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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것 끼리 만나는 소중함, 자연순환·친환경 일깨우고파”
“살아있는 것 끼리 만나는 소중함, 자연순환·친환경 일깨우고파”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4.11.21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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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업인의 手多] <27>‘보리울농장’ 이경수·이귀환 대표

제주지역 농업이 거듭 진화하고 있다. 이제 제주지역에서 나오는 농·특산물이 단순생산에서 벗어나 가공, 유통, 체험에 이르는 다양한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6차 산업은 ‘1차 농·특산물 생산, 2차 제조 또는 가공, 3차 유통·관광·외식·치유·교육을 통해 판매’를 합친 걸 뜻한다. 제주엔 ‘수다뜰’이 있다. 여성들이 모여서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을 가지고 직접 가공한 제품을 팔고 있는 ’농가수제품‘의 공동브랜드이다. 그 중심엔 여성 농업인들이 있다. 열심히 손을 움직여야하는 ‘수다’(手多)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농촌교육·체험농장도 6차 산업 실천현장이다. 이들을 만나 제주농업 진화와 미래를 확인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애월읍 장전리에서 '보리울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경수.이귀환 부부.

“농산물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망치를 들고 뭔 가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농사 자체에서 얻어지는 것에 의미를 줌은 물론 교육에 좀 더 중점을 두려 해요. 다른 농촌교육농장과 시스템을 차별화해 농촌을 제대로 알리는데 힘쓰고 있어요”

‘쇠질’(소가 다니는 길)로 유명한 애월읍 장전리에서 ‘보리울농장’을 운영하는 이경수·이귀환 부부(58)는 여느 농촌교육농장과 다른 독특한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부부가 교육현장에서 오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특별히 ‘교육’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베리를 많이 따는 것보다 블루베리를 많이 보며 교감을 느낄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이곳에선 어른이나 아이들이 농사·음악 등 하고 싶은 것 하고, 자기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하려해요. 살아있는 것끼리 즉 식물과 사람의 만남이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싶어요“

부부는 초등학교 교단에서 33년 동안 근무하다 지난 2010년에 함께 명예퇴임을 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뭔가 고심하다 농촌교육농장에 마음이 꽂혔다.

“일본에 시찰을 갔는데 그곳에서 6차 산업이 많이 정착돼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게 많았어요. 1차 산업이 민박 교육 관광 등과 연계해 활성화하고 있는 게 인상 깊었죠. 제주에서도 충분히 있다고 보고 시작하게 됐어요”

부부가 미국 펜실베니아주 랭커스타 시티 아미쉬 마을을 보면서 더욱 마음을 굳히게 됐다고 전한다.

“이 마을에선 전력을 쓰지 않아, 빨래를 밖에 널어서 말려요. 마차를 타고 30분 코스로 아침부터 전원을 돌고, 목재 가공품 퀼트 등을 팔고 있죠. 낮엔 쇼핑과 수공예품 체험장이 마련돼 있고요. 소박한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마음을 힐링할 수 있었죠”

미국 전역에 말들이 다닐 수 있는 마로가 마련됐고, 말 신호등도 따로 있는 게 놀라웠다.제주가 말 특구로 지정되고도 말고기·승마·경마 쪽으로 가고 있는데 말 산업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름에너지가 아닌 동물과 더불어 사는 걸 벤치마킹하라고 주문한다.

#“모든 생물이 사람과 어우러져 사는 게 중요”

이경수 이귀환 부부는 보리울농장을 찾는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것들이 만남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려고 한다.

2011년부터 땅을 마련해 교육농장 준비에 들어가 올해 3월 보리울농장은 농촌교육농장으로 지정됐다.

“이제 시작인데요. 본격적으로 아이들 교육과정을 위해 1~2년은 밑 작업을 해야 할 것으로 봐요. 물론 농사를 짓던 분들과 경험이 없는 저희들과는 나름대로 강약점이 있죠. 농사감각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 농사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고, 교육경험이란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자리 잡으려면 숙성기간이 필요한 거죠”

보리울 농장은 1800평에 자리 잡고 있다. 일단 1200평에서 블루베리 100그루와 무화과를 심고 있다. 교육체험에 쓰기 위해 고구마 도라지 옥수수 등을 키워 사람이 자연과 함께 사는 걸 전하고 싶어한다.

“모든 동·식물들이 사람과 어우러져 사는 걸 애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농장이 ‘반 풀. 반 먹거리’가 되다보니 웃음거리가 될 수 있어요. 제초제와 농약을 전혀 쓰지 않음으로써 뱀 도마뱀도 꼭 필요한 존재란 걸 보여주고 싶네요. 농촌 정신이 자라나는 세대에 전해져야 한다고 느끼고 있죠”

농촌이 삶의 근본이라는 걸 아이들이 느끼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부부는 강조한다.

