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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주민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재생이 될 것인가”
“과연 주민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재생이 될 것인가”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5.11 10:1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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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재생사업안 들여다보니] <4> 겉만 번지르르한 도시재생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이 특별법을 들여다보면 도시재생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이 법은 도시의 경제·사회·문화 활력을 위해 지원을 하도록 하는 법이다. 궁극적 목적인 도시의 자생적인 성장과 경쟁력 제고, 지역 공동체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법만 놓고 보면 예전 개발 일변도의 도심 재생과는 사뭇 달라졌음을 알게 된다. 예전 도시재생은 재건축과 재개발이 화두였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도시재생’이라는 단어는 없고 ‘개발’ 위주의 정책만 떠들었다.

‘개발’이 압도적인 위치를 점한 이유는 압축적인 도시개발 정책 때문이었다. 바로 신도시 위주의 정책이었고, 그러다보니 옛 시가지에 사는 이들이 떠나면서 문화·교육·복지 등 여러 기능이 한꺼번에 약화됐다.

그러다가 1990년대 이후 도시재생이라는 단어가 본격 등장한다. 이 때의 도시재생은 ‘부활’의 의미에 가까운 ‘리제너레이션(regeneratio)’이다. 하지만 여기엔 주민참여 등이 빠져 있다.

그래서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도시재생은 단순한 부활이 아니라 ‘거주’의 개념을 강화시킨 ‘리헤비테이션(rehabitation)’이 힘을 얻고 있다. 원도심에 재활력을 일으키는 개념으로의 전환이다.

바로 ‘리헤비테이션’은 도시재생 특별법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과 연관성이 있다. 앞서 얘기한 도시재생 특별법의 목적을 다시 들여다보자. 특별법은 도시의 자생적인 성장과 경쟁력 제고, 지역 공동체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거기에 있는 이들이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어야 한다.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은 과연 누구를 주체로 삼고 있을까. 사진은 상공에서 바라본 제주시 원도심 일대.

도시재생은 제주에서만 관심을 기울이는 건 아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왜 도시재생이 필요한지는 두말할 필요는 없다. 단순하게 공동화의 길을 걷고 있는 도심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건 아니다. 도심과 도심의 균형발전이 화두인 것이다. 그건 새 도심 위주의 정책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상황은 어떤가. 제주시 원도심은 근현대 제주역사의 중심지였으나, 이젠 신도심에 자리를 내준지 오래 됐다. 연동·노형 팽창에 이어, 이도지구·아라지구로 도심이 확산되면서 원도심 활성화가 힘을 얻는 건 사실이다.

때문에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 공모에 뛰어들었다. 제주도에서 내놓은 도시재생사업 공모안이 통과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6월이면 알 수 있다.

<미디어제주>는 앞서 기획을 통해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공모안에 나타난 무차별적인 역사 복원의 문제를 끄집어냈다. 오랜 역사시설물을 복원하겠다는 건데, 문제를 제기했던 이유는 눈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드러낸다는 사업이어서 문제를 지적했다. 역사 잔재 보존은 더 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더욱이 도시재생안에 포함된 것들은 현재 흔적이 전혀 없기도 하거니와, 오래돼도 너무 오래된 과거의 역사에만 집착을 하고 있다.

최근의 도시재생은 ‘리헤비테이션(rehabitation)’이라고 했다. 현재 원도심에 사는 이들의 생존을 담보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엔 주민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과거보다는 현재의 위치가 중요해진다.

제주도가 제시하고 있는 공모안은 과연 그런 주민참여를 담고 있을까. 각종 사업들은 열거를 해뒀지만 원도심에 사는 이들을 얼마나 참여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 아울러 원도심에 사는 이들이 도시재생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도 아직은 모른다. 그들의 생각을 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원도심에 살았던 이들의 생각을 듣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사업 구상도.

도시재생 특별법은 ‘도시재생전략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0년 단위 혹은, 5년 단위로 정비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잡는 걸 말한다. 특별법은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공청회를 개최해서 주민들의 의견을 묻도록 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건 왜 중요할까. 행정이 우선을 하게 되면 겉모양은 도시재생이 되는 것 같지만 속은 전혀 다른 결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이 잘 된 모델로 대구시의 중구 동성로 일대를 꼽곤 한다. 지난 2007년이후 100억원 가량 예산이 투입된 대구 중구는 가로 환경 등이 많이 바뀌고, 전국 각지에서 여기를 찾으며 그야말로 ‘핫한’ 장소가 됐다. 하지만 대구 중구 동성로는 부동산 가치 폭등으로 새로운 문제를 안고 있다. 평당 300만원이던 곳이 3000만원으로 뛰면서 도심 재활력의 새로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구 중구만 그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건 아니다. 서울의 북촌과 서촌 등도 똑같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왜 그런가 하는 건 세들어 살고 있든, 거기에 정착해서 살든간에 현재 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생각을 우선으로 하지 않고 돈만 투입되는 사업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은 살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발생시키고 있다. 겉만 번지르르한 도시재생의 결과물이다. 제주도가 제시한 도시재생 공모안도 그래서 우려가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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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맞나! 2015-05-12 21:36:09
도대체 제주의 원도심 관련으로 열심인 분들이 무엇때문에 그리 사명감을 갖고 계신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순수한 열정이 무기이지만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격언이 원도심을 향해 외치는 목소리에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뭐라했는지 밝혀 마녀사냥을 하자는 것도 찬성할수 없지만 진정으로 잘 모르면 뒤에서 서계시기만 했으면 한다. 너도 나도 원도심에서 역할을 해야 제주를 사랑하는 이가 될거라는 자기애에서 출발한 적극성은 가뜩이나 전문적이지 못한 원도심 관련 행정의 눈을 흐리는 원인이 된다. 무슨 공모냐? 전문성을 갖고 전문가의 이름을 걸고 행정에서 리드해 나가라! 검증도 안된 여기 저기 전문가라 자칭하는 이들의 얘기로 원도심을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잡탕밥을 만들려 하지 말고 자신없으면 가만 있어라! 행정이 전략을 제대로 세워야할 의무와 책임이 있음을 간과하고 남의 얘기들로 덧발라 책임회피할 생각이라면 그 자리에서 사퇴하라! 원도정이 바보가 아닐진데 공무원들의 역량을 모르지도 않을 것이고... 다시한번 주장한다. 행정이 공부하고 책임지고 정책을 수립하고 나가라! 연봉6천 받으며 3천짜리 햇병아리 얘기를 들어서야

자부심 가질 수 있는 도시 재생 2015-05-11 21:23:48
제주시 원도심 재생은 지역민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 기사에서 강조했듯이 제주시 원도심의 가치는 신시가지와는 차별화된 역사적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그 역사에 대한 정의부터 도민공청회를 열어서 논의해야합니다. 역사를 복원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현재 살고 있는 주민의 역사를 없애는 식의 도시재생 아이디어는 누구의 것이었는지도 밝혀야합니다. 도민은 참여가 배제된 상태로 이런 공모에 낸 계획서는 어떤 배경에서 작성된 것인지 밝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