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참 곱다. ‘물메’라니. 순간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참 고운 이름이네’라는 혼잣말이 입에 걸린다.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1960년대 태생인 물메초등학교를 지닌 마을이다. ‘물메’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건 성산읍에 수산초등학교라는 이름을 지닌 학교가 먼저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물 수(水)’에다 ‘메 산(山)’의 순한글인 아름다운 이름의 물메초등학교가 태어나게 됐다.
물메초등학교(교장 강경문)는 아름다운 이름값을 하는 학교이다. 강경문 교장은 기자를 만나자 ‘하늘나라’라는 표현을 달았다. 얼마나 평온하기에 ‘하늘나라’라고 이름 했을까.
요즘 어린이들은 피곤을 몸에 지니고 산다. 그들의 어깨엔 ‘공부’라는 짐이 잔뜩 얹어져 있다. ‘순진무구’라는 어린이들의 본래 모습이 스멀스멀 사라져가고 있다. 이유는 인성은 뒷전인 채 학업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메초등학교는 인성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한다. 올해 3월부터 시작된 ‘버츄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그걸 말해준다. ‘버츄(virtue)’는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덕(德)’이다. 좀 더 쉽게 풀어본다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마음가짐이다.
버츄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건 올해 2월 모든 교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수 덕분이다. 해맑음가족성장센터 강사를 초빙해 일을 벌였다. “미덕의 언어로 말하라”라는 강사의 말을 듣곤, 모두들 ‘버츄’의 매력에 푹 빠졌다.
강의를 받은 교사들은 그걸 학생들에게도 나눠주기로 했다. 버츄 프로그램은 모두 52가지의 미덕을 가지고 있다. 감사, 겸손, 근면, 사랑, 진실함, 평온함, 헌신, 친절, 존중, 용서…. 이들 52가지의 미덕은 우리 곁에 보이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그걸 실천하는데 둔감한 우리들이다.
버츄 프로그램을 실천하기 위해 학생들은 52개로 만들어진 카드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 올해 자신이 어떤 미덕으로 살아갈지를 우선 선택한다. 또한 학생들은 매일 52개의 카드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 그건 오늘 하루를 어떤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지에 대한 고민이다. 학생들은 이렇게 하루하루의 미덕을 찾아 자신을 내면화시키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미덕이 몸에 배게 된다. 버츄 프로그램이 내거는 건 바로 이런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학교엔 ‘거친 말’이 없다. 버츄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한다. ‘하늘나라’라는 표현은 그래서 한 모양이다.
강경문 교장은 “창의 인성 교육이 우선이다. 교사들은 미덕으로 가르친다. 학부모들도 잘 따라준다. 올들어서는 단 한건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다들 우리학교를 향해 굉장히 행복해 보인다고 한다. 외부에서는 학교가 좋다는 입소문도 번지고 있다. 이런 학교를 만들어준 학부모, 선생, 아이들이 모두 고맙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학교에 들어오려는 이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 학교에 전입을 꿈꾸는 이들만 50명을 넘는다. 현재는 빈집이 없어 대기중이란다. 들어오고 싶어도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학교가 된 셈이다.
그렇다면 버츄 프로그램은 학생들 스스로에게 어떤 변화를 줬을까. 6학년 학생들을 만났다.
“이걸 하기 전에는 난폭적이었고, 집중도 잘 하지 않았어요. 근데 버츄 프로그램을 했더니 반장이 되기도 하고, 친구랑 더 친해지게 됐어요. 내 자신에게 나쁜 말을 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나쁜 말을 하지 않게 됐어요. 제가 가진 버츄는 ‘진실’이에요.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6학년 이태극 학생)
“소심했어요. 친구랑 어울리질 못했어요. 그러나 이제는 친구랑 하는 활동도 잘 할 수 있게 됐어요. 자신감도 생겼어요. 제가 가진 버츄는 ‘책임감’이에요. 전에는 책임감이 많이 부족했어요. 이제는 책임감이 약간 생기기 시작했어요.”(6학년 김경대 학생)
물메초의 인성 강조 프로그램은 ‘버츄’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버츄는 올해 도입된 미덕 프로그램으로, 예전부터 시행해 온 인성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물메초의 또다른 인성 프로그램으로는 ‘책속의 보물찾기’가 있다. 1학년부터 책을 읽고 자신의 느낀 점을 이 곳에 써내려 가게 된다. 담임만이 검사를 하지 않고, 이 학교 교사이면 누구나 ‘책속의 보물찾기’를 들여다보고 검사를 진행한다. 이밖에도 ‘칭찬 포인트’, ‘마음쑥쑥 행복퐁퐁 꿈을 가꾸는 인성수련’ 등이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따로 놀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책속의 보물찾기’가 그렇듯 모든 식구가 함께 움직이는 게 물메초 인성교육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강경문 교장은 “생각이 같으니 아이들도 함께 갈 수 있다. 외부강사까지도 같은 생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작은 게 아름답다’고 했던가. 물메초는 작은학교의 아름다움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한 때 졸업생을 내지 못했던 아픔도 있지만 이젠 77명이 어우러지는 인성 중심의 학교로 우뚝 솟았다. 그들의 꿈을 더 펼칠 수 있도록 작은마을의 학교를 살릴 수 있는 그런 정책이 마구 쏟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그들은 던진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