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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굴 은행나무의 단상
만장굴 은행나무의 단상
  • 유태복 시민기자
  • 승인 2014.10.06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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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일 시인
최창일 시인.

만장굴 굴 입구 전면에 은행나무 두 그루, 부부처럼 나란히 암수와 수나무가 서 있다.

만장굴 뜨락에 가을이라 하지만 아직은 단풍색이 들 낌새가 없는 것 같아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이른 것 같다. 그런데 그 부부는 하루가 다르게 노랗게 물들어 가고 노란 은행 열매가 갈바람에 뚝뚝 떨어짐에 가을이 옮을 실감한다. 가을은 노년의 여인 같다 할까, 노신사 같다 할까, 헷갈린다.

노년의 인생은 짧게만 느껴지듯이 가을은 짧다. 가을은 아쉽고, 아슬아슬하고, 스치고 지나가기 때문에 가을은 사위가 조용하다. 조용해지면 제일 먼저 들리는 게 숲 속에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보다 귀뚜라미 소리가 먼저 들린다. 그다음에 단풍 색에 빠져드는 게 가을 인 것 같다.

단풍 하면 단풍나무 잎의 붉고 고운 가을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은행나무 잎이 노란색이 천천히 물들어 가는 가을의 짧은 단상에 사색의 길로 빠지게 하는 계절이다. 그리운 사람의 마음을 담아낼 수 있고, 단풍 색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기 좋은 계절이 아닌가 한다. 어쩌면 그래서 가을은 긴 것 같기도 하다.

은행나무는 가을의 운치를 아름답게 장식해 주듯이 열매와 잎은 사람에게 가을만큼이나 많은 혜택을 준다. 이 세상의 나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조상 나무가 은행나무다. 고생대 석탄기(포자식물)가 지나고 폐름기(2억 8천만 년)에 겉씨식물인 구과목이 지구상에 등장했다. 영어로는 징코(a ginkgo)라고 한다.

은행이란 한문으로 한문 문화권에서 옮겨 온 것이다. 원산지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서해안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세상의 은행나무 중에서 우리나라 은행나무가 늘씬하고 단풍도 아름답고 고와 열매도 예쁘다. 유럽의 은행나무는 잎이 누렇게 변해 곱지 않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약 4km 이내의 거리에 없으면 교배가 되지 않아 암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 비자림에 있는 비자나무 역시 그렇다. 암나무와 수나무 구별 방법은 나뭇가지가 하늘로 뻗어 있으면 수나무다. 옆으로 퍼지는 가지는 암나무다.

은행 열매는 비자나무처럼 약용으로 쓰인다. 당뇨병 고혈압을 예방하고 혈관의 노폐물을 제거해줘서 동맥경화에 좋다. 그리고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기침, 천식, 치료에 사용한다. 비자나무 열매처럼 10알 이상 먹으면 부작용을 일으킨다. 필자는 뭍 여행 중에 멋모르고 종이컵만큼 먹었더니 복통을 일으켜 병원 신세를 졌다. 은행잎은 거실 혹은 방 한쪽 귀퉁이에 놔두면 독성 벌레 없애는데 제격이다.

욕심은 금물이듯 우리나라 역사에서 불의(不義)가 있을 때는 은행나무가 울었다 한다. 프랑스 함대가 강화침공에 울었고, 일본의 군함이 운양호 포격 사건 때 강화 강제수교 조약이 있던 해 밤새워 울었다 한다.

필자는 몇 년 전에 고창 선운사를 찾았을 때 은행나무 단풍 색에 홀딱 반해 길을 걷다 보니, 같이 간 일행도 잊고 한참을 운치에 빼앗긴 적이 있다.

만장굴에 찾아오는 관광 손님, 만장굴의 신비로운 경관과 백여 년 된 은행나무 단풍 색을 담아 가을 정취를 즐기는 모습에서 제주는 정말로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올 해는 만장굴 은행나무에 단풍색이 곱고 열매가 드렁드렁 열려 올 가을은 좋은 일만 있을 것 같다.

 

▶ 최창일 시인 약력.

제주 출생
2004년 좋은문학 시 등단
대한공무원문인협회 회원
공무원문학회 제주지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
시집 : 군냉이 호산이
제주세계자연유산 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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