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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내 마음 속엔 이형상이 자리하고 있어요”
원희룡 “내 마음 속엔 이형상이 자리하고 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4.12.09 17: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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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한라산신제·건시대제 등 제례에 빠지는 원희룡 지사를 보며

18세기는 변화의 시기였다. 그런 변화와 변혁의 시기에 제주에 온 인물이 있다. ‘목사’라는 타이틀을 걸고 제주의 땅에, 제주의 수장으로서 관덕정을 들른 이는 이형상이다. 그는 1702년 제주목사로 내려와 제주도를 두루 다니며 <탐라순력도>를 남기기도 했다. ‘순력’은 절제사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그 지역의 방어 실태와 풍속을 살피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형상 목사, 그는 ‘당 오백 절 오백’으로 불리던 제주의 풍속에 엄청난 린치를 가한 이였다. 탐라순력도 ‘건포배은(巾浦拜恩)’을 보면 각 마을에 있는 신당이 불타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이형상은 그 그림 아래에 “불에 타 없어진 신당이 129곳, 훼손된 사찰이 5곳이다. 285명의 무격(남녀무당)을 농업으로 돌려놓았다”고 적고 있다.

<탐라순력도>의 '건포배은'. 이형상 목사는 자신의 재임 시절 제주의 정체성이던 당과 절에 린치를 가했다.

이형상에 이어 현대에 와서도 제주의 당 문화는 파괴를 입었다. 박정희 시대 때 일어난 새마을운동이었다.

그래도 살아남았다. 제주의 의식은 이젠 세계적인 무형유산으로 변모했다. 왜 세계에서 제주의 무형유산을 인정할까. 이유는 세계인이 인정하는 통과의례라는 사실 때문이다. 프랑스 인류학자인 아르놀트 반 헤네프가 만들어낸 통과의례는 인간이면 누구나 삶에서 겪어야 하는 의식을 일컫는다.

통과의례는 개개인에게도 있지만 큰 의미로 볼 때 하나의 국가에, 세계적 행사 때, 작게는 자치행정단위에도 있다.

올림픽 때면 그리스 아테네에서 성화를 채화한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도 마찬가지다. 다들 그런 의례을 치르면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작은 행정단위는? 물론 통과의례가 있다. 작은 행정단위에서 이뤄지는 통과의례는 ‘제례’에 좀 더 가깝다는 사실이 국가적, 세계적인 행사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제주에서 가장 큰 통과의례로는 한라산신제와 건시대제 등을 들 수 있다. 한라산신제는 탐라 때부터 죽 이어오는 제주도의 통과의례로 제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었다.

한라산신제가 제주도민 전체를 상대로 한다면 건시대제는 탐라를 만든 삼을나의 위업을 기리는 의식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원희룡 도지사는 그런 통과의례를 거부하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전을 앞두고 체전의 성공기원을 하는 한라산신제를 봉행했으나, 원희룡 지사는 그 의례에 빠졌다.

원희룡 지사는 내일(10일) 삼성사재단이 주최하는 건시대제 제례봉행에 빠진다고 했다. 제주도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제례봉행은 빠지지만 음복행사에는 참석한다”고 했다.

뭔가 개운치 않다. 통과의례는 종교와는 무관하다. 제 아무리 기독교를 믿는 이들이라도 통과의례는 통과의례일 뿐이다.

원희룡 지사는 제주에 내려오며 관덕정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가졌다. 18세기 조선이 그랬듯이 원희룡 지사가 제주에 내려온 시점 역시 변화와 변혁의 시기임은 분명하다. 원희룡 지사는 왜 관덕정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던가. 그건 제주인으로도 당당한 대접을 받겠다는 의지에 다름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이형상처럼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니는 ‘순력’을 했다.

그런데 최근 행보들을 보면 원희룡 지사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혹시 그의 맘속엔 제주인의 정체성이던 ‘당 오백 절 오백’을 부정하던 이형상이 자리를 틀고 있는 건 아닌지 무척 궁금하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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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상 2015-01-05 19:40:42
저가 보기에 원지사님은 종교적인 이유로 한라산신제와 건시대제에 불참하였다고 봅니다. 아무리 바쁜 일정이 있다하여도 제주도에서 이 시기에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아마 내년에도 불참하시겠지요. 그러나다 1년 정도 남기고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