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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라도, 운동신경이 뒤지더라도 전혀 꿀릴 게 없어요”
“후배라도, 운동신경이 뒤지더라도 전혀 꿀릴 게 없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3.08.15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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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 현장] <11> ‘뉴스포츠 활동’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 다지는 추자중학교

뉴 스포츠로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추자중 학생들.

추자도를 향해 천작지옥(天作地獄)’이라는 표현을 한 이가 있다. ‘천작지옥을 그대로 옮기면 하늘이 만들어낸 지옥이라는 의미가 된다. ‘천작지옥은 대표적인 유배문학으로 꼽히는 안조환의 만언사에 나온다. 오갈 데 없는 섬에 갇힌 안조환은 절규를 하며 창작을 했고, 만언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승화시켰다.

그런데 추자도는 정말 천작지옥인가? 조선 정조 때 추자도로 유배를 온 안조환의 입장에서야 그랬겠지만 이젠 추자도로 가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예전엔 섬을 벗어나지 못해 절규를 했다면, 이젠 서로 추자도에 가려고 안달이다.

가고 싶은 곳으로 변한 추자도엔 3개의 학교가 있다. 상추자도에 있는 추자초등학교, 하추자도에는 추자중과 신양분교장이 있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추자중학교(교장 이영호). 추자중에서는 신양항이 내려다보이며, 일명 사자섬으로 불리는 수덕도도 눈에 들어온다.

추자중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으뜸으로 삼는다. 제 아무리 잘나더라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모든 게 쓸모없게 된다고 추자중은 과감하게 말한다.

지난해 이 학교에 부임한 이영호 교장은 학교 주변 올레길 걷기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건강과 내고장 바로알기를 깨우쳤다. 그러다 올해는 이런 활동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올해는 아주 새로운 낯선 스포츠 활동에 모든 학생들이 빠져들었다. 말 그대로 뉴스포츠활동이다. 올해 오영춘 교사가 체육담당으로 이 학교에 오면서 뉴스포츠를 심었다. ‘뉴스포츠라는 이름만 들어도 낯설다. 추자중에서 진행하는 뉴스포츠엔 킥런볼, 플라잉디스크, 프리테니스, 티볼 등의 종목이 있다. 티볼은 그나마 귀에 들어오지만 나머지 종목들은 갸우뚱해진다.

플라잉디스크를 즐기는 학생들.

추자중이 귀에 익숙지 않은 뉴스포츠를 도입한 건 이유가 있다. 이 학교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모두 합쳐봐야 40명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대개의 구기종목은 학년이 높을수록, 공을 잘 다루는 특출한 학생일수록, 이들 일부 학생이 중심에 서기 마련이다. 적은 수의 학교에서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중심에 들지 않는 학생들이며, 그런 학생들은 자신감의 결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뉴스포츠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영호 교장은 뉴스포츠는 쉽게 배우고, 쉽게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더욱이 전부 동참한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협동심이 길러지는 건 물론이다고 강조했다.

뉴스포츠 활동을 할 때는 3학년이라서 대접을 받지 않는다. 함께 어울리지 않으면 뉴스포츠는 할 수 없도록 꾸며졌다. 남녀의 벽도 뉴스포츠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한다. 남녀 학생들이 한데 어울려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뉴스포츠만이 가진 특징의 하나이다.

뉴스포츠는 최근 추자도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 종목으로 급부상했다. 교내 체육대회 때 선을 보인 뉴스포츠는 학부모들의 인기를 끌어냈다. “끼어달라는 학부모들이 생겼다. 특별한 특기가 없더라도 동참할 수 있다는 게 매력중의 매력이었다.

킥런볼을 하고 있는 추자중 학생들.

그러다보니 추자중은 추자 일대에 뉴스포츠를 보급하는 전도학교로 변했다. 추자초등학교에도 확산시실 계획이며, 해군부대에도 보급했다. 해군부대에서는 이런 운동도 있느냐며 무척 반겼다.

학기중엔 뉴스포츠가 있었다면 여름방학엔 수영에 도전을 하고 있다. 추자도가 바다를 끼고 있으면서도 학생들의 절반은 수영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전체 38명의 학생 가운데 남학생은 대부분이 수영에 자신이 있지만 여학생들은 1명을 제외하고는 수영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여름방학을 활용해 수영에 도전하는 이유는 추자도 출신이면 헤엄은 가능해야 하지 않느냐는 학교의 의지도 담겨 있다. 85일부터 10일까지 진행한 수영 프로그램엔 지역주민들과 해경의 적극적인 협조가 이어졌다.

이렇듯 추자중에서 결실을 보고 있는 뉴스포츠 활동은 새롭거나 다른 건 아니다. 서로간의 신뢰를 쌓는 극히 기본적인 활동이 우선돼야 함을 추자중의 뉴스포츠가 일깨우고 있다.

만일 안조환이 뉴스포츠 활동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천작지옥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을게다.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린다는 의미로 불린 후풍도’(候風島) 마냥 추자도를 아주 낭만적인 섬으로 그리지 않았을까

   김용철 학생.
[미니 인터뷰] 추자중학교 3학년 김용철 학생 

섬이라는 환경이 문화혜택이라는 면에서는 뒤질지 몰라도 선후배나 친구 관계는 돈독해서 좋아요.”

추자중 학생자치회장인 김용철 학생(추자중 3)은 자신 있게 추자중만이 가진 강점을 꺼내들었다. 그럴만도 했다. 뉴스포츠 활동을 하면서 서로 변하는 걸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를 하면 공격수는 3학년이 하고, 1학년과 2학년은 수비를 해야 하잖아요. 뉴스포츠는 그런 게 없어요. 학년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어요. 함께 공격하고, 함께 수비를 해요. 선후배 서열은 없답니다.”

뉴스포츠의 하나인 킥런볼인 경우 남녀 혼성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덧붙였다.

학교 자랑을 더 해달라고 했더니 아침마다 진행하는 독서활동을 들었다.

공부를 하다보면 책을 읽을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아침마다 45분씩 책을 읽는 시간을 마련해서 너무 좋아요.”

그러나 김용철 학생은 학생들이 더 활발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실내에서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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