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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서귀포세계감귤박람회에 참가하면서
2013 서귀포세계감귤박람회에 참가하면서
  • 박종순
  • 승인 2013.11.15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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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22>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말 즈음이었든가. 1달에 한번 있는 귀농·귀촌 감귤기초반 교육을 받으러 서귀포농업기술센터로 향했다.

교육이 시작되려면 아직 여유가 있어 기술센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감귤 과수원의 모습을 핸드폰에 남기기도 하고, 시설 하우스에 있는 다양한 품종의 감귤나무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교육장 입구에는 여러 가지 안내문과 함께 팸플릿도 보였는데, 그중에서도 정문 한가운데 부착되어 있는 2013년 서귀포시 세계감귤박람회 포스터에 눈길이 멈춘다.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는 눈길 따라 내 가슴도 갑자기 두근대는 고동소리가 나는 듯 했다. 세계란 단어에 숨이 멈추고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이제껏 조용하고 평화스럽던 마을에 강풍과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듯 무언가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급박한 현실에 부딪친 것 같았다.

눈이 한곳을 집중한다.

운영기간은 1122~121(10일간)이며, 8월말까지 1차 신청을 받는다고 되어 있고 참가신청 할 수 있는 대상은 농업인단체, 공공기관, 개인(사업체), 농업경영체, 생산자단체, 영리법인, 초청기관 및 단체로 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 속에 잠시 허탈감이 밀려왔지만 귀농·귀촌교육이 시작되면서 수업에 열중한 나머지 박람회건은 멀리 떠나가 버렸다.

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차속에서 어느 새마을금고 옥상에 걸린 걸레같이 찢어지고 낡아빠져 누렇다 못해 검은 태극기를 보고는 서귀포 시청 태극기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글로벌을 향한 박람회를 위한 것이 무엇일까 조그만 의견이라도 내어야겠다고 생각 들었다.

88올림픽 경우 차량 2부제, 신호 지키기, 거리청소하기 등으로 전 국민이 힘을 합쳐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쳤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반면 서귀포는 어떠한가. 과연 기본적인 신호는 지키고 있는가.

빨강 신호등이 켜져 있어도 공공 시내·시외버스는 물론이고 택시, 트럭을 비롯해 수없이 많은 위반 차량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과수원은 몇 천평이 되어도 자가 주차장이 없어 거리에 막무가내로 세우고, 시내 곳곳에 버젓이 양쪽에 주차 시키고 있는 바람에 육지와 마찬가지로 도로가 복잡하지 않는가.

그래도 세계박람회가 바로 코앞인데 아직도 서귀포인의 참여도 미흡한 듯 보인다.

주위의 사람들은 날짜가 감귤 수확기와 중복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만 한다.

저녁상을 물린 후 잠자리에 들면서 세계를 향한 박람회의 모습이 아른거리기 시작하고,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수 엑스포같이 행사요원이나 자원봉사로 참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세계감귤박람회 홈페이지를 검색했더니 프로그램 업그레이드가 최신형으로 바뀌어야만 검색 되도록 되어 있다.

이럴 수가 있는가.

세계를 향한다는 주최측이 대한민국 국민도 접근이 안 되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고 있다니....게다가 100일도 남지 않았는데 도대체 무엇을 하는 부서인가하고 흥분이 넘쳐오르기 시작한다.

내 컴퓨터가 잘못되어 있는가 보다며 컴퓨터를 끄기도 하고, 재부팅해보아도 홈페이지는 나의 접근을 거부하기만 한다.

부글부글 거리는 가슴을 겨우 달래며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날 서귀포시청 제2청사에 직접 방문하여 태극기 교체와 홈페이지 접속 어려움 및 박람회 참가 의사를 밝혔더니 즉시 시정하겠다고 하면서 개인자격으로 브랜드 돌코랑홍보로 부스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한다.

곧바로 신청서를 제출하고는 기쁜 마음에 하늘을 날을 것 같았다.
 
특허청으로부터 상표등록을 받은 '돌코랑'
과수원도 없었던 내가 감귤 브랜드 돌코랑을 만들고, 1년 동안 가슴조이며 기다린 끝에 상표등록을 취득함으로써 세계박람회에 참가할 자격을 갖추었다는 사실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했다.

이제 일주일 남았다.

서귀포농업기술센터 1층에 주최측이 터를 잡고 있어 가끔 사무실 앞을 지날 때 마다 그안의 모습을 본다. 지나간 3개월 동안 참가를 위하여 부단한 노력도 했다.

서귀포 감귤시험장 박사님께 문의해 하루 3톤의 물을 2개월이상 관리하여 13~14 브릭스, 산도 0.9~0.8의 돌코랑 타이벡감귤을 만들었고,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종합 팸플릿과 자체 감귤박스 스티커, 명함도 준비했다.

여러 지인에게 블로그와 각종SNS를 통해 반복해 홍보하고, 최근 있었던 제주 star farm 행사도 눈여겨보고 자문을 구했다.

바쁜 수확철이라도 서귀포인의 참여를 바라는 마음에서 박람회 팸플릿을 나눠주기도 하고, 택배 박스에도 한 장씩 넣어 알려왔다.

과연 일주일후 나의 부스에는 몇 명의 고객이 찾아 올 것인가.

10여개의 유명 감귤 브랜드와의 전시에서 조그만 개인 브랜드 돌코랑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까. 창피를 당하지는 않을까.

박람회 기간 동안 감귤 수확을 할 수 없는 고통과 부스를 지켜야 하는 의무감에도 불구하고 보잘 것 없는 개인브랜드 돌코랑을 가지고 출전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깨려는 동키호테의 모습과 흡사하다.
그래서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나날이 되고 있다.

 

<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 상표등록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 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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