 의하면 한국전쟁 당시 수형자 1000여명과 직원 140여명이 있었다고 하며, 제주 4.3항쟁 관련 수용자는 1, 2차 군법회의를 통해 466명이 수감되었던 것으로 되어 있으나, 목표형무소 수형인 명부에는 671명의 4.3관련 수형자가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특히1949년 탈옥사건 당시에는 목포형무소 수용능력이 500명에 불과했으나, 1400여명이 수용됨으로써 매우 극악한 수형환경이었으며, 같은 해 9월 탈옥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의 증언언에서도 드러났듯이 1949년 당시 최소 600여 명의 4.3관련 수형자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 600여 명에서 700여명으로 추정되는 4.3관련 수형자 중 행방이 확인된 사람은 출소자 90명을 포함해 불과 200명 정도 일뿐, 500여 명의 행방은 생사여부조차 모르는 형편이다.

#'영령들 가신 길, 살아남은 자 따라 나서다'...4.3영령들의 고초 체험

순례에 참가한 70여명은 4일 오전 7시 30분 제주항 SK주유소 공터(옛 주정공장 터)에서 출정식을 갖고 당시 도민이 겪은 고초를 재현하는 '영령들 가신 길, 살아남은 자 따라 나서다'를 연출해 4.3영령들의 고초를 미약하나마 체험하며 순례를 시작했다.

4.3도민연대는 순례에 앞서 가진 출정식에서 "반세기 넘도록 이념의 덧칠 속에 침묵을 강요당한 3만 명에 달하는 죽음의 진상 등 반인륜적 사건인 4.3의 진상은 아직도 상당부분 규명되지 않고 있다"며 "목포형무소 재소 중 희생자의 진상도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4.3도민연대는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된 4.3특별법 개정안 중 4.3 진상규명을 규정한 조항과 진상조사보고서 작성 조항을 통째로 삭제됐다"며 "올바른 4.3특별법 개정을 위한 실천 운동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어 순례단은 당시 도민들이 경찰에 의해 연행되는 과정을 연출한 퍼포먼스를 통해 상황을 재현하며 완전한 4.3해결의 실천을 다짐했다.

이날 오전 8시 40분 목포행 여객선에 몸을 실은 순례단은 5시간여 지난 오후 3시께 첫 순례장소인 목포시 구(舊) 목포형무소 터에 도착했다.

#흔적 찾아볼 수 없는 목포형무소 터...희생자 넋을 위로하는 진혼제 봉행

목포형무소 터는 이미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더구나 목포형무소 수형인 중 4.3관련 수형자의 영령들이 떠 돌고 있는 목포형무소 터 뒷산은 정비가 안되어 있는 10여개의 묘석과 함께 현장에 조경이 심어져 있어 순례단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와 관련 양동윤 4.3도민연대 공동대표는 "4.3특별법 개정으로 조사권한을 강화해 사실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한다"며 "목포형무소 묘적부만 들춰봐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목포형무소 터 뒷산인 석산(石山)에 도착한순례단은 희생의 실체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는 한(恨) 맺힌 목포형무소수형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제를 봉행했다.

'목포형무소 수형 4.3희생자를 위한 진혼제'는 장성철 4.3도민연대 운영위원의 진행으로 개제와 초혼사, 4.3영령에 대한 묵념, 고유문, 주제사, 추도사, 천도의식, 헌화 및 분향, 폐제 순으로 진행됐다.

주제사에서 윤춘광 4.3도민연대 공동대표는 "대통령의 국가공권력에 의한 희생에 대한 사과, 대통령의 4.3항쟁 제58주기 위령제 참석 등은 4.3역사 정립을 위한 역사적 사건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도민과 함께 크게 환영하고 기뻐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평가와 함께 완전한 4.3문제해결을 위해 또 다른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고 말했다.

#"진상규명 피하는 것은 목포형무소에서 희생된 4.3영령 두 번 욕되게 하는 것"

윤 공동대표는 "조속한 4.3특별법개정을 촉구했지만, 4.3특별법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난 9월 7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4.3진상규명과 보고서작성 조항이 없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며 "하짐나 4.3특별법 개정의 본말이 전도되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윤 공동대표는 아울러 "'4.3특별법 개정은 언제나 할 수 있다',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며 진상규명을 피해 가고자 하는 것은 이 곳 목포형무소에서 희생된 4.3영령들에게 두 번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속된 진혼제에서 희생사실이 확인된 120위의 영령 위패를 진설하고 월계사 진공스님의 천도의식을 통해 4.3영령들의 영혼을 천도했고, 순례 참가자들의 헌화 및 분향이 이어졌다.

목포형무소수형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제를 끝으로 첫 날 일정을 마친 순례단은 5일 이미 알려진 목포형무소 외에 동목포역전 집단매장지를 비롯해 목포경찰서 뒤 학살매장, 1949년 한센인 거주지, 광주 5.18 민주화기념공원 등을 돌아볼 예정이다.

한편, 이날 순례에는 고성화 4.3도민연대 고문을 비롯해 김평담, 윤춘광 4.3도민연대 공동대표, 홍성수 4.3유족회 상임부회장, 양신하 백조일손유족회 고문, 정민구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김상근 갈리리교회 목사, 이영길 전 정무부지사 등 70여 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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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06-11-05 13:42:49
4.3을 직접 꺾은 세대는 아니지만 4.3을 위해 희생된 사람들과 그로인해 상처를 받은 많은 사람들을 위해 진상규명은 되어야만하고 우리들고 그게 어떤 건지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한 순례인것 같습니다.

후예 2006-11-05 11:49:59
동행취재 글 잘 읽었습니다.
미디어제주가 4.3 진상규명에 적극 앞장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