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초등학교는 지금은 작은 학교이지만 180명에 달하는 학생수를 지닌 때도 있다. 1970년대까지는 줄곧 160명선을 유지하다가 1990년에 들면서 학생수가 100명 이하로 떨어진다. 그러다 현재는 학생수 7명이라는 소규모 학교로 변했다. 바다를 업으로 하던 이들이 점차 본섬(제주도)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자연스레 인구가 줄고, 가파초등학교도 예전의 위용을 잃고 있다.
가파초등학교는 학급수 감소로 얼마전 분교장 격하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의 열성으로 최남단 본교라는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 학부모들은 “본교로 남아 있어야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건 물론, 대한민국 최남단 초등학교라는 상징과 아울러 100년의 역사를 바라보는 학교의 상징성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폐교가 된다면 ‘최남단 섬’이 지닌 가치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학생수 감소의 위기만 있는 건 아니다. 가파도는 탄소 없는 섬, 즉 ‘카폰 프리 아일랜드’를 지향하면서 태양광과 풍력을 빌리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는 자동차와 경운기, 선박 등의 모든 전력을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레 인구도 늘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가파도는 어쩌면 일본의 ‘나오시마’처럼 섬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일 것이라는 희망도 지녀본다.
정이운 교장은 “가파도 주민 가운데 색소폰을 다룰 수 있는 이가 있다. 강사는 걱정 없다”면서 “학생들에게 일찍부터 예술적인 소질을 심어주고 싶다. 음악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림으로써 정서를 순화하는데 더 없이 좋다”고 말했다.
가파초등학교는 1인 3악기로 성에 차지 않는다. 내년부터는 1인 4악기에 도전한다. 제주도내에서 악단을 지휘했던 음악가 한 분이 가파도에 정착을 꿈꾸고 있어, 이 음악가로부터 관악기를 추가로 배워주도록 하는 구상을 이미 짜놓았다.
가파초등학교는 어찌보면 학생수가 적다는 단점을, 장점으로 무한 활용하고 있다. 사설업체의 지원을 받아 온라인 영어 강좌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부족한 교과는 학생과 교사간에 1대 1로 이뤄지는 반딧불이 과정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때문에 아무리 학습부진아여도 금방 정상단계로 뛰어오른다.
가파초등학교는 섬 전체가 ‘카폰 프리’를 꿈꾸는만큼 학교에도 풍력발전과 태양광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작은 섬이지만 없는 게 없는, 아니 오히려 거대학교보다 더 알찬 교육과정을 꾸릴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가파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부족하기 쉬운 체험활동은 제주대산업디자인학과의 도움을 받는다. 업무협약을 통해 염색체험 등 각종 활동을 학교에서 진행중이다.
가파초등학교는 작은학교라는 걱정 어린 눈으로 보지 말라고 선언하는 듯하다. 오히려 작은학교의 장점을 살리면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골치아픈 학력 문제 해소는 물론, 어린이들의 특기신장에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이다.
“악기를 많이 다루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장래 희망도 바뀌었어요. 장래 희망은 작곡가예요.”
가파초등학교에서 만난 김경현 어린이. 올해가 가파도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야 하는 6학년이다. 그러나 작은 섬이라고 부족하거나 한 건 없다. 오히려 가파초등학교를 자랑스레 이야기한다.
“오랜 역사가 있어요. 처음에 이 학교를 만든 김성숙 선생님 등 훌륭한 분들이 이 학교를 나왔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작은학교이지만 가파초등학교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말하는 게 대견스럽다.
김경현 어린이는 이 학교의 특색 가운데 하나인 ‘1인 3악기’를 하면서 음악과 더 친해졌다고 한다. 원래 희망은 요리사였으나 작곡가로 방향을 튼 것도 자주 악기를 접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아빠·엄마의 고향은 다들 가파도이지만 김경현 어린이는 내년엔 중등과정을 위해 섬을 떠야 한다. 그러나 더 큰 꿈이 있다.
“음악을 계속하고 싶어요. 금난새 이상의 뛰어난 음악가가 될래요.”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