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6 17:57 (화)
<현장 취재> 서민경제는 아직도 '한겨울'
<현장 취재> 서민경제는 아직도 '한겨울'
  • 조형근 기자
  • 승인 2005.04.14 12:3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민속오일장 상인들이 전하는 제주의 체감경기

서민경제는 아직도 봄이 오지 않았다.

거리에 꽃잎이 날리고 바람도 따뜻해졌지만 서민경제엔 여전히 찬바람이 분다.

서민경제를 대표하는 시장인 제주민속오일장은 매월 2일, 7일 열린다. 지난 12일에도 제주시 도두1동 민속오일시장은 어김없이 장을 열었다.

그러나 궂은 날씨로 인해 주차장이 군데군데 빌 정도로 손님이 적었다.

유현수 민속오일장 상가번영회 총무는 “평일인데다가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손님이 반 이상 준다”며 날씨를 탓했다.

그는 이어 “매출도 많이 줄었다”면서 “꼭 날씨 때문이 아니더라도 요즘 오일장 상가들은 대체적으로 매출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유현수 총무는 특히 “설 대목 때는 보통 평상시의 2배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데 지난 설 때는 오히려 평소보다 손님이 적었다”면서 “대형마트가 시내 곳곳에 들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오일장이 더욱 위축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불안정한 시세 때문에 남는 것 없어

그러나 오일장이 어려운 이유는 손님이 줄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야채 값이 폭락하고 과일 값은 반대로 껑충 뛰어 오르며 상인들의 피해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오일장에서 장사를 하는 홍문표(68, 야채)씨는 “배추값이 작년 한 포기에 이천 원에서 올해는 천원으로 반값이 됐다.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도 작년 1개에 700~800원 하던 것이 올해는 3개에 천원, 마늘도 작년 1㎏ 5천원에서 3천원으로 값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반면 과일은 값이 너무 많이 뛰어 청과상인들은 이익금을 남길 만큼 값을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방울토마토는 작년 1㎏ 천오백원에서 올해 4천원 꼴로 무려 세 배 가까이 올랐고, 사과는 15㎏짜리 1박스에 5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7만원에 육박한다.

오일장 상인 백남님(59, 청과)씨는 “한라봉, 배 등도 이등품이 작년 일등품과 가격이 비슷하다”며 “값이 너무 올라 손님들이 과일을 사려고 하지 않지만 여기서 값을 내리면 거저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소비심리 위축, 작년대비 매출 30%이상 하락

최근 제주의 전반적인 경제사정도 오일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경제가 풀린다고는 하지만 서민들의 주머니사정은 결코 넉넉지 않다.

한 야채상인은 “식당에서 재료를 구입하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해 오일장뿐만이 아니라 제주 전반에 걸쳐 서민경제가 어려움을 나타냈다.

그것은 오일장 내의 소비성향을 보아도 알 수 있는데, 야채.청과.어물 등 식재료는 그나마 손님이 있는 반면 잡화.양품 등의 품목은 통로가 텅 비어있었다.

조문행 양품부대표는 “옷의 경우 작년보다 50% 가까이 매출이 떨어졌다”며 “손님들은 옷가게를 지나면서 구경할 뿐이지 사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해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얼마나 위축됐는가를 보여줬다.

봄 한철 장사인 화훼, 묘목 상인들마저도 “작년에 비해 매출이 30%정도 떨어졌다”며 울상을 지어, 상인들의 어려움과 함께 서민들의 주머니사정을 짐작케 했다.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상반기중 경제회복의 반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상인들의 마음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제주시 민속오일장을 비롯한 지역 상권에 ‘진정한 봄’이 하루 빨리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빼앗긴 들판 2005-04-14 18:33:14
아직도 춥다
진정한 봄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