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0:19 (수)
“교실에서 선생님과 즐겁게 웃으며 교육받고 싶어요”
“교실에서 선생님과 즐겁게 웃으며 교육받고 싶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5.19 0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제주·제주매일 공동 기획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1> 프롤로그 : 우리는 왜 공교육의 변화를 시도하는가

미디어제주와 제주매일이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는 주제로 제주도내 공교육의 변화를 시도하는 기획 연재물을 선보입니다. 매주 지면을 통해 찾아가는 기획물로, 제주도내 공교육의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밀알이 되려 합니다. [편집자주]

미디어제주와 제주매일이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는 공동기획을 선보인다.

수업이 변하면 학교가 변한다? 아니, 교사가 변하면 학교가 변한다? 다 맞는 말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현재의 수업을 변화시키고, 그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가 변한다면 학교가 변하는 건 당연하다.

왜 그럴까. 지금까지 교사들은 수업을 변화시키거나, 교사 스스로 변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교사들은 수업을 변화시키려 해왔고, 교사 스스로도 변하고 있고 그 변화는 매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공교육이 늘 붕괴하고 있다고 떠든다. 앞서 수업을 변화시키려는 교사들이 있고, 교사 스스로도 변화를 추구하려는데 말이다. ‘공교육의 붕괴’라고 떠드는 이유는 먼데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교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 학생을 경쟁으로 몰아넣는 교육정책

현재의 교실은 어떤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만사를 귀찮다고 하는 애들이다. 학생은 공부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겐 수업이나 학교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우리 사회는 경쟁과 능력만을 앞세우고 있다. 세계화가 진전되면 진전될수록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학교의 공공성와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그런 경쟁에서 매몰되는 건 학생들이다. 매번 바뀌는 교육정책은 경쟁만을 양상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즐거운 학교가 될 것인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울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수업을 변화시키려 애쓰는 교사도, 교사 스스로 변하려는 움직임도 이런 경쟁 체제에서는 지쳐서 떨어져나갈 뿐이다.

서두에 꺼낸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아니, 교실을 바로 들여다보는 정답 가운데 하나이다. 지금까지는 그런 여건을 제대로 만들어주지 않았기에 그 명제에 대한 확답을 하지 못했다.

수업 이야기가 나왔으니 ‘캐치볼’과 수업의 상관관계를 잠깐 살펴보자. 수업을 ‘캐치볼’과 비교해서 이야기하겠다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이 공을 서로 주고받는 걸 상상하면서 글을 읽어보면 된다. 학생이 공을 던지면 교사는 받을 수도 있고, 떨어뜨릴 수도 있다. 교사가 잘못 던진 공이라도 받아주면 학생의 기분은 어떨까. 답은 자명하다. 매우 기분이 좋아질 것이고, 다음엔 더 정확하게 던지려 한다. 그렇지 않고 학생이 잘 던진 공을 교사가 떨어뜨린다면? 당연히 그 학생은 우울해진다. 그에 대해 교사가 그 학생을 행해 “공을 주워와”라고 한다면. 답은 말할 필요가 없다.

# 수업변화는 교사 1인으로는 안돼

수업이 바뀌려면 우선은 교사가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고 교사 혼자서 바뀌면 될 수가 없다. 교사 혼자 바뀐다고 하더라도 한 교실의 작은 부분에서의 움직임에만 그친다. 하나의 교실을 움직이고, 교실이 모여 학교 전체의 수업 틀을 움직이게 하려면 우선은 학교의 틀이 조정돼야 한다. 그런 움직임에 교육청의 지원만 추가된다면 금상첨화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부터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도입한 ‘다혼디 배움학교’라는 제주형 자율학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혼디 배움학교는 모두 5곳이다. 읍면의 작은 학교를 중심으로, 수업의 변화와 큰 틀에서 학교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앞서 수업은 캐치볼과 같다고 했다. 공을 주고받는 일은 수업 중에 교사와 학생이 오가는 대화나 마찬가지이며, 어떻게 캐치볼을 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다혼디 배움학교는 이런 캐치볼에 변화를 시도하는 ‘배움의 공동체’라고 본다.

