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3악기 들어보셨나요. 우린 1인 4악기에 도전을 해요”
“1인 3악기 들어보셨나요. 우린 1인 4악기에 도전을 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3.09.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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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 현장] <13> 작은 학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국토 최남단 가파초

가파초등학교 교직원과 학생들.
작은 섬이 있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최남단이다. 이 곳에 100년의 역사를 바라보는 학교가 있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바로 가파초등학교(교장 정이운). 가파초등학교는 독립운동가이면서 국회의원을 지낸 고() 김성숙 선생이 설립한 신유의숙을 뿌리로 하고 있다. 신유의숙이 지난 1921년 설립됐으니 가파초등학교는 92년의 역사를 가진 셈이다.

가파초등학교는 지금은 작은 학교이지만 180명에 달하는 학생수를 지닌 때도 있다. 1970년대까지는 줄곧 160명선을 유지하다가 1990년에 들면서 학생수가 100명 이하로 떨어진다. 그러다 현재는 학생수 7명이라는 소규모 학교로 변했다. 바다를 업으로 하던 이들이 점차 본섬(제주도)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자연스레 인구가 줄고, 가파초등학교도 예전의 위용을 잃고 있다.

가파초등학교는 학급수 감소로 얼마전 분교장 격하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의 열성으로 최남단 본교라는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 학부모들은 본교로 남아 있어야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건 물론, 대한민국 최남단 초등학교라는 상징과 아울러 100년의 역사를 바라보는 학교의 상징성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폐교가 된다면 최남단 섬이 지닌 가치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학생수 감소의 위기만 있는 건 아니다. 가파도는 탄소 없는 섬, 카폰 프리 아일랜드를 지향하면서 태양광과 풍력을 빌리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는 자동차와 경운기, 선박 등의 모든 전력을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레 인구도 늘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가파도는 어쩌면 일본의 나오시마처럼 섬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일 것이라는 희망도 지녀본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가파초 어린이들.
색소폰을 연주하는 가파초 어린이들.
그래서인지 가파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자부심은 높다. 학력은 물론, 예능에 대한 무한한 잠재력이 그들에겐 있다. 이는 지난해 이 학교로 온 정이운 교장의 의지와도 맞물린다. 제주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11악기를 뛰어넘어 ‘13악기라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저학년들은 클라리네오·바이올린·피아노를, 3학년부터는 클라리네오 대신 색소폰을 다루게 된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교육청이 지원한 예산으로 구입했으며, 색소폰은 학교 자체 예산을 투입했다.

정이운 교장은 가파도 주민 가운데 색소폰을 다룰 수 있는 이가 있다. 강사는 걱정 없다면서 학생들에게 일찍부터 예술적인 소질을 심어주고 싶다. 음악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림으로써 정서를 순화하는데 더 없이 좋다고 말했다.

가파초등학교는 13악기로 성에 차지 않는다. 내년부터는 14악기에 도전한다. 제주도내에서 악단을 지휘했던 음악가 한 분이 가파도에 정착을 꿈꾸고 있어, 이 음악가로부터 관악기를 추가로 배워주도록 하는 구상을 이미 짜놓았다.

가파초등학교는 어찌보면 학생수가 적다는 단점을, 장점으로 무한 활용하고 있다. 사설업체의 지원을 받아 온라인 영어 강좌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부족한 교과는 학생과 교사간에 11로 이뤄지는 반딧불이 과정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때문에 아무리 학습부진아여도 금방 정상단계로 뛰어오른다.

가파초에서 운영하는 '금주의 외국어'.
가파초등학교 복도엔 금주의 외국어가 내걸린다. 지난해부터 해 온 금주의 외국어는 영어와 일어는 물론, 중국어와 스페인어를 한꺼번에 알자는 취지에서 진행해오고 있다. 간단한 인사말부터 일상회화에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을 구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역시 작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교육 접근방법임에 분명하다.

가파초등학교는 섬 전체가 카폰 프리를 꿈꾸는만큼 학교에도 풍력발전과 태양광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작은 섬이지만 없는 게 없는, 아니 오히려 거대학교보다 더 알찬 교육과정을 꾸릴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가파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부족하기 쉬운 체험활동은 제주대산업디자인학과의 도움을 받는다. 업무협약을 통해 염색체험 등 각종 활동을 학교에서 진행중이다.

가파초 어린이들의 체험활동.
마라분교장의 김진애 교사는 최남단이어서 늘 주목을 받는다. 시설은 오히려 낫다. 화상으로 영어도 배우고, 업무도 화상으로 처리하곤 한다학생들의 학력은 최상 수준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가파초등학교는 작은학교라는 걱정 어린 눈으로 보지 말라고 선언하는 듯하다. 오히려 작은학교의 장점을 살리면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골치아픈 학력 문제 해소는 물론, 어린이들의 특기신장에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이다.
 

  가파초 김경현 어린이.
[미니 인터뷰] 금난새를 꿈꾸는 가파초 김경현 어린이 

악기를 많이 다루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장래 희망도 바뀌었어요. 장래 희망은 작곡가예요.”

가파초등학교에서 만난 김경현 어린이. 올해가 가파도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야 하는 6학년이다. 그러나 작은 섬이라고 부족하거나 한 건 없다. 오히려 가파초등학교를 자랑스레 이야기한다.

오랜 역사가 있어요. 처음에 이 학교를 만든 김성숙 선생님 등 훌륭한 분들이 이 학교를 나왔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작은학교이지만 가파초등학교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말하는 게 대견스럽다.

김경현 어린이는 이 학교의 특색 가운데 하나인 ‘13악기를 하면서 음악과 더 친해졌다고 한다. 원래 희망은 요리사였으나 작곡가로 방향을 튼 것도 자주 악기를 접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아빠·엄마의 고향은 다들 가파도이지만 김경현 어린이는 내년엔 중등과정을 위해 섬을 떠야 한다. 그러나 더 큰 꿈이 있다.

음악을 계속하고 싶어요. 금난새 이상의 뛰어난 음악가가 될래요.”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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