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호 태풍 산산이 제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면서 지난 16일 제주지방에는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으나, 제주지방기상청의 산업기상정보의 '농약살포지수'는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발표돼 농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는 예측기반의 산업기상정보 제공 및 맞춤형 산업기상정보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지역소득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기상청 홈페이지에 응용기상정보의 하나인 '산업기상정보' 코너를 마련해 실시간으로 농민들에게 관련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산업기상정보 코너의 내용 중 핵심은 농약살포지수 제공.

실시간 날씨 상태를 파악한 후, 농약을 살포해도 좋을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농약살포지수는 오전 6시10분부터 하루 5회에 걸쳐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농약살포지수는 그야말로 '데이터'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실제 농사정보와는 일부 맞지 않은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제13호 태풍의 북상으로 온종일 비날씨를 보인 지난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된 '농약살포지수'는 오전부터 오후 3시10분 현재까지 고산지역만 지수 46으로 '나쁨'으로 표기됐고, 제주시와 서귀포시, 성산포 지역은 모두 '보통'으로 제공됐다.

즉, 고산지역만 농약을 살포하기에 부적절하고, 나머지 지역은 '보통'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 발표가 이뤄진 시점, 제주 전역은 줄곧 비날씨를 보여 농약살포가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가 오는 날 농약 살포해도 좋다면, 누가 수긍하나"

성산지역에 거주하는 한 농민은 미디어제주에 전화를 걸어와 "이런 엉터리 기상정보가 어디 있느냐"며 강력히 항의했다.

이 농민은 "(16일 오후) 제주지방기상청에 전화를 걸어 어떻게 농약살포지수가 '보통'이라고 표시될 수 있는지 물었더니, 해당직원은 '비만 온다고 해서 나쁨이라고 표기될 수는 없고 구름상황 등을 종합해 발표했다'는 이해할 수 없는 해명만 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 농민은 "농업과 관련된 정보를 알려주려면 제대로 알려줘야지, 현실과 맞지 않는 데이터 정보를 전해주는 것은 오히려 정보를 왜곡시키는 것"이라며 "비가 오는 날 농약을 살포해도 좋다면, 어느 농민이 수긍하겠느냐"고 항변했다.

구좌지역에 거주하는 또다른 농민도 "정보는 탁상에서 데이터로 짜여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 또는 현 상황과 종합적으로 검토된 후 발표되어야 그 신뢰성을 갖출 수 있는 것"이라며 "아무리 데이터가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발표하는 것은 그야말로 '탁상행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농민은 "설령 오늘 비가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농약을 살포한 후 약제효과 등을 감안할 때에는 이튿날 비가 내릴 경우 농약살포는 부적절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런 발표는 기본적 농약살포 상식을 도외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기상청 "강수량 뿐만 아니라 풍속, 기온 등 순서로 다르게 나타나"

제주지방기상청은 이 농약살포지수와 관련해, 홈페이지에 올린 설명글을 통해 "강수량(강수확률)과 하늘상태(구름량), 풍속, 기온, 습도 등 농약을 살포함에 있어 기상조건은 60.7%가 강수량에 의해 좌우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풍속, 기온 등 순서로 기상변수별 기여도가 차지하는 비율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윤철수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