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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육에 학부모 생각도 반영…‘상상’이 ‘현실’로
학교 교육에 학부모 생각도 반영…‘상상’이 ‘현실’로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6.02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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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제주매일 공동기획]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3> ‘제주형 혁신학교’ 수산초등학교를 들여다보니

우리나라는 학업성취도에 관한한 세계 최강국이다. 지난달 그와 관련된 결과가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76개국을 상대로 조사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3위에 올랐다.

또 다른 자료를 들여다보자. <매킨지 보고서>는 지난 2011년 한국 교사를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꼽았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를 핀란드·싱가포르 등과 함께 ‘3대 교육 강국’으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는 상위 30%의 인력이 교사가 되고, 핀란드는 상위 20%, 우리나라는 상위 5%의 인력이 교사로 향한다고 했다.

# 공부는 잘하는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나라 아이들은 행복할까. ‘학업성취도가 높으면 바로 행복으로 연결될까’라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답이 나왔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OECD가 얼마전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 29위였고, UN이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는 47위였다. 즉 ‘공부 1위’가 ‘행복 1위’는 아닌 셈이다. 이들 지표는 점수만 잘 맞으면 행복한 게 아니라는 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행복순위는 47위이다. 공부는 잘 하지만 그다지 행복은 하지 않다는 결론이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교사 인력을 갖추고 있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역시 세계 최강이라면 다들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잘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학업성취는 우수하지만 학생들의 학업 흥미도, 학습시간에 들이는 시간에 비해서 효율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진다. 게다가 모든 게 ‘수학능력시험’으로 귀결되고, 교육정책은 시도 때도 없이 바뀐다.

때문에 교육주체들은 교육이 변하기를 갈망하고 있다. 위로부터 변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하염없이 정부만 바라볼 수는 없다. 그런 과정에서 등장한 게 바로 ‘혁신학교’이다. 위로부터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교육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여기에 들어 있다. 어쩌면 ‘행복하지 않은 학생’을 위한 새로운 선택인 셈이다.

# 통폐합 위기에서 다시 살아나다

제주도 혁신학교는 ‘다혼디 배움학교’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모두 5개 학교다. 본 기획을 통해 수산초등학교(교장 임진혜)를 먼저 찾았다. 수산초등학교는 아픔이 많은 곳이다. 1980년을 정점으로 학생수는 매년 줄어들었고, 2012년 3월엔 25명까지 줄었다. 때문에 2013년부터는 분교장으로 격하될 위기를 맞았으나 주민들의 열정과 당시 교육의원이던 현 이석문 교육감 등 도의원들의 노력으로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덕분인지 현재 학생수는 60명을 넘고 있다.

수산초 학부모 공개수업 현장.

그렇지 않고 분교장이 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어린이들의 소리로 시끌벅적한 마을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게다.

기자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공개수업이 있다길래 지난주 수산초를 방문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쏠리는 학부모들의 귀와 눈은 교사가 아닌 아이들의 움직임에 쏠려 있다. 세 아이를 뒀다는 이두영씨. 그동안 공개수업 현장은 그와는 먼 이야기였다. 이두영씨는 진작에 이런 공개수업에 와보지 못했다며 못내 아쉬움을 던진다. 그러면서 ‘다혼디 배움학교’에 대한 바람도 곁들였다.

“다혼디 배움학교로 된 건 알죠. 늦둥이인 태창이가 수산초만 오겠다고 고집을 했어요. 농촌에서는 도시와 환경은 다르지만 질 좋은 교육이 이뤄졌으면 해요. 그리고 학생수 수급에만 매달리지 말고, 도시에 못지않은 좋은 학교로 만들어줬으면 해요.”

최근 제주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제주도 인구 60만명 돌파엔 외부에서 유입된 이들의 역할이 크다. 지난해는 다른 지역에서 제주도로 옮긴 귀촌가구만 하더라도 3274가구가 된다. 그만큼 제주도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수산초등학교 역시 그런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산초 학부모의 상당수는 다른 지역 출신들이다.

