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8 21:23 (목)
소설 쓰고 있네
소설 쓰고 있네
  • 홍기확
  • 승인 2015.07.15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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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93>

 김영하의 산문집 『말하다』에 공감 되는 글귀를 발견한다.

 ‘소설을 많이, 깊이 읽는 사람은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다양한 인물을 알고 있는 사람, 겪어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고 예측할 수 있을 겁니다.’

 미국 뉴스쿨대학 심리학과 에마뉘엘 카스타노 교수팀이 실시한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도 볼 만 한다.
 연구진은 실험대상을 2개로 나누었다. 인간의 군상과 마음을 펼치는 ‘순수소설’을 읽은 부류와, 사건의 경과를 중시하거나 논리를 펼치는 ‘대중소설(추리소설 등)․논픽션(실화․다큐멘터리 등)’을 읽은 부류였다.
 연구결과는 흥미로웠다. 사람의 눈을 찍은 흑백사진 여러 장을 보여준 후 인물의 감정을 추측하게 하는 실험이었다. 순수소설을 읽은 후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만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는 수치가 높게 나왔다. 즉, 순수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인지․정서 능력이 두드러지게 높았던 것이다. 반면 대중소설․논픽션을 읽은 사람들은 서로 차이가 없었다.

 최근 소설을 읽은 게 언제인가 싶다. 서평을 쓴 블로그를 보니 가장 최근은 2013년 6월의『스물아홉 생일 1년후 죽기로 결심했다』, 그 이전은 2013년 1월의 『펭귄 하이웨이』였다. 이후 두 해째 소설을 읽지 않고 있다.

 개똥철학과 논리에 따르면 이런 순환구조다.

 소설을 읽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논픽션 및 딱딱한 책들만 읽었다.
 따라서 인지․정서 능력이 두드러지게 떨어졌다.
 결국 타인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다.
 해결방안은 소설을 읽는 것이다.
 그러면 인지․정서 능력은 상승, 아니면 적어도 회복될 것이다.

 아내가 요즘 항상 심각해 있는 나에게 얼마 전 ‘소설 읽기’를 권했다. 하지만 추천해준 책의 100여 쪽을 읽다가 말았다. 그 때 멈추지 말았어야 했다.

 퍽퍽한 고기를 연하게 하려면, 어색한 와인을 넣거나 뜬금없는 파인애플을 넣는다. 건강을 생각하며 생활하더라도 가끔씩 유쾌한 불량식품은 그만의 탄력이 있다.

 인생이 메말라가고 퍽퍽할 때 다른 이의 삶을 엿보고, 타인의 감정을 훔쳐보는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나름의 소설을 쓰며, 소설을 읽어야겠다.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현 현대문예 제주작가회 사무국장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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