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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마지막 날은 조용하고 평화롭던 예전 '강정마을'
2013년 마지막 날은 조용하고 평화롭던 예전 '강정마을'
  • 이감사 기자
  • 승인 2014.01.0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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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균 마을회장 "돌아갈 수만 있다면 7년전 조용한 강정마을로 가고 싶어"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이란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유명세를 타서 익숙해진 '강정마을'

엄청난 관광 랜드마크가 있어서 유명세를 탄 것이라면 이리 씁쓸하지는 않을 터인데 이곳은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어 유명해졌다.

그것도 7년동안 말이다.

포털사이트에 '강정마을'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 '강정마을회', '강정마을 해군기지', '강정마을 경찰'들이 나열되는 것을 보면 평화로운 마을은 아닌 것 같다.

한때 강정은, 제주도민들도 잘 모르던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이였는데 말이다.

2013년의 마지막 날인 12월31일. 본 기자가 강정마을의 분위기를 살피러 찾아간 것을 봐도.

강정마을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이제 7년전의 조용한 마을로 회귀하기에는 너무 멀어졌나보다.

12월31일, 저녁 7시. 초저녁임에도 강정마을 집들의 불은 대부분 꺼져 있고 유독 한 장소에 불빛과 마이크 확성기 소리가 크게 울렸다.

나방이 불빛을 찾듯이 자연스레 발걸음이 향한 그곳.

강정의례회관에 강정주민들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이들이 모여서 2013년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었다.

"강정. 이 땅은 우리만 살아갈 땅이 아니라 후손에서 아름답게 물려줘야하는 땅이다"(강동균 강정마을 회장)

강정의례회관에서 7년간 강정마을 회장을 하다 2014년 총회때 신임 조경철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강동균 마을회장을 만났다.

강동균 회장은 "2014년에는 제주도가 진정한 평화의 섬이 됐으면 좋겠다"며 "돌아갈 수만 있다면 7년전의 강정마을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어 "해군기지 문제를 떠나서 강정마을 사람들이 예전처럼 화목했으면 좋겠다"며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또한 "신임 강정마을 조경철 회장이 명석한 사람"이라며 "강정마을을 잘 이끌어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신임 조 회장은 "2013년 나빳던 일들을 모두 잊고, 좋은 일들만 있길 바란다"며 "주민들과 평화를 사랑하는 분이 원하는 바른 길을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정주민들은 농사만 지으며 평화롭게 살았던 이들 입니다. 언젠가부터 마을주민들끼리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그 어긋나 버린 첫 단추는 해군기지가 시작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강부언 어르신)

이 자리에서는 70대가 넘은 고령의 나이에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8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2달여만인 12월5일 석방된 강부언 어르신도 만날 수 있었다.

강 어르신은 감옥에 계실 때 받았던 영치금 일부를 강정마을회에 전달했다.

강부언 어르신은 "2014년에는 도나 정부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을 조금이나마 배려해줬으면 좋겠다"며 "강정마을주민들의 갈등이 사라지는 평화로운 마을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회관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떡국과 국밥, 막걸리를 마시며 다사다난 했던 한해를 흥으로 마무리를 했다.

지난 2013년, 강정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정부의 충돌로 수많은 사람들이 연행되는 등 여름은 너무나 뜨거웠고, 겨울한파는 시리고 시렸다.

 

갑오년 2014년 1월1일을 맞았다.

꿈을 꾸는 어린이들에게는 서글프고 미안한 말이지만, ‘깊은 한숨’을 내쉰 사람들은 누구나가 안다.

“내년에는 꼭! 반드시!”라고 희망섞인 말들을 하지만, 그다지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말이다.

단지 숫자가 하나 더 늘어난 사실 말고는 바뀌는 것은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어울리는 단어 ‘숙성’과 ‘성숙’이 있기에 강정마을 주민들의 갈등의 폭이 지난해 보다는 한 걸음 더 좁혀지기를...

그리고 2014년 강정마을은 조금은 덜 유명세를 타길 바래본다.

<이감사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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