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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사가 모두 즐거운, ‘진짜 수업’이 시작된다
학생·교사가 모두 즐거운, ‘진짜 수업’이 시작된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5.26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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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제주매일 공동기획]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2> 올해 첫 도입된 ‘제주형 혁신학교’, 무엇이 다른가

‘아이들이 행복한 교실 만들기’를 목표로 지난해 출항한 신임 교육감이 고교체제개편과 더불어 사활을 건 또 하나의 정책은 ‘제주형 혁신학교’다. 입시 위주의 문제풀이식 수업을 참여 위주의 교육활동으로 바꿔 재미와 사고력 향상을 동시에 꾀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3월, 도내 5개교가 이 새로운 실험에 착수했다.

# 재미있는 수업, 재미없는 수업

‘입시’라는 목표에서 조금만 자유로워지면 수업을 재미있게 진행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제주의 해녀문화’를 배운다고 가정할 때, 시험 위주의 수업에서라면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기억할 문장은 ‘척박한 자연 환경을 섬 여인 특유의 강한 인내와 조냥 정신으로 슬기롭게 이겨냈다’는 단편적 서술 정도일 것이다.

기자 역시 초등학교 시절, ‘제주도의 향토색’을 묻는 시험문제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주황색’이라고 적고 나온 기억이 있다. ‘향토색’이라는 단어도 몰랐지만, 물허벅 외엔 제주문화를 대면할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를 찾았던 혁신수업의 세계적 권위자인 켄 바우워 교수가 ‘거꾸로 수업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신임 이석문 교육감이 구상하는 새로운 교육과정에서는 ‘제주의 해녀문화’를 다채롭게 접한다. 국어시간에 숨비소리 연극을 진행하고, 음악시간에 허벅장단 민요와 전통 무용을 배운다. 미술시간에는 물허벅을 직접 만들고, 이러한 활동을 결합하면 학창시절 아이들에게 추억과 재미를 선사할 근사한 캠프와 축제도 가능해진다. 아이들이 해녀문화를 찰흙의 질퍽한 느낌이나 몸의 춤사위, 살아있는 언어로 체득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실제 이 프로그램은 제주형 혁신학교 중 한 곳으로 선정된 애월초등학교가 올해 진행할 수업에 포함돼 있다.

수업을 거꾸로 진행함으로써 아이들의 집중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단원의 기본 개념은 교육부나 교육청이 미리 만들어 배포한 동영상 자료를 통해 집에서 숙지하고, 학교에서는 토론이나 글쓰기, 만들기 등의 관련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다.

지난해 제주를 찾았던 혁신수업의 세계적 권위자 켄 바우워 교수(멕시코 몬테레이대학교)는 이 같은 ‘거꾸로 수업 방식’이 학생들에게 학원에서 선행한 내용을 다시 배워야 하는 지루함을 줄이고, 교사들에게는 학생들을 통제하고 정리하고 지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게 한다고 설명한다. 비록 교사들은 언제 날아올지 모를 학생들의 질문에 대비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수업준비에 할애해야 하겠지만, 학생들은 수업에 재미를 느끼고 그 과정에서 창의성과 협동성, 계획성을 키우게 된다.

# ‘혁신학교’가 뭐죠?

이처럼 학생들을 즐겁게 해줄 새로운 수업 방식들은 올해 도입된 제주형 혁신학교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진보 교육감을 수장으로 맞아들인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입시만을 위한 주입식 문제풀이 교육 방식이 교실을 사장(死藏)시키고, 창의적이며 주도적이어야 할 미래형 인재 계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 과감히 교실수업의 혁신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공모를 통해 애월초, 납읍초, 종달초, 수산초, 무릉초중학교가 선정, 지난 3월 ‘제주형 혁신학교 1호’라는 이름을 달고 새로운 4년간의 실험에 들어갔다.

제주형 혁신학교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초·중등교육법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교육과정의 특례가 주어진다.

지난해 10월 제주도교육청이 교사와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주형 혁신학교 설명회.

학교의 장은 국어·사회·도덕을 제외한 공통 및 선택 교육과정에 대해 교과별 총 수업시간 내지 총 필수 이수단위를 절반 이내에서 달리 정할 수 있고, 학교의 정규 과정을 수료하는 데에 필요한 기간인 수업연한과 수업일수를 일정한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

또, 교육 철학을 공유하는 교사진과 수업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 소속 교원의 전보유예를 요청할 수 있으며, 수업의 전문성 보강을 위해 외부 경력자를 산학겸임교사로 초빙할 수 있다. 교장 및 교감 임용의 문도 개방된다. 심의를 거친 경우 일반용 도서를 국어·사회·도덕을 제외한 교과용 도서로 사용할 수 있다.

제주형 혁신학교에는 4년간 최대 1억여원이 지원된다.

# 실제 수업의 변화 이끌기

혁신학교는 이미 전국에서 ‘혁신학교’(경기도), ‘서울형 혁신학교’(서울), ‘무지개 학교’(전남) 등 여러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 특별법에 명시된 교육과정 특례를 활용해 더욱 과감하고 안정된 기반 위에서 공교육의 변화를 추진한다. 대신, 2007년 도입한 기존의 제주형 자율학교인 ‘i-좋은 학교’는 2015학년도부터 신규 지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체험형 수업은 늘 있어왔다. 그러나 혁신학교에서는 기존의 개별적 수업활동이 과목 간 통합교육과정으로 한층 체계화된다. 수업 설계가 ‘진도 위주’에서 ‘활동 위주’로 바뀌고, 수업 방식의 변화에 걸맞게 평가 기준도 ‘결과’ 중심에서 ‘교육과정’ 중심으로 전환된다. 또, 교장-교감-교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학교문화를 수평적 조직 문화로 바꾸고, 동료 교사 간 협업이 강조되는 등 학교 전체가 하나의 전문적 학습공동체로 활성화된다.

이러한 지향점을 토대로 애월초 등 5개교는 올해 교육과정을 협력과 토론 등 노작교육(勞作敎育)과 감수성을 키우는 문화예술 교육 중심으로 전면 재조정해 첫 시행에 들어갔다. 수업시간은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의 내용에 따라 블록타임(Block-time)제, 전일제, 집중이수제 등으로 융통성 있게 운영된다.

제주도교육청은 교실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이러한 작업들이 아이들로 하여금 학교를 재미있고 안전하고 믿음이 있는 곳으로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1차 년도에 읍면지역 학교를 혁신학교로 선정함으로써 작은 학교 살리기와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교육계의 오랜 과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형 혁신학교는 올해 5개교 지정을 시작으로 매년 4개교씩 2018년에는 도내 180여개 초·중·고의 10%선까지 확대된다. 제주형 혁신학교의 명칭은 앞선 공모에서 이러한 일련의 모든 기대를 담아 ‘다혼디 배움학교’로 최종 결정됐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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