다혼디 배움학교는 학교마다 차이는 있으나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는 틀을 적용하고 있다. 일자형 탁자 배치를 ‘ㄷ’자형으로 바꾸기도, 1~2교시를 하나로 합쳐서 블록형 수업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배움을 전달하는 틀을 벗어던지겠다는 의도이다.

# 궁극적으로 ‘배움의 공동체’로 귀결돼야

수업은 교사에게 전달자의 역할만을 강조하는 구도를 벗어던지라고 말한다. ‘배움의 공동체’를 강조하는 일본의 사토 마나부 교수는 “배움의 공동체에서 학교란 아이들이 서로 배우고 성장할 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교육의 전문가로서 함께 배우면서 서로 성장하고, 부모와 시민도 배우면서 성장하는 곳이다”고 정의를 내린다.

사토 마나부 교수가 얘기하고 있는 ‘배움의 공동체’는 교사와 학생이라는 기존 틀에 학부모, 더 나아가 지역 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는 말로 귀결된다.

미디어제주·제주매일이 내건 공동기획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는 이런 움직임을 취재하고, 보도할 계획이다. 다혼디 배움학교를 포함, ‘배움의 공동체’를 몸소 실현하고 있는 학교를 직접 들여다보고 독자들에게 변하고 있는 공교육의 현재를 이야기 하려 한다. 그 속에서 학생들의 생각, 학부모의 생각, 교사로서의 자존을 지켜나가면서 수업을 바꾸는 교사들도 이번 기획에서 다루게 된다.

여기에다 수업변화, 학교의 변화를 위해 실제적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도 찾아볼 계획이다. 막상 교사는 교실 현장에서 수업에 매달리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포함, 제주 공교육의 바람직한 방안을 찾아 독자 여러분들과 공감을 해보려 한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

“지금 학교는, 잠자는 학생들과의 전쟁중”

- 제주도내 고교 교장들이 말하는 교실 현장의 분위기

“정책도 좋은데요. 아이들이 일단 잠을 안 자야 좋은 수업이든 뭐든 하죠.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시간을 규제해주세요.” “자기 적성에 맞지 않는 수업을 듣기 위해 하루종일 학교에 앉아있는 아이들의 고충도 이해가 돼요.”

공교육의 현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은 고등학교 교실이다. 대학과 취업 사이에서 대략의 인생 설계가 잡히는 시기이지만, 공부에 등을 돌린 아이들조차 국·영·수 과목을 중심으로 주입식 교육이 이뤄지는 교실에서 학교 일과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책상 위에서 흥미를 발견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방과후 친구들과의 소소한 놀이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신 학교에서 못잔 잠을 보충한다. 교실이 본연의 기능을 잃은 채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고교 교장들은 이석문 교육감을 만난 자리에서 이처럼 수학(修學) 에너지를 상실한 적막한 교육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이석문 교육감과 교장단과의 간담회. 이 자리에서 교장들이 교실에서의 문제점을 털어놓기도 했다.

제주시 동지역에 위치한 한 특성화고의 교장은 “우리 학교는 4시 30분에 끝나다보니 아르바이트 하기 가장 좋은 학교로 알려졌다”며 “적성에 맞지 않는 수업을 하루종일 듣는 아이들의 고충도 이해는 된다”고 씁쓸해했다.

도내 특성화고 중 입학 경쟁이 가장 치열한 한 학교의 교장조차도 “취업률을 올리는 것보다 생활지도가 더 어렵다”며 “아이들을 깨우지 못 하면 어떤 질 높은 수업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좋은 교육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한 이날 간담회에서 상당수의 교장들은 수업이 아니라 아이들의 잠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 학생들의 꿈과 흥미를 자극할 교육 시스템의 부재가 재미없는 학교를 만들고 있다는 데 우려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