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더이상 '거수기' 노릇 안한다"...제주도정 "당혹"
"더이상 '거수기' 노릇 안한다"...제주도정 "당혹"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6.08.16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점]고창실 임명동의안 부결 처리, 의미와 향후 전망
의회 "제 역할 했다" VS 제주도, 체면 구겨....원점서 재인선 불가피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16일 인사청문회를 거친 고창실 감사위원장 임명동의안을 전격 부결처리함으로써 제주 지방정가에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제주도의회는 이날 오후 2시 인사청문회를 거친 고창실 감사위원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제231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36명중 찬성 13표, 반대 22표, 기권 1표로 부결처리됐다.

이에따라 제주도는 감사위원장 인선작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도의회의 임명동의안 부결은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달라진 위상에 걸맞게 종전 '거수기' 노릇은 되풀이하지 않고 견제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또 고창실 감사위원장 내정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미흡한 요소가 확인됨에 따라 감사위원회가 올곧게 제 역할을 다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심사보고서 '전문성 미흡'평가...원점서 다시 인선작업 시작될 듯

이는 16일 오전 인사청문특위가 채택한 고창실 감사위원장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특위는 고 내정자에 대해 “전문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림으로써, 부결처리는 이미 예견됐다.

특위는 심사경과보고서를 통해 “종합적으로 볼 때 고 예정자는 오랜 기간 학자의 길을 걸어왔고 도덕성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독립적인 성격을 갖춰야 할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장으로서의 소신이 부족하고 감사위원회를 총괄하기 위한 전문성이 미흡하다고 평가된다”고 밝혔다.

게다가 고 예정자와 감사위원회 중요직책인 사무국장과 사실상의 친인척 관계라는 점에서 감사위원회 운영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위원회는 지적했다.

또한 그동안 고 예정자의 활동을 살펴볼 때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치와 분권에 관한 시각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고 지방의회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위원회는 판단했다.

감사위원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이 없어 소신이 미흡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부결처리, 제주도정 '적지않은 부담될 듯'

이에반해 첫 감사위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데 대해, 이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2개월째에 접어든 김태환 제주도정은 상당히 체면을 구기게 됐을 뿐만 아니라, 향후 후속 인선작업에도 적지않은 부담을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투표결과가 공표되자 제주도청 간부공무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의회를 빠져나갔다.

#"차라리 의회에서 보다 나은 사람 추천해봐라"

그런데 이번 감사위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처리는 제주정가에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무소속'으로 특정 정파의 방패막이가 없는 상황인 김태환 제주도지사와, 위상과 역할이 한층 강화된 제주도의회간 관계가 당분간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 제주도는 제주도의회의 결정에 존중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도청 내부에서는 "고창실 내정자가 아니라면, 그 보다 더 나은 차라리 제주도의회가 추천해봐라"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이번 감사위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은 재인선 작업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위원장 직분에 걸맞는 '공명정대한' 인물을 추천하는 일, 그 자체가 제주도로서는 큰 부담이다.

얼어붙은 제주도와 의회간 분위기가 차후 재인선 과정에서는 다소 해소될지가 주목된다.
 

제주도 "도민 뜻으로 알고 겸허히 수용"     
 

제주도의회가 16일 고창실 감사위원장 임명동의안을 부결처리한 것과 관련해, 제주도는 이날 오후 입장을 내고 "도민의 뜻으로 알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초대 감사위원장이 막중한 자리임을 감안해 그야말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인선에 최선을 다했다"며 "고창실 예정자는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지역사회 헌신도가 높으신 분으로,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있는 경우들을 뿌리치고 사심없이 추전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제주도는 "특별자치시대를 맞아 우리 도에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자치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시기에 뜻하지 않게 부결처리 된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고창실 예정자는 학자로서, 지역사회의 원로로서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신 분으로, 그 분의 인격을 한 순간에 무너뜨린데 대한 심각한 우려와 함께 미안한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앞으로 제주도는 감사위원회를 훌륭하게 이끌 수 있고 도민 여러분의 뜻과도 부합하는 새로운 후보자를 조속히 추천해 감사업무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와같은 사례를 제주발전을 위한 소중한 교훈으로 삼고, 제주특별자치도의 발전을 위해 더욱 중단없이 매진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피력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