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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공유수면 관리, 바닷가 마을 공동체 파괴 우려
허술한 공유수면 관리, 바닷가 마을 공동체 파괴 우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06.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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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사유지로 둔갑한 공유수면 ①구좌읍 평대리, “작은 포구였는데…”

제주 섬 전 지역이 부동산 투기 광풍에 휩싸이면서 조용하던 바닷가 마을 곳곳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일고 있다. 해안도로 개설 등으로 자연스럽게 매립지가 형성된 공유수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안 매립지를 둘러싼 분쟁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김양윤 평대리장이 해녀들의 탈의장 겸 공동창고로 쓰이는 건물에서 바닷가쪽으로 이어지는 기존 도로가 이미 훼손된 곳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지난 6월 3일, 제주시 한림읍 귀덕1리 해안의 불법 매립에 대한 환경단체의 제보가 제주지역 전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미디어제주>에서도 공유수면관리법이 적용되는 공유수면이 불법 매립된 데 대해 제주시가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귀덕1리 해안가 불법매립, ‘생태계 파괴’ 우려(미디어제주 6월 3일자))

하지만 문제는 귀덕1리 해안 뿐만이 아니었다. 해안도로 개설 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매립 지역이 된 곳에서부터, 명백한 공유수면임에도 엉뚱하게 지적도상 지번이 부여돼있는 등 제주의 해안이 개발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오후, 마을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바닷가 마을을 찾았다. 구좌읍 평대리 2025-4번지 일대 부지에서는 인부들이 돌담을 쌓는 등 부지 정리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최근 이 부지를 매입한 토지주가 마을 안길로 사용되고 있는 도로를 막고 건축물을 짓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마을 안길을 막아 담을 쌓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면서 주민들간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근에 사는 부모씨(61) 가족들은 졸지에 진입로가 없어지게 될 기가 막힌 상황에 놓이게 됐다.

부씨에 따르면 현재 정리작업이 진행되는 부지 가운데 3분의1은 주민들이 ‘앞모살’이라고 부르는 공유수면이었다.

부씨는 “작은 배를 대기도 했던 이 곳에서 할아버지가 숯을 굽는 것을 돕기 위해 장작을 날랐었다”며 “최근에야 지적공부를 확인해보고 개인 소유 임야로 돼있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양윤 평대리장도 “이 곳은 조그만 타원형 포구 지형이었는데 해녀 탈의장 겸 공동창고로 쓰이는 건물 앞까지 나있던 도로를 벌써 없애 버렸다”면서 “도와 도의회가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제주 이주민들과 지역 주민들간 이와 비슷한 갈등 요인이 쌓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이어 김양윤 이장은 “원 토지주와 마을 주민들이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지만 토지주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태”라면서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던 건물과 도로인데 길이 막히게 됐다. 최소한 앞마당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특히 김 이장은 “평대리 뿐만 아니라 도내 전 지역에 걸쳐 이런 곳이 많을 것”이라며 “행정에서 실태조사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마을 공동체 안에서 분쟁이 일어나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평대리는 구좌읍 지역에서도 가장 늦게 해안도로가 개설됐다. 인근에 있는 환해장성 때문에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안도로 개설 공사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매립지가 돼버린 공유수면이 ‘주인 없는 땅’이 된 상태임에도 행정의 관리 소홀 때문에 개발 광풍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유수면이 지적도상 사유지로 둔갑해버리는 기막힌 상황이 제주 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지 안에 있는 오수처리 맨홀. 사업부지에 편입된 이 곳이 이미 도로로 사용되던 곳이었음을 보여준다.
해당 사업부지와 인근에 있는 하수중간펌프장 부지가 겹치면서 펌프장 귀퉁이까지 작업장 표시줄이 설치돼 있다.
마을 주민들과 토지주간 분쟁이 일고 있는 해당 사업부지. 주민들은 부지의 3분의1 가량이 명백히 공유수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파란색 점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해당 사업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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