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감귤 따는 계절
감귤 따는 계절
  • 박종순
  • 승인 2013.12.10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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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23>

 

필자는 서귀포세계감귤박람회에서 부스를 운영, 유명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어 무척 기뻤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감귤은 완전 매진되는 등 즐거움이 가득하다.

한창 감귤을 따야 하는 계절이 왔다.

아침 기온이 뚝뚝 떨어지는 새벽 일찍, 저 멀리 수평선 아래에서 아직 해가 돋기도 전에 이곳저곳 귤 따러 가야하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골목골목 큰 길가에 삼삼오오 모여 있다.

손에는 귤 따는 바구니와 가위를 지니고 두툼한 작업복에 얼굴을 전부 가리는 작업모를 쓴 채 태우러 오는 트럭, 봉고를 기다리며 꽁꽁 언 손과 발을 동동거리며 서 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낼 것이다.

도시와는 다르게 귤 따는 인력은 노인층이 주류를 이룬다.

젊은이는 일하기 힘들고 미래가 없다고 편한 직업을 찾아 도시로 가버리고, 중년층은 마트나 호텔, 식당 등 월급 많은 곳으로 가버리니 수확 철이 몰리는 10월 중순 극조생귤부터 12월말 첫눈 내리기 전에 반드시 따야 하는 농장에서는 항상 사람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보통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귤을 따는데 여자는 빈 바구니에 줄곧 귤만 따서 담아 놓으면 남자는 딴 귤을 일정 장소까지 나르고 빈 바구니를 갖다 놓는다.

일당은 일을 잘하고 못하는 것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남자가 여자보다 많이 받고 점심포함 여부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다.

작업 시작하기 전 떡국이나 컵라면으로 간단한 식사로 허기를 달래고 간식은 오전 10시와 오후 3시경 커피, , 음료 등을 내놓는다. 마칠 때는 한 바구니 귤도 가져간다.

비나 눈으로 중도에 작업을 그치면 12시까지는 반액을, 오후 3시 넘으면 전액을 지급하며 본인 의사에 따라 일급이나 한꺼번에 계산한다.

농장주가 마음에 흡족치 않는 자에게는 당일 지급하면서 나중에 연락드리겠다고 말하면 해고된 것으로 판단하므로 작업 끝나기 전에 미리 지급한다는 것은 곧 내일 오지 말라는 뜻이 담겨있다. 그래서 반드시 일을 끝내고난 후에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관례가 된다.

비가 오거나 눈을 맞으면 귤 껍질이 부푸는 등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되도록 첫눈 내리기 전에 따려고 아우성이다.

당일 받는 돈은 모아 두었다가 병원비나 가사에 보태고 손자들에게 용돈을 주는 낙으로 산다. 노인으로선 수확철에는 꽤 용돈벌이가 된다. 그래서인지 도시인들이 생활고로 굶는다든지 돈이 필요해 범죄를 저지르는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기서는 건강을 유지하고 자신만 부지런하면 큰 돈은 아니지만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하는 일이 없어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산이나 들로 마냥걷기를 하지 않았던가.

관악산 북한산 도봉산을 갔으며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수락산 지리산 설악산까지 가보니 심심산천 깊은 곳까지 울긋불긋 총천연색 값비싼 등산복에 스틱 짚고 다니는 사람이 왜 그렇게 많은지 등산객에 치여 발길조차 옮길 수 없지 않았던가!

누구한테 물어봤다.

오랜만에 멀리 등산 갔는데 사람이 많아 구경조차 편히 못했다고 했더니 그분 말씀
...라고 말해서 한참 웃던 기억이 난다.

이곳 서귀포는 오래전부터 인력이 부족하여 높은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일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제주시까지 가서 사람을 모셔 오고 모셔다 드리는 진풍경도 볼 수 있다

육지에 있는 사람 중에서 봉사할 의지가 있는 자 라면 수확철을 이용해 농장일도 도와주고 틈내어 제주를 즐기는 일거양득의 기회로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시오. 그래서 남는 힘을 일손부족으로 힘들어하는 농가에 보태주면 어떻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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