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53 (금)
시간의 촉촉함
시간의 촉촉함
  • 홍기확
  • 승인 2015.08.24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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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96>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좌절’이라 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결과마저 좋지 않으면 ‘후회’라 한다.
후회하는 삶보다는 좌절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좌절은 자주 하더라도 회복탄력성에 의해 극복된다.
후회를 자주 하노라면 과거를 살고 현재에 소홀해진다.

‘나뭇잎이 아름다워.
오늘 햇살을 사랑해.
길을 걷다 문득거려.
내가 요즘 뭐 이래.’

이렇듯 느슨한 사랑 고백 후 결과는 좌절 아니면 후회다.
고백 후 거절당하면 노력 부족이다. 좌절이다. 다시 하면 된다.
고백도 하지 않으면 변화가 없다. 후회한다. 그때로 돌이킬 수 없다.

시간은 촉촉함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설명한다.
습기는 사연이다. 이유 있는 갈고리다. 습한 바람이 원인이요, 내 몸을 스치는 사연이 있어 온 몸이 촉촉해진다.

단어로 부족하다면 문장을 읽는다.
이조차 부족하다면 소설을 읽는다.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다.
시간에 젖어들 순간이다.
우연한 감동의 빵때림은 바둑의 포석(布石)처럼 기어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미사여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언어유희를 무척이나 즐긴다.
발이 없는 생선을 즐기지 않는다.
발이 달린 조류(타조 제외), 포유류(원숭이, 기린 등 동물원에 있는 것 제외) 등은 잡식성인 내가 즐기는 육류다.
지구가 제일 좋다.
토성은 너무 춥고, 금성은 너무 덥다. 삼성은 건방지다.

이른 새벽. 차분한 시간. 점점 흥분이 되어간다.
이상화 시인의 표현처럼 ‘내 마음은 미치나니 내 마음은 달뜨나니.’
지금은 고어가 되었지만 ‘달뜬다’라는 표현이 좋다.
달은 동서양 어디에나 이미지가 비슷한가보다.
영어의 ‘미치광이(lunatic)’이라는 단어의 어원도 ‘달(luna)’이다.

촉촉했던 시간은 점차 말라간다.
저녁의 젖은 산들바람은 새벽의 청량한 바람으로 대기를 말린다.
 
생각하기는 비겁한 일이다. 수동적인 일이다.
생각만 하면 바보다. 자기세계에 함몰되어 사는 겁쟁이다.
생각나기가 맞다. 능동적인 일이다.
생각하기를 한 후 생각이 나야한다.
수동적인 일을 능동적인 행위로 바꾸어야 한다.

해는 중천을 향해 달린다.
달은 내일을 위해 잠긴다.
해와 달의 하이파이브는 오래된 일이지만 오래될 미래다.
뜨는 해가 어색하다는 건 지금까지는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
지는 달이 감격스러운 건 지금까지는 괜찮은 감성을 갖고 있다는 것.

이와 같이.
시간이 촉촉한 감정으로 내 몸에 기대어 있다는 건,
오랜 벗처럼 친숙하고 편하지만,
양파껍질을 벗기며 새로운 속살을 들여다보는 깜짝 놀라는 유희다.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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