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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뛰어난 능력보다 ‘집단지성’의 힘을 믿죠”
“한 사람의 뛰어난 능력보다 ‘집단지성’의 힘을 믿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6.22 2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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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제주매일 공동기획]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6> 경기도 양평의 조현초등학교에서 배우다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조현초는 교육변화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학교 가운데 하나이다.

학교는 무엇이며, 학생은 그 속에서 어떤 걸 배워야 할까. 그에 대한 문답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교육방송(EBS)이 지난 2012년 1월 3부작으로 내보낸 ‘학교 300일간의 기록’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초·중·고교 가운데 학교급별로 1개 학교를 골라 300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변화를 추적한 프로그램이었다.

초등학교로는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조현초등학교가 소개됐다. 조현초등학교는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라는 주제로 등장했다. ‘학교 300일간의 기록’은 방송에 나가기 1년 전인 2011년 이 학교 학생들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폐교 위기였다. 폐교에서 찾고 싶은 학교로 변신한 조현초의 모습을 담은 ‘학교 300일간의 기록’이 방송을 타자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을 정도였다.

# ‘내부형 공모 교장’으로 변화의 시작

조현초의 달라진 모습엔 물론 교직원의 헌신이 있었다. ‘내부형 공모 교장’이라는 카드가 먹혔다. 2007년 교장 자격증이 없는 이중현 교장이 내부형 교장 공모를 통해 교장이 되면서 학교의 모습은 완전 달라진다. EBS 프로그램은 이중현 교장과 학생들을 담았다. 이중현 교장이 떠나는 장면은 서로를 보내기 싫어서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이 방송을 내보내면서 “학교는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학생이 스스로 성장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옆에서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아이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학교의 역할이다”고 했다.

그런데 조현초는 왜 초점의 대상이 되고 있을까. 기자는 메르스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조현초를 방문했다. 그런데 놀랄 수밖에 없는 장면이 목도됐다. 교장실은 학교 건물에 있질 않았다. 학교 뒤편, 콘테이너 박스 1개가 교장실의 전부였다. 최영식 교장은 “학생수가 늘어서”라고 짧게 답을 한다.

최영식 교장은 앞선 이중현 교장과 마찬가지로 내부형 공모로 교장 자리에 올랐다. 조현초에서 4년을 생활했고, 올해가 공모 교장 4년째다. 8년간 이 학교에 머문 셈이다. 그 속에 혁신학교로서 조현초가 생존이 가능했던 하나의 답이 제시된다. 바로 교사들이 자주 이동을 하지 않고 한 학교에 오래 머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 교사의 전문성 키우는 ‘학년전담제’ 시행

교사들이 학교에 오래 머물면 아무래도 책임감과 소속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조현초는 5년까지 근무를 할 수 있다. 여기에 2년 유예를 얻어 7년까지 가능하다. 교단에 첫 발을 디딘 교사 가운데 5년째 이 학교에 머물고 있는 이들도 있다. 다만 최영식 교장은 교사로서, 교장으로서 각각 다른 역할을 하고 있기에 8년째 이 학교에 몸담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조현초 교실 풍경.

때문에 조현초만 가능한 제도가 생겨났다. 바로 학년전담제 시행이다. 한 교사가 3년 이상 같은 학년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맡기는 시스템이다. 학년전담제 이유는 뭘까. 바로 교사의 전문성 향상이다. 학년을 전담함으로써 교육 과정을 수정하고, 교과별 수업 모델 적용이 가능해진다. 그 뿐일까? 학년전담제는 교과 과정을 어떻게 지역과 연계시키고, 특성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제주도는 어떤가. 학년전담제는 꿈꾸지 못한다. 한 학교에 짧게는 2년, 길어야 4년이다. 특히 섬 지역은 더 머물고 싶어도 그러질 못한다. 섬 지역 학교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2년으로 한정돼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조현초는 한참 공사중이었다. 학교 입구쪽에 급식실 공사를 하고 있다. 학생수 급증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조현초는 지난 2003년 처음으로 학생수 100명 이하 학교가 된다. 그 때가 95명으로, 소규모학교 살리기 지원대상 학교로 선정됐다. 6학급이던 조현초는 2010년 8학급으로 성장을 하고, 현재는 16학급 354명을 둔 학교로 커졌다. 그만큼 외부에서 유입되는 이들이 많다는 증거이다.

