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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거대자본 복합관광시설 앞세워 공공시설은 ‘뒷전’
제주도, 거대자본 복합관광시설 앞세워 공공시설은 ‘뒷전’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06.0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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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성명 “제주신항 개발계획, 도민 합의 선행돼야”
 

최근 제주도의 깜짝 발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신항 개발계획에 대해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도민사회 합의가 우선”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나섰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9일 성명을 내고 “이번 제주신항 개발계획은 어민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은 물론 도민 공론화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만들어낸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며 “이런 주먹구구식 계획은 도민사회 갈등만 확산시킬 우려가 높아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대회의는 탑동 항만 개발사업이 이미 민선 5기 우근민 도정 당시 어민들의 반발과 환경파괴 논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는 점, 또 1980년대 후반 탑동 앞바다 16만5000㎡가 매립될 당시에도 시민사회단체의 엄청남 반대운동에도 정부가 이를 묵살하고 강행했던 과거의 아픈 기억을 상기시켰다.

이에 연대회의는 “탑동 매립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음에도 제주도가 도민 공론화 절차 없이 갑작스레 신항 개발계획을 발표한 것은 아직도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낡은 일방통행식 불통행정을 펴고 있는 것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원희룡 지사가 해수부 장관의 제주 방문에 맞춰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연대회의는 “아무리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제주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하고 매우 민감한 사안에 대해 마치 도민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불쑥 먼저 보고한 후 도민 의견수렴은 나중에 하겠다고 하는 것은 도민을 우습게 여기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연대회의는 “장관에게 보고한 지 5일만에 열린 공청회 역시 어업인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아 거센 반발을 사는 등 누가 보더라도 형식적이고 요식적인 절차일 뿐”이라고 원 도정의 일방통행식 추진을 지적했다.

대규모 매립에 따른 수중생태계 파괴와 환경 훼손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연대회의는 “탑동 앞바다 매립면적은 항만 및 배후부지로 131만4000㎡, 항만 재개발로 79만9000㎡ 등 총 211만3000㎡(64만여평)에 이른다”며 “이는 1987~1991년 매립된 16만5000㎡의 10배가 넘는 면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대회의는 “이처럼 매립 면적을 지나칠 정도로 넓게 잡은 이유는 항만 개발비용을 충당하고 사업 수익성을 맞추기 위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며 “그러나 대규모 매립이 현실화될 경우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수중생태계 파괴와 환경훼손은 불가피하다”고 우려 입장을 표명했다.

항만 매립지 가운데 주상복합, 상업시설, 호텔, 해양리조트 등 상업시설 부지면적이 88만㎡로 전체 부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데 대해서도 연대회의는 “제주도가 탑동 앞바다를 대규모로 매립한 후 항만 개발에 투자한 민간업체에 공사비에 상응하는 매립지를 넘겨준 뒤 이를 상업시설로 개발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공유수면이 도민 모두의 공공자산이듯 공유수면 매립지 역시 공공자산임에도 민간투자자들의 이윤 추구를 위한 부지로 내주겠다는 것은 공익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또 다른 특혜 논란만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연대회의는 이어 “특히 상업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설 경우 새로운 거대한 상업단지가 조성돼 항만 이용객들을 모두 흡수하는 블랙홀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대규모 매립에 따른 개발이익은 대자본을 중심으로 한 민간투자자에게 돌아갈 뿐 칠성로, 중앙로, 동문시장 등 주변상권과 원도심 활성화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칫 제주 전역 상권으로 막대한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크루즈 부두 개발을 통한 지역 경제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연대회의는 “크루즈 관광객들이 제주에 머무는 시간은 대략 6~7시간으로 무료 관광지와 면세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지역 도민경제로의 파급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제주도가 지역경제와 연관시킬 수 있는 개발계획은 뒤로 한 채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부으며 크루즈부두를 건설하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연대회의는 “제주도는 신항 계획을 일방통행식으로 발표한 것도 모자라 이달 안에 해양수산부에 관련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아무리 시간이 촉박하다고 하더라도 도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신항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조차 지금의 신항 개발계획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면서 “부지면적에서부터 사업내용, 민자유치에 이르기까지 공공시설로서의 기능을 벗어난 민간기업이 투자하는 대단위 복합관광시설로 계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연대회의는 “이런 신항 개발계획은 거대 자본에 휘둘리는 제주항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제주항을 통해 들어오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쇼핑관광 등을 도내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기회를 잃고 입항단계에서 붙잡아버릴 우려가 있다. 오히려 지역경제를 왜곡시킬 가능성마저 낳고 있다”고 심각한 우려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연대회의는 “이처럼 제주경제에 중대한 현안으로 부각될 제주신항 개발계획은 제주도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며 “면밀한 검토와 함께 충분한 도민 의견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도민합의에 의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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