# 학부모와 함께하는 ‘학부모교육과정지원협의회’

학부모 김정희씨는 세 자녀를 두고 있다. 1학년, 3학년, 5학년 자녀 모두 수산초에 다닌다. 복잡한 서울에 살던 김정희씨는 ‘이주’라는 과감한 결심을 하고, 옮겨 살 곳으로는 제주를 꼽았다. 지난해 3월부터 제주도를 오갔다.

수산초는 매월 학부모와 함께하는 ‘학부모교육과정지원협의회를 열고 있다. 이 협의회에서 다뤄진 내용들이 교육과정에 반영되기도 한다.

“학교 살리기를 한다는 얘기도 알았어요. 작년 10월엔 교장 선생님을 직접 만났어요. 운동장을 뛰노는 애들을 보며 결심을 했죠.”

김정희씨가 깨달은 건 마을은 아이들이 있어야 발전한다는 사실이었다. 아름다운 학교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그는 결심을 잘했다고 한다. 김정희씨와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이 수산마을을 찾으면서 학교는 물론, 마을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학부모 김정희씨는 수산초의 교육 프로그램에 좋은 점수를 주고 있다. 특히 올해는 혁신학교로 바뀌면서 새로운 시스템 적용을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혁신학교’라는 이념도 기대하는 눈치이다. 그런 기대는 수산초가 펼치는 이념과 한 길을 간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수산초는 전교생이 함께 모여 생각을 나눈다. 매월 1·3주 1교시는 ‘혼디모영 생각 나누기’라는 공동체 교육이 이뤄진다. 이 자리는 1학년과 6학년의 벽이 없다. 학년에 관계없이 동등한 발언권과 결정권을 지닌다. ‘내 동생’만 따지거나, ‘내 언니’만 따지지 않는다. 같은 집에 살지는 않지만 학교라는 울타리에 있는 동생이 ‘내 동생’이고, 학교에 있는 언니가 ‘내 언니’가 된다.

공동체 교육이라는 이념은 학생들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교사와 학부모와의 관계도 공동체로 귀결된다. 바로 교사와 학부모가 이야기를 나누는 ‘학부모교육과정지원협의회’가 있다. ‘학부모교육과정지원협의회’는 매월 1차례 진행된다. 이 자리는 교사와 학부모의 만남을 통해 다음달 진행될 교육과정을 의논하고, 교육과정에도 반영된다. 기존 학교에서는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은 과정이다. 수산초에서 만난 학부모 김정희씨는 이런 협의회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수산초 공개수업 세족식 장면. 학부모와 아이들의 자연스런 공감대 자리가 되고 있다.

“전에는 워낙 큰 학교에 있었죠. 누가 교육과정에 참여하는지도 모르고, 제 자신도 관심이 없었죠. 학교에 참여하는 학부모는 소수였고, 저도 그런 학부모의 하나였죠. 수산초는 달라요. 협의회는 학부모들의 기대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곳이어서 편해요. 제가 생각하는 교육이 반영되기도 해요. 더욱 중요한 건 교사와 학부모의 유대감이 좋아진다는 겁니다.”

# ‘다함께’라는 공동체 교육 실현을 위해

수산초는 ‘배움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온라인으로 손우정 교수의 특강을 30차례 듣고, 곧바로 수업에 적용을 해왔다. 이 학교 교사들은 ‘배움의 공동체’를 실현하려고 관련 도서만도 30권을 독파했다.

‘배움의 공동체’는 학부모만 만족해서도 안된다. 그렇다고 교사들의 만족을 위한 것도 아니다. 혁신학교라는 도구는 ‘배움의 공동체’를 실현하는 하나의 창구이며, ‘배움의 공동체’는 학생-교사-학부모의 공동 만족을 추구한다. 여기에다 ‘마을’도 함께한다는 광역 개념이다. 배움의 공동체는 ‘다함께’를 강조하는 협력수업이면서 협동수업이다.

‘배움의 공동체’를 실현하려면 우선 생각해야 할 게 있다. 바로 교사들이 수업에만 전념하는 구조여야 한다. 수산초의 학년별 담임은 수업에만 매달리고 있다. 다음 기획은 수산초 교사들의 이야기를 직접 지면에 담는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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