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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유도시 제주, 싱가포르에 대한 올바른 이해부터"
"국제자유도시 제주, 싱가포르에 대한 올바른 이해부터"
  • 이정민
  • 승인 2015.01.29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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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의 싱가포르 도시계획 이야기] <1> 싱가포르 도시계획 이야기를 시작하며

도시계획은 그 도시의 미래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일(정책, 사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결과물은 도면과 보고서 형태로 제시된다. 도시계획에 있어서 미래 비전이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원희룡 도정이 출범하면서 지난 도정에서 시작되었던 일들을 “제주도의 미래비전과 미래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사업자로 하여금 중단토록 하거나 변경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카지노의 경우에는 싱가포르 카지노 감독청과 같은 투명한 카지노 관리기구가 설치된 이후 허용하겠다고는 발언도 이어졌다.

그동안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를 추진하면서, 홍콩과 싱가포르를 합친 '홍가포르' 모델을 롤 모델로 설정, 다양한 규제완화와 투자유치 정책을 시행했다. 그 과정에서 성과도 있었지만, 불만도 또한 적지 않다.

국제도시로 성공한 싱가포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싱가포르 건국자인 리콴유의 일생과 싱가포르 도시계획을 지탱하고 있는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2000년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해오고 있지만, 지엽적인 벤치마킹 보고서만 몇 편 발간되었을 뿐, 아직까지 싱가포르를 이해하고 제주도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정책제안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싱가포르 도시계획 이야기는 이러한 문제인식을 토대로 작성될 것이다.

우선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싱가포르는 왜 세계도시의 길을 걸어야만 했는가? 이에 대한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해답은 리콴유의 전 총리의 자서전 '내가 걸어온 일류국가의 길(From third world to first)'에 잘 나타나 있다. 싱가포르는 독립당시, 인종 갈등, 이데올로기 대립, 집단이기주의에 의한 불법파업과 폭력시위사태에 폭동까지 빈발하여 생존의 가능성이 희박한 실정이었다.

싱가포르의 국토 면적

당시 중개무역을 통해 어느 정도 경제적인 기반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자연자원이 전무한 곳이 바로 싱가포르였다. 이 때 30대인 리콴유는 일류국가를 만들겠다는 기치를 높이 들고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국민 앞에 우뚝 섰다. 그는 국민들에게 일류국가라는 구체적인 미래비전을 던진 것이다. 제주도 원희룡 도지사가 전진 제주의 미래비전과 미래가치는 추상적이지만, 리콴유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독립이 되고도 싱가포르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공직자들은 매우 타락했었고, 노조는 영국의 영향을 받아 강성 노조였다. 여기에 당시 싱가포르 전체 고용의 23%를 차지하고 있던 영국 해군기지가 당시 영국의 국가 사정으로 인해 1971년 철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당시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는 공산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면서, 싱가포르 또한 공산화가 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극심한 실업률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정부는 영국정부에 해군기지 잔류를 구걸하지 않았다.

독립 직후 싱가포르는 높은 실업률과 열악한 도시기반시설 등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었다.

1960년대 말 70년대 초는 공산화만 진행된 것이 아니다. 산업의 국제화 또한 진행됐다. 미국, 일본, 독일의 생산공장이 인건비가 저렴한 아시아와 남미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높은 실업률과 도심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도심 인근을 재개발해 공공주택과 아파트형 공장을 건설했다.

싱가포르에 국제금융센터가 생겨나면 뉴욕-런던-프랑크푸르트-동경으로 연결될 때, 잠시 간극이 생기는 부분을 채울 수 있다고 판단, 국제금융센터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국민의 실업률을 낮추고 지속적인 경제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제조업 단지인 주롱산업단지를 조성했지만, 계획만큼 외국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도시환경이 국제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싱가포르를 만들기 위해 1958년까지 유지되었던 용도지역제 위주의 도시계획시스템을 유엔개발기구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개발사업을 유도하는 도시계획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했다. 동시에 '클린 앤 그린(clean and green)' 도시 정책을 폈다.

열대 우림으로 이뤄 가로수와 공원의 나무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거리에는 껌과 담배,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 법률로 강하게 처벌했다. 그 성과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도시계획 경쟁력이 높은 국가가 됐고, 주변 국가로 도시계획을 수출하기까지 하고 있다. 상해 포동 신도시가 싱가포르 도시계획가들이 설계하고 운영 시스템을 만들었고, 2010년부터는 도시계획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여하고 있다.

 

▲ 이정민 객원필진 <미디어제주>

<프로필>
1989.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 입학
2002. 홍익대학교 대학원 도시계획과(공학박사)
1995. 국토연구원 연구원
2003.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원
2004∼2006. 2011. 제주대학교 시간강사
2006∼2014.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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