“팔고 팔려나갈 게 없는 농사를 짓고 있죠. 상업농이 아닌 정서적인 부분을 일깨워주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자원 순환적인 과정을 애들에게 보여주려 퇴비장과 생태화장실을 옥외에 마련했죠. 체험 온 아이들이 거름을 만들어보겠다고 나서는 걸 보면서 기쁨을 느낄 수 있어요”

이 농장엔 농업용창고·비닐하우스와 함께 황토로 만든 집이 5채(10평짜리 4채, 20평짜리 1채) 있다. 3채는 주거공간으로, 1채는 공동공간, 나머지 1채는 주방으로 취사를 한다.

집이 갖는 주제는 ‘따로 또 같이’ 이다. 한 지붕에 있어도 독립적인 기능을 주도록 설계해, 잠은 따로 자지만 식사는 같이 할 수 있도록 했다.

모두 스트로베일 하우스로 목재와 골재사이에 볏짚으로 채웠고, 안팎은 황토로 발라 ‘숨 쉬는’ 건물로 만들었다.

“집 자체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재료도 흙·볏짚과 제주산 삼나무를 썼죠. 제주산 삼나무는 습기에 강한 내구성 있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비용도 싸 다는 점 등 주변 삼나무가 유용하다는 걸 보여주기도 하는 셈이죠”

부부는 이곳 체험 프로그램을 학교와 연계해 인성·환경·비폭력 교육 등을 펴 보일 수 있도록 짜고 있다. 자연 순환농법, 친환경 농업 등을 공부하고 몸소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고구마 통해 자연 순환 과정을 매뉴얼화”

보리울농장에서 농촌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
 

“마음을 풀어줄 수 있도록 그림그리기, 목재 만들기 등 ‘손 방둥이’(손 놀이)가 ‘마음 방둥이’(마음 놀이)가 되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와 전통 손두부·메주 만들기, 병아리 부화하기, 블루베리·무화과를 따 잼 만들기 등이죠. 체험보다 교육에 방점을 두려 해요”

부부는 짧은 기간이자만 고구마를 통해 자연 순환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걸 매뉴얼화 체험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에 고구마를 집안에서 물재배해서 싹을 키웠고, 순을 잘라 밭에 심어 고구마 밭을 만들었다. 고구마를 수확할 때 나오는 줄기 등을 퇴비장에 갖고 가 넣어 내년 농사지을 때 거름으로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순환을 보는 것이다.

고구마를 아이들이 캐고, 먹을 수 있도록 하고, 먹고 나머지는 내년 키울 수 있는 바탕을 알려주려 한다. 못생긴 고구마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고, 고구마를 먹고 배설물은 거름이 된다는 걸, 고구마 순과 줄기를 보도록 하면서 고구마 밭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이론을 현장에서 보여주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있어요. 고구마가 어떻게 생겨나고, 심었고, 활용할까, 순환되는 걸 전달하려는데 초점을 맞췄죠. 고구마를 맛있게 먹는 것보다 고구마에 애정을 갖게 하는 거죠”

부부는 농사분야 지식이 약해 파종이나 제초 때를 놓치는 등 시행착오가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 첫 해엔 배추 벼락, 깨 파종 실패, 메밀을 뿌렸는데 새가 먹어버려 수확할 게 없어 허탕, 도라지도 수확 못하고 꽃으로만 즐겨야 했던 일 등 실패를 숱하게 했다.

“앞으로 체험 공간도 늘리고 새로운 작물로 콩도 재배해볼 생각이에요. 길게 내다보고 안에서 스토리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신뢰 받는 프로그램 만들면 더욱 발전하리라 믿고 있어요. 특히 제주가치를 살릴 수 있도록 찾아보려 해요”

도내 한 농촌교육농장이 곶자왈을 지켜가며 이용하면서 나름대로 스토리를 만들며 도전해나가는 정신을 본받고 싶어한다.

발전이란 게 반드시 외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정신적인 것으로 나아져야 할 때라 강조한다.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소규모 농가에도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죠. 빗물을 재활용하고 싶어도 기준·규격에 너무 집착해 융통성이 없는 경우를 봤어요. 정책의 규모화에 얽매여 농가에게 희생 강요하는 경우가 적잖은 건 개선돼야 할 부분이죠”

가훈이 ‘바른 몸가짐 깨끗한 마음’인 부부는 ‘더불어 행복하기 사는 것’을 생활신조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에 내실을 기하고, 같은 생각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보리울농장’은 애월읍광상로532-16(애월읍장전리16760에 있다. 연락은 ☎064-712-8639이나 010-2693-8639으로 하면 된다. e-메일주소는 jejujisan@hanmail.ne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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