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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생태적 가치로 지역주민이 기획하는 생태관광
제주의 생태적 가치로 지역주민이 기획하는 생태관광
  • 고제량
  • 승인 2014.05.11 18: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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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생명위원회 칼럼] 고제량 (사)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

 

동백동산 람사르 습지 전경.

관광은 자칫 쾌락적이고 소비적인 문화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고민과 신중한 선택을 필요로 한다. 무엇을 볼 것인지도 생각해야하고, 무엇을 먹을 것인지, 어디에서 잘 것인지, 누구를 만날 것인지도 깊이 생각하고 선택해야 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란다고 무작정 떠나기에는 관광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말이다.

나의 짜릿한 즐김 뒤에 희생된 생명이 있을 수 있고, 파괴된 환경이 있을 수 있고, 빼앗은 노동이 있을 수 있고, 무시된 지역 정서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불상사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관광을 준비할 때 여러 정보를 찾아 볼 필요가 있다. 떠나는 여행자도 행복하고, 여행자가 머무는 지역도 행복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말이다. 요즘 많이 부상되고 있는 착한 여행, 생태관광이란 새로운 여행 형태들이 그것이다.

제주도는 오래 전부터 이미 이러한 관광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많다. 어쩌면 별 고민 없이 자신들도 모르게 지역에 해를 끼쳤던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제안들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제주의 생태적 가치로 지역주민이 기획하는 주민 주체의 생태관광이 그렇다.

1000만을 넘기는 관광객이 즐기고 소비한 효과가 제주도의 환경과 사회, 경제에 어떻게 작용한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기사들과 자료로 알 수 있다. 많은 부분 환경이 파괴되고, 주민보다는 개발업자에게 경제적 효과를 몰아주고 있으며, 주민의 사회적 박탈감을 조장하고 있다.

 

선흘 람사르마을 생태관광 진행 모습.
선흘 람사르마을 생태관광 진행 모습.

그러나 지역주민이 기획하는 생태관광은 다르다. 제주도의 자연 생태적 가치를 소재로 관광 코스가 개발되고,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숙소를 기반으로 제주생태관광은 기획된다. 그리고 지역해설가가 여행의 안내자로 나선다.

그러면 여행자들의 소비는 지역 주민의 호주머니에 고스란히 남으며,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지역 해설가의 맛깔 나는 역사, 문화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으면서 관광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관광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교육적 효과와 나눔의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생태관광이란 환경보전과 지역주민의 복지향상을 위하여 자연지역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이에 맞게 제주에는 자연지역으로 떠날 곳이 아주 많다.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지질공원, 람사르 습지처럼 자연유산지역도 많고, 그 외에도 생태관광지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한라산, 오름, 곶자왈, 바다, 하천, 용암동굴, 습지 등의 형태로 자연적 생생함과 여기에 섬으로서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가 가미된다.

몇 년 전부터 람사르 습지가 있는 선흘1리가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주민들이 기획하고 있다. 선흘1리 프로그램 안에는 지역의 특징적 농산물과 그를 이용한 특선음식 체험도 준비된다. 물론 생태교육 프로그램도 흥미롭게 준비되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을 활용한 브랜드 상품.

생물권보전지역을 접한 마을에서는 생물권보전지역의 생태적 가치를 담아 생태관광을 준비한다. 하례 1,2리와 저지리가 그렇다. 생물권보전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상품에 생물권보전지역상품 로고를 새롭게 기획하여 공동의 브랜드로 출시하는 사업도 시작됐다.

주민과 마을들이 주체적으로 자연의 가치를 브랜드로 내세우며 생태관광을 준비하는 데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잘 보전된 자연의 청정 이미지와 웰빙 이미지로 관광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도 하며, 지역 자연환경을 주민 스스로 보전하는 활동을 하게 될 것이며, 그 활동이 더 큰 가치를 부여하며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갈 것이다. 또한 여행자들에게도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제주도의 환경을 지키고 지역의 경제는 활성화될 것이며, 제주 관광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길이 그리 쉬운 길은 아니다. 지역 주민들이 돈이 많아 홍보를 크게 할 수도 없을 뿐더러 빨리빨리 성장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런 일들은 네트워크의 힘을 필요로 한다.

얼마 전에 생물권보전지역 브랜드 상품을 출시하려는 사장님의 말이 새삼 생각난다. “제주도의 좋은 제품이 제주에서 더 안 팔려요.” 왜 그럴까. 동네 새 각시 안 알아주는 건가?

이제 공동체의 힘이 필요하겠다. 제주지역의 주민들에 의해 주체적으로 기획되는 생태관광 프로그램과 체험, 그리고 지역 브랜드 상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구매를 도와야하겠다.

그래야 제주의 환경이 보전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공동체가 회복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포함돼 있는 효돈천의 모습.
세계자연유산 상징물.

 

 ▲ 고제량 (사)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 <미디어제주>
  <프로필>
(사)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
생물권보전지역(MAB) 한국위원회 위원

천주교 제주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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