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이 특별법을 들여다보면 도시재생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이 법은 도시의 경제·사회·문화 활력을 위해 지원을 하도록 하는 법이다. 궁극적 목적인 도시의 자생적인 성장과 경쟁력 제고, 지역 공동체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법만 놓고 보면 예전 개발 일변도의 도심 재생과는 사뭇 달라졌음을 알게 된다. 예전 도시재생은 재건축과 재개발이 화두였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도시재생’이라는 단어는 없고 ‘개발’ 위주의 정책만 떠들었다.
‘개발’이 압도적인 위치를 점한 이유는 압축적인 도시개발 정책 때문이었다. 바로 신도시 위주의 정책이었고, 그러다보니 옛 시가지에 사는 이들이 떠나면서 문화·교육·복지 등 여러 기능이 한꺼번에 약화됐다.
그러다가 1990년대 이후 도시재생이라는 단어가 본격 등장한다. 이 때의 도시재생은 ‘부활’의 의미에 가까운 ‘리제너레이션(regeneratio)’이다. 하지만 여기엔 주민참여 등이 빠져 있다.
그래서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도시재생은 단순한 부활이 아니라 ‘거주’의 개념을 강화시킨 ‘리헤비테이션(rehabitation)’이 힘을 얻고 있다. 원도심에 재활력을 일으키는 개념으로의 전환이다.
바로 ‘리헤비테이션’은 도시재생 특별법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과 연관성이 있다. 앞서 얘기한 도시재생 특별법의 목적을 다시 들여다보자. 특별법은 도시의 자생적인 성장과 경쟁력 제고, 지역 공동체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거기에 있는 이들이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어야 한다.
도시재생은 제주에서만 관심을 기울이는 건 아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왜 도시재생이 필요한지는 두말할 필요는 없다. 단순하게 공동화의 길을 걷고 있는 도심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건 아니다. 도심과 도심의 균형발전이 화두인 것이다. 그건 새 도심 위주의 정책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상황은 어떤가. 제주시 원도심은 근현대 제주역사의 중심지였으나, 이젠 신도심에 자리를 내준지 오래 됐다. 연동·노형 팽창에 이어, 이도지구·아라지구로 도심이 확산되면서 원도심 활성화가 힘을 얻는 건 사실이다.
때문에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 공모에 뛰어들었다. 제주도에서 내놓은 도시재생사업 공모안이 통과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6월이면 알 수 있다.
<미디어제주>는 앞서 기획을 통해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공모안에 나타난 무차별적인 역사 복원의 문제를 끄집어냈다. 오랜 역사시설물을 복원하겠다는 건데, 문제를 제기했던 이유는 눈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드러낸다는 사업이어서 문제를 지적했다. 역사 잔재 보존은 더 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더욱이 도시재생안에 포함된 것들은 현재 흔적이 전혀 없기도 하거니와, 오래돼도 너무 오래된 과거의 역사에만 집착을 하고 있다.
최근의 도시재생은 ‘리헤비테이션(rehabitation)’이라고 했다. 현재 원도심에 사는 이들의 생존을 담보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엔 주민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과거보다는 현재의 위치가 중요해진다.
제주도가 제시하고 있는 공모안은 과연 그런 주민참여를 담고 있을까. 각종 사업들은 열거를 해뒀지만 원도심에 사는 이들을 얼마나 참여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 아울러 원도심에 사는 이들이 도시재생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도 아직은 모른다. 그들의 생각을 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원도심에 살았던 이들의 생각을 듣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재생 특별법은 ‘도시재생전략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0년 단위 혹은, 5년 단위로 정비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잡는 걸 말한다. 특별법은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공청회를 개최해서 주민들의 의견을 묻도록 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건 왜 중요할까. 행정이 우선을 하게 되면 겉모양은 도시재생이 되는 것 같지만 속은 전혀 다른 결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이 잘 된 모델로 대구시의 중구 동성로 일대를 꼽곤 한다. 지난 2007년이후 100억원 가량 예산이 투입된 대구 중구는 가로 환경 등이 많이 바뀌고, 전국 각지에서 여기를 찾으며 그야말로 ‘핫한’ 장소가 됐다. 하지만 대구 중구 동성로는 부동산 가치 폭등으로 새로운 문제를 안고 있다. 평당 300만원이던 곳이 3000만원으로 뛰면서 도심 재활력의 새로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구 중구만 그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건 아니다. 서울의 북촌과 서촌 등도 똑같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왜 그런가 하는 건 세들어 살고 있든, 거기에 정착해서 살든간에 현재 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생각을 우선으로 하지 않고 돈만 투입되는 사업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은 살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발생시키고 있다. 겉만 번지르르한 도시재생의 결과물이다. 제주도가 제시한 도시재생 공모안도 그래서 우려가 된다. >끝<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