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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어떤 사람의 도구가 아닌 주민의 것”
“신문은 어떤 사람의 도구가 아닌 주민의 것”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9.23 17: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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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신문의 도전] 경기도 <장곡타임즈>와 <콩나물신문>에서 듣다

종이신문이라면 으레 종합일간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종합일간지가 해내지 못하는 영역이 많다. 작은 마을 단위의 소식이다. 이런 ‘정보의 고픔’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마을신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시군구라는 다소 광역 개념의 신문을 내는 곳이 있는가 하면, 동(洞)이나 리(里) 단위를 겨냥한 신문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도 지역에서 나오고 있는 마을단위 신문을 통해 마을신문이 어떻게 지역 변화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제주지역의 마을신문으로 지난해부터 계절단위로 나오는 <아라신문>이 있다. <아라신문>은 동주민센터에서 발간하는 소식지와 달리 마을의 아픈 곳을 속속 들여다보는 신문이다. <아라신문>은 아라종합사회복지관을 구심점으로, 마을신문의 중요성을 아라동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현재 <아라신문> 마을기자들은 무보수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을 위한다는 단 한 가지 생각으로 뭉쳤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아라신문> 마을기자단이 마을신문을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경기도 지역의 신문을 탐방했다. 지난 18일과 19일 이틀이다.

<아라신문> 마을기자단이 찾은 신문은 경기도 시흥시 장곡동의 <장곡타임즈>와 경기도 부천시의 <콩나물신문>이다.

# 기사광고는 싣지 않는다

<장곡타임즈>는 격주 혹은 월 단위로 발간된다. 독자는 2만명의 장곡동 주민들이다. 발행부수는 6000부다. 시흥 전체를 따질 경우 발행부수 1위 신문이다.

장곡동은 작은 단위이다. 농촌지역의 개발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만들어진 마을이다. 시흥 지역에서는 마치 섬처럼 동떨어져 있다. 어찌보면 마을단위의 일을 알리기에는 제격인 셈이다.

장곡동을 주무대로 하고 있는 <장곡타임즈>가 고집하는 게 있다. 우선은 ‘광고를 위한 기사를 싣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사람의 인격을 모독하는 글도 용납하지 않는다. 아울러 쉽고 정확한 글을 쓰는 걸 창간부터 고집하고 있다.

주영경 장곡타임즈 편집장이 아라신문 마을기자들에게 마을신문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장곡타임즈>는 아파트 개발 과정에서 사라질 뻔한 ‘노루우물’을 지켜냈다. 관련 문제점을 계속 파헤치자 개발 업체의 유혹을 받기도 했다. 바로 ‘광고’였다. 그러나 <장곡타임즈>는 그걸 마다하고 마치 투쟁하다시피 노루우물을 살려냈다.

특히 <장곡타임즈>는 교육관련 글을 많이 할애한다. 장곡동은 전국적으로도 혁신학교의 대표사례로 꼽는 ‘장곡중학교’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혁신학교가 처음 출발할 때만 하더라도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장곡타임즈>는 그 문제를 심층 취재, 혁신학교를 제대로 알리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런 역할 때문인지 <장곡타임즈>는 각종 마을 일에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장곡타임즈>가 살려낸 노루우물은 이젠 축제의 메인이 됐다. 올해 처음으로 ‘제1회 장곡노루마루축제’를 열게 됐다.

<장곡타임즈>의 황금숙 기자는 “장곡동 주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면서 마을에 대한 애착도 가지게 됐다. 보상받지 않고 봉사를 할 수 있고, 글이 남에게 도움이 되니 좋다”고 말했다.

<장곡타임즈>는 줄곧 장곡동을 알리는 일을 해오고 있다. 마을학교를 운영하는 중심축에 또한 <장곡타임즈>가 있다. 이들이 외치는 건 소박하다. “동네가 바뀌면 나라가 바뀐다”는 생각이다.

# ‘B급 신문’의 반란

최상위를 말한 때 ‘A급’이라고 주로 쓴다. 그렇다면 ‘B급’은? 거들떠보지 않는 이들 많다. A급을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스로 “우리는 B급”이라고 외치는 이들이 있다. 부천시 <콩나물신문>이다.

<콩나물신문>은 마치 기존 언론에 반기를 듯 것 같다. 오탈자가 나오는 건 물론, 유명인은 1면에 절대 나오질 않는다. 기존 언론이 유명인의 동정을 시도 때도 없이 보도를 하지만 <콩나물신문>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콩나물신문>은 협동조합이라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조합원들의 힘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그들은 ‘알권리’도 있지만, ‘알릴 권리’도 있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어찌보면 기존 언론에 답답해하던 이들이, 민원을 아무리 넣어도 들어주지 않기에 과감하게 반기를 들었다는 게 맞을 듯하다.

<콩나물신문>은 만드는 이들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보는 이들도 행복하게 만들자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신문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면서도 편집위원장의 의도대로 이끌려가지 않는다. 편집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에 만족해한다.

한효석 콩나물신문 이사(왼쪽에서 2번째)가 신문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을 아라신문 마을기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누구의 신문’이라는 것도 경계한다. 기존 언론을 향해 들으라고 말을 하는 듯하다. 권력에 휩쓸려 다니거나, 자본에 맥을 추지 못하는 언론들에게 자성하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콩나물신문>의 한효석 이사는 “모든 권력은 조합원에서 나온다. 기자들이 만족하는 신문이 아니라 주민에게 다가가는 신문이어야 한다. 우리는 가장 상식적인 얘기를 한다”면서 “신문은 어떤 사람의 도구여서는 안된다. 시민들이 시장의 동정을 보려고 신문을 보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라며 ‘다른 신문’인 <콩나물신문>의 특색을 열거했다.

그래서 그들은 B급이라도 좋다고 한다. 지면이 없을 때는 기사로 채우지도 않는다. 나들이 할 때 깔아 앉으라고 한 면에 방석 모양을 그려넣기도, 명절 때는 한 면을 윷놀이판으로 채우기도 했다. 어떤 날은 종이접기를 하라며 면을 빌려주기도 했다. 기존 언론도 그들을 따라해 보라며 환하게 웃는 그들은 ‘A급’이 전혀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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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아닌 2015-09-23 23:17:50
신문이 누구의 도구가 아니라 주민의 것이란 귀절이 참으로 가슴에 와닿네요~~
희망 사항이 아니길 빌어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