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사이 제주도내 발생한 건축 허가만 3만 세대 규모 달해”
제주 주택보급률 111%로 전국 최고수준
신규 택지조성할 경우 부동산 과열 우려
학생수 주는데 택지내 학교 신설 등도 문제
전국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들끓는다면 제주도는 부동산 시장이 들끓고 있다. 그만큼 제주도 땅을 노리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이다.
지난 기획에서도 다뤘지만 재건축 이야기가 나도는 아파트는 평당 매매가격이 2000만원을 이미 돌파했다.
재건축에 투기 세력이 몰리는 건 그렇다 치고, 실제 거주하는 이들이 사는 아파트 역시 매매가는 고공행진이다.
# 잡히지 않는 제주도의 부동산 매매가
제주시 연동·노형지구와 아라지구 아파트인 경우 국토부 실거래가는 이미 평당 1800만원을 넘어선 곳이 있으며, 거래에 잡히지는 않지만 평당 2000만원에 사고 팔린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큰 평형의 아파트인 경우는 10억원의 목돈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이렇게만 보면 제주도는 이미 서울이나 다름없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양면을 지닌다.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와의 간극을 좁힐 수 없게 만든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집을 가지려 하는 이들의 꿈은 멀어진다.
때문에 정치를 하는 이들은 ‘어떻게 하면 부동산 가격을 잡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그러나 그 고민은 매번 실패를 본다.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을 만나기는 힘들다.
얼마 전엔 원희룡 지사가 신규 택지조성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지난 1일 정례직원회의 자리에서였다. 원희룡 지사는 급등하는 제주도의 부동산 가격을 잡고, 심각한 주거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걸 이유로 내세웠다.
# 주택보급 많다고 부동산 문제 해결되지 않아
문제는 신규 택지조성으로 부동산 가격이 잡힐까에 있다.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100%를 이미 넘어섰다. 삼성경제연구원이 우리나라의 전체 주택보급률이 100%가 되기 이전에 내놓은 자료가 있다. 2000년에 펴낸 ‘주택보급률 100% 시대의 과제’라는 보고서는 주택보급률 100%를 달성하면 임대시장과 주택금융 활성화로 전세난이 풀린다고 분석했다. 또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 비중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삼성경제연구서의 보고서 결과대로 돼 있나.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부동산은 흔들리고 전세가격이 매매가를 추월하는 양상이다. 공동주택은 더욱 늘고 있다.
올해 6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전국의 평균 주택보급률은 103.5%였다. 제주도는 평균을 훨씬 웃도는 111%를 보이고 있다. 19만4426가구에 주택수는 21만5813호로 집계됐다.
더욱이 제주도에서 이뤄지는 주택 건축은 그야말로 ‘활황’이다. 여기에 원희룡 지사는 신규 택지를 조성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더 조장하지 않을까라는 우려 섞인 시선들이 나오고 있다.
# 신규 택지조성은 무의미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주택 건축으로만 따지면 신규 택지조성이 무의미하다. 지난해와 올해 9월까지의 주택 건축 동향만 들여다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지난 한해 주거용 건축허가는 4094동 104만9265㎡였다. 올해 9월까지는 5748동 138만2710㎡다.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합하면 주거용 건축면적은 243만1974㎡가 된다. 몇 세대 규모일까. 일반적으로 아파트 분양을 할 때 기본이 되는 게 전용면적 85㎡(25.7평)다. 243만1974㎡를 85㎡로 나누면 2만8611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이 수치의 의미는 전용면적 85㎡ 규모인 2만8611세대가 공급된다는 의미로도 해석을 할 수 있다.
2만8611세대는 엄청난 규모이다. 택지 개발사업을 할 때 2만세대 공급은 어렵다. 지난 2006년 제주시 삼화지구 계획당시 7000세대가 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발생하고 있는 주택 건축 현상은 삼화지구 4개 규모의 택지 개발이 제주도 전역에 걸쳐서 한꺼번에 이뤄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원희룡 지사는 이와 별도로 신규 택지를 조성하겠다는데 과연 규모는 얼마이며, 어느 지역에 할지도 문제가 된다. 신규로 택지를 조성하더라도 삼화지구 이상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봐야 최근의 건축 현상을 따라가지 못한다. 오히려 땅 투기만 부추기고, 아파트 가격 상승 요인만 만들 우려가 높다.
# 신규 택지조성으로 교육문제 발생 우려
택지 조성의 또다른 문제로 ‘교육’을 빼놓아서는 안된다. 지난 1990년대 이후 이뤄져온 택지 조성의 가장 문제는 ‘교육’을 빼놓고 얘기하면서 현재 고교체제 개편의 문제점을 낳고 말았다. 택지만 조성하고 학교문제는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서 이런 현상들이 나오고 있다.
만일 원희룡 지사의 의도대로 택지가 조성된다면 불가피하게 학교 용지를 확보해야 한다. 보나마자 초등학교만 들어설 게 뻔하다. 그렇다면 이 택지에 다니는 아이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어디로 가야하는 지도 문제가 된다. 갈수록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신설 학교만 만들게 되고, 결국 ‘교육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만일 신규 택지조성을 하게 된다면 현재 도내 곳곳에서 진행되는 개발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녹지와 중산간 일대 계획관리지역에서 이뤄지는 모든 개발행위를 통제하지 않는 이상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말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