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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웃음이 매일 넘치니 마을이 살아있는 걸 실감”
“어린이들의 웃음이 매일 넘치니 마을이 살아있는 걸 실감”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4.12.2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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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 현장] <31> 작은학교살리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송당초등학교
폐교 위기까지 몰렸던 송당초등학교가 마을주민들과 학교의 노력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 유독 작은 마을이 많은 곳이다. 정부의 작은 학교 통폐합 시책으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지역의 하나가 구좌읍이다. 이 지역은 분교장을 포함해 9개 학교가 있으나 대부분 소규모 학교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지난 2012년 계획한 ‘적정규모 학교 육성계획’에 따르면 구좌읍 지역의 이들 초등학교 가운데 김녕초와 세화초를 제외한 모든 학교는 통폐합 대상이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큰 학교’가 아닌 ‘작은 학교’를 살리는 정책으로의 변환이다.

송당초등학교가 위치한 구좌읍 송당리는 이야기를 많이 간직한 곳이다. 제주도의 본향신 원조인 ‘송당 본향당’이 자리하고 있고, 주변으로는 20여개의 오름이 봉긋봉긋 사이좋게 솟아 있는 곳이다.

제주의 당 이야기가 있고, 설문대할망이 만들어둔 오름이 많은 곳이기에 송당초등학교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때문에 통폐합이라는 얘기는 송당초등학교는 물론, 이곳 주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송당초는 1970년대는 학생수가 200명을 넘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젊은이들이 빠져나가면서 1990년대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100명 이하에서 계속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볼 수 없던 학교와 주민들이 1999년부터 학교살리기에 나섰다. 빈집을 빌려주면서 시작한 학교살리기는 성공을 거두는 듯했으나 힘에 부쳤다. 학교 통폐합 반대 목소리는 높았으나 학생수가 줄어드는 건 막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해는 학생수가 39명으로 떨어지는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았다.

송당리 푯말 뒤로 '당오름빌'이 보인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라고 했던가. 지난해 학교살리기사업 공동임대주택사업 마을로 선정되면서 힘을 받기 시작했다. 송당리 마을에서 임대주택에 들어갈 12세대를 전국 단위로 공모하자 서로 오겠다며 지원서를 제출했다.

송당초등학교와 송당리 마을은 새로 입주할 주민들을 선택하는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됐다. 입주하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학생수가 적은 학년에 편입할 학생을 둔 부모, 다자녀, 직업이 확실한 부모였다. 그래서인지 12세대의 직업군도 다양하다. 프로그래머가 있고, 중국인 강사, 영어 강사, 회계사 등 고급 인력이 넘쳐났다. 이들 입주민들은 그들의 실력 발휘를 마을에서 하고 있다. 중국인 강사 자격을 지닌 학부모는 송당초와 이웃 학교의 방과후학교 교사로 맹활약 중이다.

이런 다양한 인력군을 흡수한 송당리는 대만족이다. 송당리 임대주택은 ‘당오름빌’이라는 이름을 달고 지난 10월 11일 입주식을 가졌다. 12세대의 학생수는 24명으로, 덕분에 송당초 학생수는 62명으로 늘었다.

송당초등학교 살리기의 모체가 된 2동의 당오름빌.

송당초등학교 고현숙 교장은 “1년 사이에 달라진 걸 많이 느낀다. 제주도교육청의 관심도 역시 달라졌다”며 “등하교 때 교통정리도 신경을 쓸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작은 학교가 변화의 중심이 되는 시대이다. 특히 제주도가 소위 ‘뜨는 지역’으로 급부상하면서 중산간 일대의 작은 학교는 더 매력적인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새로운 꿈을 꾸는 초등학교는 이젠 송당초에서 벤치마킹을 할 때가 멀지 않았다.

 

[미니 인터뷰] 김기범 송당리장

“이런 마을은 전국 어디에도 없답니다”

김기범 송당리장.

작은 학교 살리기엔 마을의 힘이 절대적이다. 현재 송당리 마을의 대표격인 송당리장은 이 마을 서동 출신인 김기범씨(53)다. 그는 송당리 ‘마을리장’이라는 공식 직책이 붙은 걸로 계산하면 제35대 이장이 된다. 지난해부터 마을의 중책을 맡고 있다.

최근엔 ‘당오름빌’ 2동을 건축, 새로 입주한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에 빠졌다.

“학교가 있어야 마을이 살아나죠. 젊은이들이 빠져나가면서 나이 많은 이들의 비율만 늘었어요. 1999년부터는 빈집을 빌려주면서 학교 살리기에 나서긴 했어요. 그러나 빈집은 한계였어요. 지난 2012년 3월 한때 학생수가 줄면서 5학급이 된 적이 있어요. 그 때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방향을 선회했죠.”

‘빈집임대’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꽤 오랜 시일이 걸렸다. 하지만 송당리는 해냈다. 다세대임대주택의 완성으로, 송당초는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해보니 좋죠. 당오름빌에서 애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렇다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새로 입주한 이들은 초등생 자녀가 졸업하면 떠나야 한다. 하지만 다세대주택에 입주한 이들의 절반 이상은 송당리에 계속 머물고 싶단다. 이들을 고민을 해소하는 게 남아 있다.

“마을 임원들과 고민중입니다. 정부에서 신규마을조성사업을 추진하는데, 적당한 부지를 사들이는 방안도 생각중이죠. 송당리는 육지부에서도 선호하는 마을이에요. 이런 마을은 어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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