# 교사·학생·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은 곳

교사는 최장 7년까지 근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고, 계속 이 학교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럼, 조현초 구성원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조현초는 매년 ‘학교 자체평가 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한다. 교사인 경우 만족도(1~5점이며, 최고 5점)는 각 항목 가운데 4~5점을 답하는 교사가 대부분이다. 조현초등학교의 지난해 학교 자체평가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학교 운영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는가’라는 설문엔 19명의 교사 가운데 10명이 5점이었고, 4점에 점수를 준 교사는 8명이었다. 단 1명의 교사만 2점이었다.

조현초 학부모들의 마음을 담은 글.

다른 교육주체는 어떨까. 조현초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도 설문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다.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은 △매우 그렇다 △그런 편이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은 편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5개 가운데 하나의 답을 요구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현초에 다니는 것이 자랑스럽느냐’는 설문에 54%가 ‘매우 그렇다’, 29%는 ‘그런 편이다’고 답했다. 83%의 학생들이 조현초에 다니는 걸 즐거워하는 셈이다. ‘그렇지 않다(3%)’와 ‘전혀 그렇지 않다(1%)’는 4%에 지나지 않았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물은 설문 결과도 비슷했다. ‘자녀가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하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만족’은 46%, ‘만족’ 45%였다.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학생보다 오히려 높게 나왔다. ‘불만족’은 4%였고, ‘매우 불만족’이라고 답한 학부모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 만족도 높은 건 ‘집단지성’의 결과물

우린 흔히 ‘집단지성’이라는 말을 쓴다. ‘집단지성’은 백과사전적 의미로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거치며 얻게 된 집단의 지적 능력을 말한다. 중요한 건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집단지성이 집단 내부의 가장 우수한 개체보다 뛰어나다는 점이다. 집단내에서 서로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몇몇이 끌어가는 힘보다 더 강한 능력이 표출된다는 걸 의미한다.

조현초는 학생끼리, 교사끼리, 학부모끼리의 집단지성이 있다. 1학년부터 6학년이 함께 하는 ‘어울마당’이 있고, 교사들은 전체교원협의회(일명 ‘조현학습공동체’)를 통해 교육의 본질 찾기 운동을 벌인다.

조현초는 학부모들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교육 계획을 만들 때도 참여가 가능하다. 개별 학부모가 제안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의견제안 코너를 마련해두고 있고, 온라인 카페와 블로그로도 참여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제안된 의견에 대한 처리 결과와 그 결과에 대한 공지를 하는 건 물론이다.

그런 집단지성은 ‘조현초 자체평가위원회’라는 조직으로 표출된다. 위원회는 교사와 함께 학부모도 참가한다. 매년 내놓는 자체평가 보고서는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학생들이 교사의 수업방법을 평가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조현초는 학생들로 하여금 교사의 수업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조현초는 학부모가 참가하는 자체평가위원회와 함께 또다른 하나가 있다. 학부모들은 학생을 학교에 보내면서 바라는 게 뭘까. 학습능력이다. 조현초등학교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도 궁금했다. 혁신학교라고 시험이 없는 게 아니었다. 조현초는 나름의 학력평가계획을 만들어 꾸려가고 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조현초등학교 학업성적 관리 규정’이다. 규정은 학생 평가를 어떻게 하고, 지필평가의 구체적인 틀까지 제시를 하고 있다.

<김형훈 미디어제주 기자·문정임 제주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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