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건 죽는 게 아닙니다. 사는 것이나 가치는 같아요”
“죽는 건 죽는 게 아닙니다. 사는 것이나 가치는 같아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4.11.02 10: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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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암재단 1호 마뗄암재단 이끄는 제주한라병원 한치화 과장
우리나라 암재단 1호인 '마딸암재단' 창립 주역인 한치화 제주한라병원 과장.

인간은 언젠가는 사라지게 된다. 인류에서의 인간이나, 개개의 삶에서의 인간이나 마찬가지다. 어차피 죽음은 찾아온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죽기까지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 암환자와 그들 가족이 대표적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만든 재단이 있다. 바로 마뗄암재단이다.

마뗄암재단은 지난 2004년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암재단으로서는 1호였다. 올 연말이면 10주년을 맞는다. 마뗄암재단의 창설엔 현재 마뗄암재단의 이사이면서 제주한라병원에서 인술을 펼치는 한치화 혈액종양내과장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고향 병원에서 일을 할 때가 있었죠. 넉넉지 않은 환자들이 진료를 받으러 많이 왔어요. 서울에서는 보지 못하던 일이었죠. 이들을 어떻게 하면 도울까 고민한 게 재단의 출발점이 된거죠.”

쉬울 리는 없었다. 지인들이 발동을 걸어줬고, 재단을 출발시키기 위해 작은음악회를 열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재단이 만들어진지 10년이면 마뗄암재단을 통해 혜택을 받은 이들을 많을 듯했다. 그 수가 얼마인지 물어봤다. 그에 대한 그의 답은 ‘셀 수 없다’였다.

“암환자를 늘 만나는데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서 시작을 했고, 혜택을 받은 이는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재단은 1000원 구좌도 있어요. 기업은 많지 않아요. 그래도 큰 돈보다는 이런 활동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그는 숱하게 죽음을 봐왔고, 그런 이들을 만나는 건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러면서 그가 느낀 게 있다. ‘죽기 전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죽는 건 죽는 게 아닙니다. 끝난 게 끝난 것도 아니죠. 대부분 죽음을 두려워해요. 태어날 때는 모두 신이 나지만 죽을 때는 그렇지 않고 싫어해요. 태어나는 것이나 죽는 것이나 가치는 똑같습니다. 예전 우리는 ‘꽃상여’라는 말을 붙였듯이 실은 죽음은 잔치입니다. 우리가 그걸 슬프지 않게 받아들이려면 죽음이라는 것의 앞이 더 중요해요.”

그래서 그는 죽음을 잘 받아들이는 사회풍토는 물론, 관련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임종환자들을 지켜주는 도우미들의 필요성도 꺼냈다.

“사실 임종의 집들은 동네 어귀마다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임종환자들을 내 식구처럼 지켜주는 임종봉사자들을 많이 길러내야 합니다. 임종봉사자들은 정신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돌봐줄 수는 없기 때문이죠.”

죽음의 전 단계를 강조하는 한치화 과장. 임종환자를 마음으로 대해서인지 그에게 '심의(心醫)'를 붙이는 이들도 있다.

그는 임종환자들이 좋은 추억을 지니고 떠나기를 원한다. 그는 임종환자들을 용도폐기 하듯 다루지 말라고 한다. 그런 걸 지켜본 한치화 과장이다. 그에게 영향을 준 한 수녀는 1000명의 곁을 지켜주기도 했단다. 그 수녀가 강조한 건 ‘화해와 용서’였다. 그래서인지 한치화 과장은 암환자를 매우 다정하게 대한다. 때문에 그에게 ‘심의(心醫)’라는 말을 붙여주는 이들도 있다. ‘심의’는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의사’라는 뜻풀이가 아니겠는가.

“심의라는 건 너무 과분하고……. 모질지 못해서죠. 돌보던 사람이 죽으면 밤에 끙끙 앓아요. 환자들을 만나면 사연이 없는 사람들이 없어요. 돈 없는 사람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마음을 읽어줘야 해요. 질병만 보면 안 됩니다. 암환자는 특히 더 그래요.”

그는 우리나라 국내 난치성 혈액질환 치료를 선도해왔다. 올해초 가톨릭의대에서 제주한라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잠시 제주에 온 건 아니다. 제주한라병원 김성수 원장의 구애(?)도 컸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는 “난 제주에 살러 왔다. 제주도민이다”고 한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서의 느낌도 풀어놨다.

제주의 의료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도민이 됐다는 한치화 과장.

“제주에 내려온 건 다른 지역에 가지 않고서도 제주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어서죠. 제주도는 의료독립만세를 선언해야 해요. 제주한라병원엔 장비는 다 있어요. 제주엔 제가 골수이식을 처음할 때 주역이면서 30년간 함께 일을 한 동지인 최일봉 과장도 있어요. 제주에서도 충분히 가능해요. 여기에 젊은 친구들이 더 필요합니다.”

한치화 과장이 제주도민으로 삶을 꾸린 건 9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마음엔 삶과 죽음의 가치를 심겠다는 신념이 꽉 들어차 있다. 그래서인지 그와 대화를 나누는 이들은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취재를 한 기자의 마음도 무척 편해졌다. ‘심의(心醫)’가 따로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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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2014-11-02 18:58:13
'심의' 멋진 말이네요. 죽음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